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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와중에 웃음 짓는 국방부?


입력 2016.11.15 19:24 수정 2016.11.15 19:43        문대현 기자

국민 우려 속 사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

국정혼란 틈 노린 졸속 추진 아닌지 비판

지난달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김천, 원불교, 시민사회, 국회 공동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블랙홀처럼 국가적 이슈들을 빨아들이는 가운데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사안들이 국민 관심사에서 멀어지는 폐단이 초래되고 있다. 지난 여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최근 외교절차를 밟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그것이다. 이들은 평상시 같으면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는 이슈들이지만 '최순실 사태'와 맞물려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최순실 씨의 대통령 연설문 열람 및 첨삭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1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과를 표한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온 국민의 화젯거리는 최 씨의 국정농단이었다. 신문과 방송 등 국내 모든 언론도 최 씨의 얘기로 도배됐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최 씨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며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웬만한 소식은 뉴스거리에 오르지도 못했다.

그러면서 사드도 자연스레 잊혀졌다.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사드는 이슈의 중심에 있었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뒷전으로 밀려났다.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가 처음 결정된 이후 성주군민들의 큰 반발로 김천시와 가까운 성주골프장으로 변경되자 이번엔 김천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럼에도 국방부 측은 "국민들은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수용하고 있다"며 사드를 배치를 강행하려 했고 야당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국방부를 질타하며 사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사드가 한창 국민적 이슈일 때 나온 소식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언론이나 인터넷 상에서 사드에 대한 얘기는 줄어들었고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차차 멀어졌다. 그 사이 10월 초부터 국방부는 골프장 소유주인 롯데 측과 부지 확보를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15일 한 언론에 따르면 국방부가 롯데 측과 벌여온 부지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은 남양주에 있는 국유지를 성주골프장과 맞교환하는 대토 방식으로 마무리 짓고 오는 16일 국방부에 의해 발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매입 방식보다는 대토 방식에 무게를 두고 협상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대토 방식에 완전히 합의하면 두 곳에 대한 감정평가에 착수할 예정이다. 두 곳의 가치가 다를 경우 국방부가 차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남양주 지급 부지를 줄이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방부의 계획대로 부지가 확보되면 주한미군에 부지를 공여하고 설계,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진행해 내년 중으로 우리나라에 사드가 배치된다. 그동안 사드는 '최순실'에 묻혀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배치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었던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사드특위 소속 원혜영·김영호·김현권 의원은 전날(14일) 김천시청을 찾아 김천지역 시민단체 대표, 박보생 김천시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종경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은 김천 인근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으나 현 진행 상황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힘들어 보이는 형국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어지러운 정국 속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법제처 심사 통과

모두가 최순실 사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국방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가서명했다. 이에 외교부는 오는 17일 차관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차관회의에서 의결되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 절차를 밟게 되며 이 수순이 끝나면 양국 정부 대표 사이에 정식으로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이 협정은 지난 2012년 일본과 맺으려 했다가 밀실 추진 논란을 빚으며 중단된 바 있다. 지금도 역시 전범국인 일본과 군사 정보를 교환하고 보호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은 상황이다. 또한 정부가 지난 달 27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협상 재개를 발표한 지 불과 18일 만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음에도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모양새에 야권과 국민들은 더욱 반발하고 있다.

협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정보와 북한의 잠수함 정보 등 다양한 군사정보를 일본과 신속히 공유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과 군사협력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 있다. 또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편입된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사게 돼 외교적으로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최근 "사드 배치로 북한·중국·러시아와 한국·미국·일본 간 신냉전 블록이 형성되는 이 시점에 이 협정은 냉전 블록이 만들어지는 걸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이에 반발, 15일 회동을 갖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공동으로 제출하기로 했다. 본회의 일정을 고려, 이 달 30일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다음 달 1일 국회 본회의 보고 과정을 거쳐 2일 표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야3당은 당초 거론했던 한 장관 탄핵소추안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협정에 대한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국 혼란을 틈타 협정을 '후다닥' 강행 처리한 듯한 모습에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한 언론에 기고글을 통해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은 나름의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추진 과정과 시기의 부적절함으로 인해 그 필요성을 스스로 부정해버렸다. 안보를 위해 정말 필요했다면 기다려야 했다"며 "한국이 제발로 미국의 MD와 미일 동맹 아래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국방부가 자초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데일리안'에 "국민들 입장에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정말 뜬금 없는 카드다. 최근 여러 정치적 상황상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진 상황이라 더욱 정부 불신의 시선은 커질 것"이라며 "사드 역시 마찬가지다. 대국민홍보가 미숙한 상황에서 부지 합의 등에 대한 발표가 쏟아질 경우 국민의 불만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방부의 대처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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