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은 디스하고...이정현은 울먹이고...
<새누리 합동연설회>지지자들 응원에 열기 고조 사회자 제재도 안먹혀
새누리당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8·9 전당대회의 첫 합동연설회가 31일 개최된 가운데 등판한 모든 후보들은 자신이 '정권 재창출'의 적임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중 주호영 후보는 이정현·이주영 후보를 겨냥해 '디스'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날 오후 경남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연설회에는 당 대표 후보자 5인(이정현·이주영·정병국·한선교·주호영)과 최고위원 후보자 8인(강석호·정용기·정문헌·이장우·이은재·최연혜·조원진·함진규), 청년 최고위원 후보자 3인(유창수·이용원·이부형)이 참석해 정견 발표를 했다. 객석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5000여명의 지지자들로 가득 찼으며 당 지도부도 자리를 빛냈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이번에 탄생하게 될 새로운 지도부는 국민의 눈높이를 넘는 혁신을 통해 당원의 신뢰를 되찾아줄 것을 당부한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통합정신에 기초한 경쟁이 돼야 한다. 용광로 속에서 모든 갈등을 녹여 국민의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박근혜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며 "변하지 않으면 우리가 이뤘던 것을 되찾을 수 없다. 변화하는 보수혁명의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외쳤다.
이후 본격적인 정견 발표에서 각 후보들은 과거 전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네거티브 전략을 사용하는 대신 자신들만의 장점으로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후보별 정견 발표에 앞서 상영한 1분 동영상에서도 자신의 이력을 알리는 쪽에 무게를 뒀다.
연설회 통틀어 첫 번째로 단상에 오른 조원진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 민주주의와 새누리당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내가 앞장 섰다"며 "남은 정권 임기 동안 4대 개혁을 완수해서 성공된 정부로 만들어야 한다. 여러분과 함께 정권 재창출을 이룰 사람은 나"라고 주장했다.
이은재 후보는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기반으로 민심을 되돌리고 우리의 꿈인 정권 재창출의 호루라기가 될 것"이라고 했고 정용기 후보는 "나는 친박과 비박이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당에 몸 담았다. 나와 함께 당을 바꿔 다가오는 대선에서 승리하자"고 말했다.
이번 전대 유일한 원외 주자인 정문헌 후보는 "최고위원이 되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원의 뜻이 당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했으며 함진규 후보는 "말 많은 공천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해 정권재창출을 이루겠다"고 했다. 이장우 후보 역시 "충청의 아들 이장우가 정권 재창출의 선봉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연혜 후보는 영남 지역과 인연을 소개하며, 강석호 후보는 대선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며 각각 정권 재창출을 약속했고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3인도 저마다의 특색을 부각시키며 보수 정당 재집권을 위해 힘쓰겠다고 했다.
뜨거웠던 당 대표 후보자 연설, 주호영은 '디스'하고 이정현은 '울먹'이고
이번 전대를 앞두고 최경환·서청원·나경원 등 거물급 정치인이 줄줄이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전대가 김 빠진 마이너리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당 대표 후보자들이 연설을 할 때 장내는 큰 함성과 뜨거운 박수로 한껏 달아올랐다.
상대적으로 세력이 약하다고 평가 받는 한선교 후보는 소개 영상에서 자신의 아내를 등장 시켜 친근한 남편의 모습을 부각시켰고 달변가 다운 연설로 청중의 귀를 사로 잡았다. 방송인 출신의 그는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 큰 환호성을 받았다.
타 후보들과 달리 거의 유일하게 지역에서 당원 조직을 데려오지 않은 정병국 후보는 해병대 전우회의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준비된 원고를 읽지 않고 즉석으로 발언을 이어 갔으며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공개의 메시지를 던져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는 "총선 참패로 인해 당원들에게 면목이 없다"며 총 발언 시간 7분 중 2분 24초나 남기고 내려갔다. 시간에 쫓겨 미처 발언을 끝 마치지 못 하고 마무리 했던 일부 다른 후보들과 대조적이었다.
창원 마산합포를 지역구로 둔 이주영 후보는 타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참석한 지지자들의 수에서 확실히 우위를 점하며 홈어드밴티지를 톡톡히 누렸다. 후보자 중 최고령인 이 후보는 연설 초반부터 피를 토하듯 강하게 이끌어 갔고 중반을 넘어서는 목이 쉬는 열정을 보여줬다.
대구 수성을의 주호영 후보의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이 정부 들어 불통이 문제라고 하는데 이정현 후보가 소통의 책임자였지 않냐"며 현 정부서 홍보수석을 맡았던 이 후보를 저격했고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국정 동력을 상실했는데 당시 사태를 책임질 장관이 누구였나"며 이주영 후보에게도 화살을 날렸다. 이에 지지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했다.
전대 주자 중 유일한 호남 의원은 이 후보는 조직 동원에서 다소 열세가 예상됐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딴 판이었다. 정장을 입었던 타 후보와 달리 편안한 점퍼 차림으로 단상에 오른 그는 "내가 대표가 되면 이 잠바는 집권여당의 유니폼이 될 것"이라며 잠바를 벗고 공중으로 돌리는 즉석 퍼포먼스를 펼쳤고 "그동안 호남에서 선거 치르면서 많이 서러웠다. 나도 박수 받고 싶었고 내 이름을 연호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이에 객석에서는 어느 진영 가리지 않고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변화하자면서 그대로였던 조직 동원 행태
한편, 이날 합동연설회장 안팎에서는 전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금지시킨 피켓 흔들기, 구호 외치기 등이 버젓이 난무했다. 이런 행위는 주위의 흥을 돋구면서 컨벤션 효과에는 도움이 됐지만 적법한 행위라는 점에선 눈살이 찌푸려질만 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합동연설회가 시작되기 전, 행사장 밖에는 일찌감치 각 후보들이 설치한 천막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천막에는 후보들의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부착됐으며, 일부 후보의 지지층은 그 주위에서 꽹과리 등을 치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행사장 내부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장내에서는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도열하여 인사하는 행위, 일체 열기를 고조시키는 도구를 사용하거나 울동과 노래를 하는 행위 그리고 피켓 홍보물 사용이 금지 돼 있다"는 사회자의 말이 수 차례 울려 퍼졌으나 지지자들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행사장 안팎에서는 후보자들의 얼굴과 구호가 담긴 생수통과 부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고 주차장에는 각 후보들의 조직이 동원한 지지자들이 타고 온 버스 수십대가 어지럽게 널려져 있었다. 행사 종료 후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장내를 빠져 나갔고 그 길로 자신이 타고 온 버스에 다시 몸을 실었다.
'이번에는 변해야 한다'는 후보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크게 들렸던 합동 연설회였지만 눈으로 보이는 행사 곳곳의 모습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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