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롯데 검찰수사, 투명경영 계기 돼야
전근대적 경영방식 벗어나 글로벌 기업 돼야...신동빈 회장 '가족 소유와 경영 분리' 주장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검찰의 롯데그룹에 대한 공개수사 배경에 대한 여러 설들이 나오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뒷돈 의혹을 계기로 롯데그룹 전체를 압수수색했다는 것과 홍만표 변호사와 진경준 전 검사장에 대한 이슈를 덮기 위한 수사, 현 정권의 레임덕(임기말 지도력공백 현상)을 막기 위한 것 등 다양하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SDJ코퍼레이션 고문)이 검찰에 롯데에 관한 정보를 너무나 완벽하게 제공해줬다는 설도 돌았다. 이번 검찰 수사가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MB정권으로 화살이 갈 수도 있다.
이번 검찰수사는 롯데에게는 분명 악재일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다르게 생각해보면 장기적으로 이번 검찰 수사가 롯데에게는 투명 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지금까지 검찰에서 언론에 알린 내용 중에는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의 특혜 및 로비 의혹, 롯데시네마의 팝콘 사업을 롯데 오너 일가가 소유한 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에서 했다는 점,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부인인 서미경씨가 소유한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이 롯데백화점 등 롯데 계열사에 손쉽게 매장을 열었다는 점 등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나 신동빈 회장이 매년 각각 100억원대와 200억원대의 자금을 계열사들로부터 받았다는 것도 다른 대기업 오너들과 비교하면 절대 많은 것이 아니다.
이런 뉴스들은 과거에 이미 나왔던 것들이며 그 이후 롯데는 많은 점을 개선해 왔다. 매점사업권도 롯데시네마 직영으로 넘어갔으며 롯데백화점내에 있는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이 운영하는 식당과 카페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 경영권 분쟁이 터지기 이전부터 '가족 소유와 경영 분리'를 주장해 왔다. 부친인 신 총괄회장이 은둔 경영을 했다면 신 회장은 투명 경영을 지향했던 셈이다.
롯데쇼핑 등 계열사들의 상장도 신 총괄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이 추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경영권을 쥐고 있어 신 회장의 의지대로 되지 못한 것도 많았다.
따라서 롯데 내부에는 '신격호 라인', '신영자 라인' 등 임직원들 간에 불협화음도 많았고 여러 비리나 잡음 등 불투명한 요소들도 많았다. 그야말로 신 총괄회장 하에서의 롯데는 전근대적 경영을 해왔던 셈이다. 신 총괄회장의 카리스마나 공도 컸지만 실도 많았던 것이다.
어쩌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항들은 이런 롯데의 과거 불투명하고 전근대적 경영 방식을 수사 중일 수 있다.
이번 수사가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지만 이번 기회로 롯데는 좀 더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호텔롯데 상장도 일본 기업이라는 국민들의 반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일본 주주들의 비중을 낮추고 롯데를 좀 더 투명하게 하기 위한 수순일 수 있다.
신 회장이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벌이는 경영권 분쟁도 단순히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가지겠다는 욕심도 아닐뿐더러 가족끼리 일본과 한국으로 나눠먹자는 것도 아닌, '가족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하에 실력으로 경영 능력을 평가받자는 것이다.
이번 검찰 수사가 롯데에게 위기가 아닌 투명경영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커나가기 위한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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