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에 산업 구조조정 ‘흐지부지’?
컨트롤타워 ‘휘청’… 업계, 정부 구조조정 추진 차질 염려
산업계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조선·해운·철강업 등 산업 구조조정 방안 시행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부가 31일 발표한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날 조선업 ‘수주절벽’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선박 조기 발주, 선박 펀드 활용 등을 통해 2020년까지 250척 이상, 11조원 규모의 발주를 추진할 방침이다. 또 적자가 심각한 대우조선해양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되 현행 조선업 ‘빅3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휘청거리면서 구조조정 방안도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날 “이번 방안은 지난 6월 이미 발표된 ‘구조조정 추진 체계 개편방안’에서 크게 진전이 없는 원론적 대책”이라며 “정부가 업계의 반발을 잠재우고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선업 구조조정 컨설팅을 의뢰 받은 맥킨지는 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중심의 ‘빅2’로 업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가 내놓은 바 있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구조조정의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이 일자 결국 빅3 체제의 유지로 결론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현 시점에서 ‘빅2’로 재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이는 조선업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3사 모두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사실상 하나 남은 글로벌 국적해운사 현대상선을 초대형화해 국내 해운업을 재건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선박신조 프로그램 등 6조5000억원의 금융지원을 통해 선사들이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선사와 화주의 협력모델을 확산해 안정적인 물동량을 유지하는데 힘쓸 계획이다.
그러나 해운업계는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한진해운의 해외영업망과 전문인력 활용방안 등 물류대란 해소를 위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내용 없이 물류대란 수습을 위한 시간만 지체된 상황”이라며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상실하면서 한진해운 사태도 관심 밖으로 밀려나 차기 정부로 책임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철강업계 역시 ‘최순실 게이트’ 여파에 따라 향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안 시행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당시에도 이미 자율적으로 진행 중이거나 업계의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정책으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업계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까지 버티면 되는 의미 없는 방안이라는 ‘돌직구’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정부가 내놓은 구조조정 방안이 비현실적이라며 불만이 느낀 업체들이 많았다”며 “정부가 최근 국정 추진동력을 잃으면서 이에 따른 구조조정 방안 시행도 사실상 무의미해진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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