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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고기의 변신' CJ제일제당 진천 육가공 공장 가보니


입력 2016.06.22 12:00 수정 2016.06.22 16:56        임소현 기자

충청북도 진천군 광혜원면 CJ제일제당 육가공 공장

하재천 공장장 등 "진천공장 경쟁력은 '원료의 질'"

충청북도 진천군 광혜원면 CJ제일제당 육가공 공장
하재천 공장장 등 "진천공장 경쟁력은 '원료의 질'"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CJ제일제당 진천 육가공 공장에서 소시지가 제조되는 과정. ⓒCJ제일제당

맛있는 고기 냄새가 코를 찌른다. 냄새를 쫓아 안쪽으로 들어서니 붉은 빛깔을 띤 소시지들이 줄을 맞춰 가지런히 고리에 걸려있다. 밥상에 오르는 비엔나 소시지다. 굵기도 길이도 다양한 소시지들은 아직 구워지기도 전이지만 맛있는 색과 냄새를 풍기며 후각과 미각을 자극시킨다. 소시지를 걸고 있는 직원들은 우주복 같은 방진복에 마스크, 하얀 앞치마까지 두르고 위생모를 눌러쓴 상태다. 위생모에는 주위에서 많이 본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있다. 이곳은 CJ제일제당의 육가공 제품이 체계적으로 생산되는 곳, 진천 육가공 공장이다.

지난 21일 오후 찾아간 충청북도 진천군 광혜원면 CJ제일제당 진천 공장은 육가공 제품 준성수기 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2008년 준공된 64만5814㎡ 면적의 공장 단지에는 CJ제일제당 진천공장, CJ푸드빌 진천공장, 동원F&B, 팔도 등 11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곳에서 CJ제일제당의 육가공 제품과 두부가 제조된다. CJ제일제당 육가공 부문에만 296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총 6만6891톤, 4509억원어치를 생산해냈고 올해는 7만1653톤, 4959억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공장 안쪽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외부인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된 문을 지나쳐 방진복을 갖춰입어야 했다. 공장 안내를 도운 이승범 CJ제일제당 육가공생산팀장은 식품 제조 공장이다보니 작은 이물질 반입 가능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내놨다. 이곳에서는 휴대전화 반입금지는 물론 수첩과 볼펜 등 외부 물건 반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신발을 갈아신고 손을 씻은 후에는 소독기에 손을 넣었다. 다 끝났나 했더니 에어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에어버스 안으로 들어서자 문이 닫히고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바람이 온몸을 때렸다. 이곳을 지나며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음식을 만들기 위해 모든 이물질을 털어낸다는 마음가짐을 다잡았을 직원들이 보이는 듯 했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노란 원료박스가 가득 쌓여있었다. 많이 지난 것은 17일자부터 가깝게는 20일자까지 최근 3일 이내에 근처 벤더(원료 공급업체)에서 가져온 고기들이다. 두꺼운 방진복을 입었지만 덥지 않았다. 이 팀장은 이곳을 한마디로 '거대한 냉장고'라고 설명했다. 공장 내부는 모두 철저하게 15도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원료저장실을 나오자 피비린내가 시큰하게 올라왔다. 나란히 선 직원들이 칼을 들고 고기를 일일이 검열하고 있었다. 뼈와 혈관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 팀장은 "사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혈관을 일일이 제거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 혈관이 '올챙이 같다' 등 소비자 민원이 나와 다 제거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 제조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견학을 오면 '이 아까운 것을 왜 버리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팀장은 "공장 전체로 봤을 때 선별 공정에 직원 포진 비율이 가장 높다"며 "고기가 햄이나 소시지의 맛을 좌우하는 만큼 원료의 질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CJ제일제당 진천 육가공 공장에서 공장 직원들이 원료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이렇게 사람의 손을 거쳐 부드러운 부분만 남은 고기는 햄과 소시지, 베이컨으로 나뉘어 제조된다. 보통 이같은 전처리 과정을 거친 고기는 가공공정으로 들어가 마사지, 숙성, 훈연 등을 거치고 포장공정으로 이동한다. 포장공정은 클린룸, 즉 미생물 관리구역에서 무균 상태로 운영되고 이 모든 공정의 중간중간 X-Ray, 금속검출기 등 제품 상태를 검사할 수 있는 기계가 포진돼있다.

제품이 통과되는 컨베이어벨트는 위아래로 끊임없이 움직였다. 조금만 중량이 맞지 않거나 혈관 등 이물질이 발견되면 컨베이어벨트는 해당 제품을 즉시 밑으로 떨궈냈다. 이렇게 나오는 폐기물은 캔 기준 하루에만 1톤 정도. 이렇게 폐기되는 제품은 사료로 팔려나간다.

공장 직원들은 모두 방진복을 갖춰입고 귀에는 노란 귀마개를 착용하고 있었다. 기계 소음으로 인해 청각에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식품을 다루다보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제품이 최종 출하되기 위해 통과해야하는 문에는 '벌레 출입금지'라는 유쾌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9월쯤을 일컫는 육가공 성수기를 대비하기 위해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힘든 기색이 역력해보였지만 공장은 생기를 띠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CJ제일제당 공장 입구에는 '무조건 1등, 궁극적 세계1등을 달성하는 것. 미래를 위한 진화·혁신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는 글씨가 크게 써져 있다. 가만히 곱씹어보면 이 글은 CJ제일제당의 사실상 모든 육가공 제품이 생산되는 이 공장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하재천 CJ제일제당 진천 육가공공장장은 "식품을 생산하다보니 아무리 엄격하게 해도 이물질이 나올 때가 있다"며 "보이지 않는 노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좋은 제품을 개발, 생산해서 1등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공장장 뿐만 아니라 이 공장의 직원들은 이곳의 경쟁력을 '원료의 질'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원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벤더에 개선사항을 이야기하는 등 노력 중"이라며 "위생관리도 지금처럼 보이지 않는 노력이라고 해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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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현 기자 (shl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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