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블랙홀? "대선 주자 없어 적기"
개헌추진모임 제안서에 세미나 등 논의 활발
"개헌 논의는 지금 하되 발효 시기는 10년 뒤로"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해...언제까지 회피하나"
"개헌 논의는 지금 하되 발효 시기는 10년 뒤로"
"국민 대다수가 개헌 필요성을 알고 있다. 군불 그만 때고 결정 내자"
제헌절을 사흘 앞둔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을 포함한 여야 정치권에선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지난 1987년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의 한계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개헌'이라는 주제가 청년, 저출산, 취업 등 민생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까 조심스럽다는 입장이 공존한다.
'국회 개헌추진모임' 구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백재현 더민주 의원은 개헌추진모임 운영위원 및 3당 간사를 대표해 지난 11일 300명 국회의원 전원에게 '20대 국회 개헌추진모임 제안서'를 전달하기도 했으며 박영선, 김부겸, 민병두 더민주 의원 등은 14일 국회에서 '개헌을 말하다' 세미나를 열고 개헌의 필요성과 방향을 점검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18대 전반기에 활동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더민주 의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국회의장 취임 간담회서 "20대 국회 전반기에 (개헌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던 정 의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87년 민주화 운동 산물인 현행 헌법은 변화하는 시대정신이나 사회 요구를 제대로 남아내고 있지 못하다"며 "갈등의 씨앗을 뿌리는 제왕적 대통령제는 반드시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개헌 논의는 민생 문제와 함께 '투 트랙'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의장 또한 이날 "내년 초가 개헌의 적기다"며 "대한민국이 잘 되려면 '의원내각제'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었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민생 현안이 시급한데 개헌은 '블랙홀'"
더민주의 한 중진 의원은 본보에 "개헌은 해야 되는데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 (개헌을 하기엔) 지금 우리 사회에 드러난 모순들이 너무나 많다"며 "개헌 논의에 초점이 맞춰지면 다른 이슈가 묻히니 적절하지 못하다. 대선 공약으로 평가받는 게 어떠냐"고 했다. 더민주에선 현재 10여 개의 민생 현안 특별위원회(TF)를 구성, 상임위를 중심으로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활발한 상태다.
더민주 지도부 또한 개헌보다 민생에 초점을 맞춘 상태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14일 '개헌'을 묻는 취재진에 "개헌에 관심 없다. 지금 개헌을 고민할 여력이 없다. 국회를 운영하는 것과 민생을 챙기는 것 밖에…(생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의견에 김 전 의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역대 대통령들이 '개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시급한 경제 현안부터 해결하자'고 모두 말해왔다"며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언제까지 블랙홀이니 이런 식으로 이 문제를 회피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마땅한 대선 주자 없어 적기(適期)"
민생 문제가 묻힌다는 우려에도 김 전 의장은 역대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 나오지 않은 2016, 2017년이 적기다"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기 대권후보가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하거나 행보를 보이지 않는 상태라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국회가 제대로 된 헌법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공교롭게도 예전 같았으면 이 시점에 대선 후보가 나와 자기 목소리를 냈는데 현재는 잠잠하다"며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등 사실상 모든 정파 간 합의와 동의가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개헌안을 확정해서 국민들에게 확정받고 실시 시기를 별도로 명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개헌을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인 2027년에 시행하는 것으로 하면 좋겠다"며 "논의는 지금 하되 (개헌 발효 시점에) 어떤 정당이 정권을 맡을지 모르기 때문에 대통령 포함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해 논의 시점엔 공감하면서도 발효 시기를 늦추자고 제안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개헌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으로 국회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개헌안 발의에서부터 공포까지 과정은 여야 협상기간, 개정안 공고(20일), 공고에서 의결(60일), 의결에서 국민투표(30일) 등으로 최장 6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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