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 옥시의 은밀한 거래?...뭐가 구리길래
"옥시, 피해배상액·조정 내용 비공개 조건으로 물밑 협상" 보도
여전히 입장 발표 없는 옥시…피해자 단체에서는 "민사소송 합의 조정"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잇따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을 약속한 가운데, RB코리아(구 '옥시레킷벤키저')가 물밑에서 피해자들을 개별 접촉해 피해 보상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옥시 측은 여전히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9일 동아일보는 옥시가 은밀하게 가족단위로 피해자들을 접촉해 피해 보상 합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옥시는 피해배상액과 조정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는 '가습기 제품과 관련한 민형사상 청구나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함께 '손해배상을 한다고 해서 옥시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조정문과 각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옥시 측은 여전히 취재진과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 등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민사 소송에 대한 합의"라며 "피해자 대부분이 가정이 파탄나거나 힘들어졌기 때문에 적은 합의금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합의한 피해자 수가 꽤 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관계자 역시 "롯데마트도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인 6명 중 3명과 합의를 했다"며 "조정문이나 각서 등은 소송이 끝났는데 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보편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옥시 측의 개별 접촉과 합의는 단순한 민사 소송 합의 조정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것으로 전해진 옥시의 '브랜드 세탁' 의혹에 이어 실험보고서 은폐 의혹 등에 피해자 회유 정황까지 더해져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2011년 말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변경하고 실험보고서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어 2014년에는 사명에서 '옥시'를 완전히 빼고 '레킷벤키저'의 앞글자를 딴 'RB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해 '브랜드 세탁' 의혹도 제기됐다.
옥시는 2001년 동양화학그룹 계열사이던 옥시 생활용품 사업부를 인수한 뒤 문제가 된 PHMG 성분이 든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르면 19일부터 옥시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업체들을 잇따라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18일 롯데마트는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보상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도 검찰 조사에 협조하고 피해자들과 보상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롯데마트는 2006년 1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를 원료로 한 PB 제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시판했고 홈플러스는 지난 2004년 말부터 2011년까지 같은 원료의 PB 제품인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를 판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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