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분사'요구...엘리엇의 진짜 속셈은?'
지주회사 전환 제안 뒤에 가려진 주주배당과 사외이사 확대
겉으론 주주가치 제고 내세우지만 숨은 목적은 ‘경영권’
지주회사 전환 제안 뒤에 가려진 주주배당과 사외이사 확대
겉으론 주주가치 제고 내세우지만 숨은 목적은 ‘경영권’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자회사를 내세워 삼성전자 이사회에 요구한 숨은 속내에 재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겉으로 보면 삼성전자에 명분을 안겨준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경영권에 적극 간섭하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외신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 자회사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캐피털은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지주회사 분사, 주주 특별배당, 독립적 이사 추가 등을 요구했다.
이들 펀드들은 삼성전자 지분 0.62%(76만218주)를 보유한 주주 자격으로 이번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대표적인 요구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분사로, 이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제조)로 분할하고 지주회사를 삼성물산에 합병하라는 것이다.
관련업계와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스스로 언급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주주가 대신 제시한 격으로 향후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금산분리원칙을 내세워 순환출자연결고리 해소 압박을 점점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으로서도 이에대한 부담감이 있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삼성생명을 위시한 금융지주계열사와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비금융지주계열사로 각각 분리되거나 중간지주계열사로 분리되는 방안 등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점쳐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전자가 6일 엘리엇의 요구사항들에 대해 “주주 제안으로써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우 SK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주회사 설립 사안만 놓고 보면 엘리엇의 제안은 삼성으로서는 주주제안을 검토한다는 명분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엘리엇이 요구한 사안 중 가장 대표적인 삼성전자의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할 방안은 이미 시중에서도 많이 거론돼 온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 시나리오였다는 점에서 주주 제안을 위한 명분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분사를 통해 삼성물산에 합병시키면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탄생하는 데 엘리엇이 이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나가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주 특별배당과 사외이사 확대 등 엘리엇의 요구는 향후 경영권에 적극 간섭하겠다는 전략적 접근으로 보고 있다.
엘리엇은 배당수익률 15%에 해당하는 주당 24만5000원을 기준으로 총 30조원의 특별배당을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30조원이 채 안 된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는 규모다.
또 주주들에 대한 과도한 배당으로 투자 여력이 축소될 수 있는데다 외국인 투자지분이 높은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외국인 지분이 절반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엘리엇이 요구한 30조원의 특별배당을 시행하면 15조원 이상이 외국인 손에 들어가게 된다.
더군다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독립적인 3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추가해달라는 것은 회사의 경영권까지 침해당할 수 있는 위협적인 요구라는 지적이다. 헤지펀드인 자신들이 내세우는 이사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다양한 경영 사안들에 간섭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엘리엇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항후 주주라는 명분으로 지속적인 경영권 침해 시도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주의 펀드 성격상 다양한 형태로 공격해 올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엘리엇은 과거 아르헨티나를 기술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뜨린 장본인으로 아르헨티나가 국가 채무에 대해 불이행을 선언한 이후에도 채무 조정 과정에서 감액을 거부한 채 채권 원금과 이자를 모두 내놓으라며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엘리엇은 주주배당을 통해 현금도 챙기고 삼성에 대한 지배력도 높여 향후 경영권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순수하게 제안 내용만 놓고 보면 주주로서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엘리엇이라는 회사 성격과 그동안의 전력을 놓고 보면 이번 제안을 과연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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