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 ‘형제의 난’ 종식… 전격 화해무드 속내는?
금호터미널 수사·금호타이어 인수서 박찬구 회장 역할 관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간 ‘형제의 난’이 박찬구 회장측의 전격적인 소송취하로 종결됐다. 하지만 지난 7년간 깊어질대로 깊어진 형제간 갈등의 골이 쉽게 아물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호석유화학은 11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낸 모든 소송과 고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이전등록 청구 소송은 양측이 원만하게 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박찬구 회장 측의 표면적인 화해이유는 "경제상황도 어려운데 '각자 갈 길'을 가자는 것"이라고 밝혔고,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의 모든 소송 취하에 대해 존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지난 7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터였기에 이날 양측의 전격적인 화해 배경에 대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양측은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이 마음을 열고, 인간적으로 화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최근 두 회장이 직접 만남을 가진 적도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계열분리에서 상표권 소송까지…7년 묵은 갈등
‘형제의 난’은 대우건설 인수로 촉발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총 6조6000억원을 마련해 시장에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우건설 주가는 급격한 내리막을 걸었다. 인수 당시 투자자들과 맺은 약정에 따라 약 4조원에 해당하는 손실액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원 마련을 위해 2009년 6월 대우건설을 다시 매각하기로 한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금호석화가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하고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지분을 팔아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였다.
2009년 7월 28일 박삼구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동생인 박찬구 화학 부문 회장이 공동경영 합의를 위반해 해임 조치를 단행했다”면서 “동생을 해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박삼구 회장 역시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표면상 동반 퇴진이었지만 사실상 형이 동생을 내보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박찬구 회장은 이에 맞서 2011년 3월 금호석유화학 계열을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로부터 분리시켜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했다.
수십 건에 달하는 소송전 등 형제 갈등은 당시부터 본격화됐다. 2013년 9월에는 ‘금호’ 상표권을 놓고 형제간 소송에 돌입해 지난해 7월 법원이 박찬구 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박삼구 회장이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해 소송이 이어져왔다.
또 2014년에는 박찬구 회장이 형 박삼구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2009년 12월 박삼구 회장이 재무구조가 악화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기업어음(CP) 4200억원어치를 금호아시아나, 금호석유화학 등 12개 계열사에게 사도록 해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한 것.
2014년 기준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유화학 계열사의 피소건수는 91건, 피소금액은 2193억원이었다.
양측은 2010년부터 그룹 창립기념일 행사도 따로 치렀다. 수년 전부터 창업주 고 박인천 회장의 기일과 성묘도 각각 챙길 만큼 형제갈등의 골이 깊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박삼구 회장이 “동생과 추석에 함께 성묘를 가고 싶다”고 화해 용의를 내비쳤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올해 초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화해 가능성을) 생각해보겠다”고 언급했다. 올 8월 극적인 화해는 현실이 됐다.
◆ 전략적 화해 무드?…금호타이어 인수전 주목
이처럼 현재진행형 갈등을 지속했던 양측이 급히 화해한 것은 최근 불거진 금호터미널 실사 보고서 조작 논란이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적 분쟁 확대에 부담을 느낀 박삼구 회장이 동생 박찬구 회장에게 사과하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 화해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면서 박삼구 회장은 곧바로 본격적인 금호그룹 재건에 나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을 마무리 짓고 '금호홀딩스㈜' (Kumho & Company Incorporation)라는 새 사명으로 12일 공식 출범했다.
향후 금호고속 합병까지 이뤄지면 금호홀딩스는 연 1000억원의 현금창출능력을 갖춘 알짜 기업으로 거듭난다. 이를 통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그룹재건의 중추가 될 금호타이어 인수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에게 공동인수 등을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하고 그룹 재건을 마무리한 뒤 일정 계열사를 박찬구 회장이 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화해를 통해 박찬구 회장이 옛 금호그룹 재건의 길을 터준 셈이지만 소송 취하 과정에서 마음을 비우고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박찬구 회장의 의지를 감안하면 공동 인수 가능성은 과한 추측이라는 지적이다. 박찬구 회장이 애써 분리한 회사를 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로 편입시킬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해무드는 재벌가 분쟁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 수사기관의 타깃이 된 롯데그룹 사례처럼 갈등이 지속되면 서로 이로운 점이 없다는 교훈이 컸을 것”이라며 “금호타이어 인수전과 관련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박찬구 회장이 향후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지난 7년간 해묵은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전략적 판단이든 앙금의 해소로 인한 것이든 이번 화해를 계기로 형제간 사업 협력도 언젠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금호석화 측 고소로 인해 최근 경찰 수사에 들어간 ‘금호터미널 실사서류 위조의혹’의 해결은 물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타이어 인수전까지 동생인 박찬구 회장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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