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조선·항공…'연쇄파업'에 골병드는 한국경제
연이은 파업에 피로 누적, 구조조정 ‘빨간불’
자동차·조선·항공업계가 노조 파업리스크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산업계 전반적으로 ‘노조 이기주의’가 심화되면서 구조조정에 힘 써야할 노사가 모두 공멸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조선 빅3는 7일 전면파업에 돌입한 삼성중공업을 필두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줄줄이 파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일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한 현대차 노조는 오는 13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항공업계는 지난 2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11년 만에 파업을 선언했고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사측에 항의하며 파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 삼성중공업 노협, ‘판도라의 상자’ 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경남 거제 조선소 현장에서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조선 빅3 노조 가운데 단체행동에 가장 먼저 나선 것.
노협은 사측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맞서 지난달 28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으며 91% 압도적 지지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노협 관계자는 “사측이 자구안을 철회하면 파업 방침을 거둬들일 것”이라며 “거제·울산 인근 조선업체들과 공동 투쟁 방안도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도 이날 제18차 임단협 교섭 결과에 따라 차주 중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투표 날짜와 구체적인 파업계획도 세울 방침이다.
문대성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실질적인 교섭이 이뤄지려면 권오갑 사장이 교섭 자리에 나타나야 한다”며 “교섭에서 소득을 얻지 못하면 찬반 투표 날짜를 정하고 구체적인 파업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회사 경영난에도 월 9만원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 노조는 현대자동차 노조와 공동파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도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찬반 재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향후 일정을 다시 밝힐 계획이며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현대차 노조, 금속노조 총파업 참여 수순 의혹
현대차 노조는 5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제13차 임금협상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지난주 협상에서 노조안에 대한 회사측 일괄제시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으나, 이날 사측이 제시안을 내놓지 않아 결렬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곧바로 파업을 위한 사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먼저 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하고, 13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중노위 쟁의조정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나오고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되면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사전 절차가 마무리되면 오는 22일 예고된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16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노조 및 건설노조 등과 7월 중순 총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회사측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금속노조 총파업 동참을 위한 짜여진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 임금협상 상견례 이후 매주 2차례 본협상을 하면서 노조 요구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 15만2050원 인상(기본급 대비 7.2%),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 항공 노조 ‘진흙탕 싸움’…경영 악화 ‘나몰라라’
항공 노조와 회사의 갈등도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2월 20일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이어 6월 28일에 집회를 열고 사측에 대한 세무조사 청원 추진 및 37%의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노조와 회사의 갈등은 노조 간의 갈등으로도 번져가고 있다.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안정적 고용환경에 있는 조종사노조의 행위가 2만여명의 일반 직원들이 피해를 줄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판단이다.
정봉규 대한항공 일반노조 정책국장은 최근 “내부교섭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맞다”며 “조종사 노조의 방법론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역시 2년 연속 임금협상을 모두 타결하지 못하고 잠정 중단해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2018년까지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는 지난 1월 3일부터 현재까지 아시아나항공 화물청사 앞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실마리를 찾지 못한 노사 갈등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구조조정 길목 막은 노조…여론 ‘싸늘’
조선 빅3 노조가 일제히 파업 수순에 돌입하면서 구조조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하반기 전망도 어두울 것으로 관측되며 이미 달성한 수주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 연합뉴스가 클락슨리서치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우리 조선사의 수주실적은 8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27척으로 전년 동기 685만CGT, 151척 대비 88% 감소했다. 이는 20년간 가장 낮은 실적이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저유가가 겹쳐 해양플랜트 계약 연기 및 취소가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이 필요한 업체의 경우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국민적 공분을 살 수 있어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주 여건이 나빠진 상황에서 해외 선주들도 발길을 돌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대차의 경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차질로 인한 금전적 손실도 막대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비난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할 때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귀족노조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우리가 현대차를 비싸게 사야 한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소비자들이 노조 파업을 비난한다고 해서 노조와 대립(파업 관련 이슈에서는)하고 있는 사측의 편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비난의 화살이 노조건 사측이건 싸잡아서 ‘현대차’ 자체를 향하고 있으니 마케팅 측면에서 좋을 게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개소세 인하 종료로 체감 구매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임금인상을 이슈로 파업이 이뤄진다면 소비자들이 현대차에 등을 돌릴 우려는 더욱 크다.
대한항공 내국인 조종사의 평균 연봉은 1억4000만원 가량이다. 조종사노조는 중국 항공사 조종사들이 2~3배 연봉을 받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에 대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파업으로 이용객 불편이 발생하고 현장 직원들의 피해가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브렉시트 여파로 인한 환율 변동, 저가항공사 출범 등 업계 환경이 시시때때로 바뀌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환경에 있는 조종사들이 이를 등한시하고 이기주의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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