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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한진해운 리스크 벗어나나


입력 2016.04.23 11:19 수정 2016.04.23 11:19        김유연 기자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 신청하기로 결정

계속 된 자금지원…신용등급·자금조달 '적신호'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전경. ⓒ대한항공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하면서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도 한진해운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한진해운에 자금지원을 해오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유동성 우려도 제기됐다.

한진해운이 22일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달 29일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과 함께 양대 해운사가 모두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게 됐다. 채권단은 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자율협약을 개시할 예정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자율협약 신청 방침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한진해운 경영권을 고집하다가 더 큰 희생을 치를 수 있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 또 한진해운 위기가 주력 계열사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방침으로도 풀이된다.

조 회장은 2014년 제수씨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요청으로 한진해운을 인수했다. 당시 한진해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 시황이 악화하면서 부채비율 1400%, 영업적자 3000억원(2013년 기준)의 경영난을 겪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그룹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경영 정상화 지원을 요구했다. 결국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구원투수로 나서게 됐었다.

대한항공은 현재 한진해운 지분 33.23%를 가진 최대 주주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만 유상증자 4000억원 등 1조원 안팎에 달한다.

대한항공의 직간적적인 지원에도 한진해운은 자력 회생에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해운의 총 부채 규모는 5조6219억원에 달했고, 금융권 차입금은 7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부채만 3조1808억원이었다.

해운 호황기에 체결한 과도한 용선료 계약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급해야 할 총 용선료는 약 5조5487억원이며, 올해에만 9288억원을 줘야 한다.

그러나 최근 대한항공의 경영상태도 심상치 않다. 대한항공은 본업인 항공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만 몇 년동안 이어진 대규모 투자와 영업외 손실로 부채비율이 높다.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여객 수요의 꾸준한 증가 속에 매출은 11조5450억원을, 영업이익은 6270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이익에서는 7030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재 대한항공은 대략 16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외국에서 항공사를 구매하면서 맺은 계약에 따라 외화 부채만 60억달러가 넘는다. 부채비율도 작년 9월 기준으로 1000%에 달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본잠식으로 유동성 확보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더구나 대한항공은 호텔 등 대규모 투자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까지 8조7000억원을 투입해 신규 항공기 62대를 들여오기로 했다. 올해에만 2조5000억원 가량이 신규 항공기 도입에 쓰인다.

또 대한항공은 미국 LA에 짓고 있는 윌셔그랜드호텔에 대해 2017년 말까지 단계적 증자를 통해 약 3800억 원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내세웠다. 계열사에 자금을 수혈해 줄 게 아니라 오히려 자금을 수혈받아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을 계속 끌어안는 것은 대한항공으로서는 무리다. 지난달 말 한국신용평가가 대한항공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결국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 채권단을 대표하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한진해운 경영권 포기 요구를 수용한 것도 대한항공을 비롯한 그룹 전반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이번 자율협약이 적용되면 해당 회사의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와 채권단의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한진해운의 경우 대한항공의 지분율이 크게 낮아지는 대신 채권단 대표 격인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운 업황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한진해운을 지원하다가는 그룹의 주력인 대한항공까지 흔들릴 수 있었다”면서 “어차피 (자율협약 신청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는데, 채권단 측에서 먼저 요구해왔을 때 수용했으니 모양새도 좋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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