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정세균 비토하는 진짜 이유는...
중립성 훼손 논란 정기국회 개회사 때부터 악연
정권 레임덕 차단·정국 주도권 위한 계산 분석
중립성 훼손 논란 정기국회 개회사 때부터 악연
정권 레임덕 차단·정국 주도권 위한 계산 분석
집권 여당 새누리당과 ‘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의 악연은 ‘정기국회 개회사’ 때부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의장이 사사건건 야당을 대변하고 있다며 ‘중립성 훼손’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 파동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의장의 자격을 강조하며 정 의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이렇게 새누리당이 정 의장을 비토하는 배경에는 정국 주도권을 위한 견제 심리가 깔려 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 고발키로 했다. 정 의장은 지난 24일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상정된 본회의가 날을 넘기자 직권으로 차수 변경을 하고 대정부 질문을 강제 종료시킨 바 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이 같은 과정에서 “세월호 아니면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새누리당이) 안 내놔. 그러니까 그냥 맨입으로는 안 되는 거지, 뭐”라고 말한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이를 이유로 들며 형사 고발은 물론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 사퇴촉구 결의안 제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신청을 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의장의 사과와 사퇴가 선행되지 않는 한 정기국회 파행을 불사하고 26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국정감사 등 의사일정을 거부키로 했다.
새누리당은 본회의 파행이 일어난 날부터 26일 현재까지 정 의장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파동이 일어난 당일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의회권력에 취해서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광란의 질주를 하려하고 있다”면서 “정 의장은 비열하고 교활한 의원으로, 사퇴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며 국회의장으로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 사퇴’라는 배수진도 쳤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도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장이 야당과 작당하여 자신들의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생사람 김재수를 잡은 것”이라며 “인격살인”이라고 비난했다.
정 의장을 향한 새누리당의 비토는 지난 1일 정기국회 개원식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사드 배치 찬성과 공수처 신설 반대는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정한 사안이다. 새누리당은 의장이 중립성을 지켜야 할 의무를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며 본회의 도중 집단 퇴장했고, 의장실을 점거하는 등 강수를 뒀다. 결국 새누리당의 반발이 심화되자 정 의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본회의 사회권을 박주선 국회부의장에게 넘기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김 장관 해임건의안 사태를 통해 새누리당과 정 의장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정국 주도권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기 싸움에서 야당에 밀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이로 인해 레임덕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박 대통령이 25일 해임 건의안을 거부하며 정면 돌파를 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레임덕의 신호로 분석됐던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 우 수석 해임 등에 대한 시선이 분산되는 반사이익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정기국회는 물론 입법권과 예산권, 더 나아가 내년 대선 국면까지 상대에게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대표가 25일 확대최고위원회의에서 “거짓 의혹으로 결국 대통령을 쓰러뜨려 레임덕으로 국정 혼란을 일으키고, 이를 핑계로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하려는 것”이라고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6일 본보와 통화에서 “정 의장이 오해 받을 소지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새누리당의 비토는 한 번에 나온 것이 아니라 개회사 파동 때부터 누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새누리당 입장에서 국회 상황이 이렇게 계속 나가다가는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있기 때문에 누구 하나는 물고 늘어져야 한다는 인식일 것”이라며 “현 상황의 부당성을 알려서 정국 주도권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본보에 “새누리당이 물고 늘어지기 좋은 대상은 의장”이라며 “이미 의장과 관련해서는 정기국회 개회사 때 비토한 적이 있고, 이번 같은 경우에도 절차상의 문제, 차수 변경한 것이 국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면서 정국 파행의 명분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을 지키고 정국 주도권을 위해 ‘야당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정 의장을 견제하고 당장 있을 입법 대전과 예산 대전을 앞둔 견제 내지는 길들이기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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