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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통진당 살리기? 더민주 지지자 "표 떨어지는 소리..."


입력 2016.04.10 20:50 수정 2016.04.10 20:55        이슬기 기자

문재인 "우리당 후보들 양보" 지원에 지지층서도 반대

김무성 "사과도 않고 또 종북세력과 손잡아" 울산행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오른쪽) 전 대표가 23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울산 북구 총선 무소속 윤종오(가운데) 예비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울산시당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민주 이 위원장이 윤 예비후보에게 양보해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다. ⓒ연합뉴스

2014년 '위헌정당' 판결을 받고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들이 울산 지역 '야권 단일후보'로 20대 총선에 또다시 등장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과 통진당의 후보 단일화로 이른바 종북세력이 국회에 진입하는 통로를 열어줬던 만큼, 이번 총선을 계기로 통진당 세력의 국회 재입성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후보자 등록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25일, 울산 동구의 더불어민주당 이수영 후보가 사퇴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겠다는 이유에서다. 이 후보는 앞서 당내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은 뒤 출마를 준비 중이었다. 이로써 울산 동구는 무소속 김종훈 후보로 야권단일화가 성사됐다. 김 후보는 앞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시의원과 구청장을 지냈으며, 2014년 통진당 후보로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던 인물이다. 아울러 통진당 울산시당위원장으로도 선출된 바 있다.

특히 울산 북구의 경우, 통진당 이력을 가진 무소속 윤종오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선전하며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달 23일 더민주 이상헌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하고 윤 후보와 야권단일화를 이루면서 여야 1대1 구도가 완성됐다. 현대자동차 노조 출신인 윤 후보는 앞서 민주노동당 후보로 시의원과 구청장 등 총 세차례 당선된 바 있으며, 2014년엔 통진당 소속으로 구청장 선거에 나섰다가 재선에 실패한 경력이 있다. 

문제는 이들이 통진당 출신임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은 채 '무소속' 간판만을 내세우면서, 유권자들이 이같은 전력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이들은 선거공보를 비롯해 선거사무실과 거리의 현수막 등에도 통진당을 연상할 만한 문구를 담지 않았다. 상징색도 당초 통진당이 쓰던 보라색이 아닌 주황색으로 전면 변경했으며, 선거 운동에서도 '야권 단일후보'인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의 경우엔 공식 홈페이지에 '진보대통합당 건설'이라는 다소 애매한 문구만을 내걸고 있을 뿐, 통진당 전력은 어디에도 게재하지 않았다. 윤 후보 역시 공식 홈페이지에 전직 구의원 등의 이력을 적긴 했지만, 통진당 소속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공교롭게도 문재인 전 대표가 23일 지원 유세를 위해 울산을 방문한 이후 더민주 후보들이 사퇴하고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여권에선 문 전 대표를 향해 '19대 총선 데자뷰', '헌정질서 조롱'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문 전 대표는 10일 "울산의 북구와 동구는 우리당 후보들이 양보를 해서 단일화가 이뤄졌다"며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통진당 2명이 총선에 위장 출마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오늘 계획에 없던 울산에 내려가게 됐다"며 당초 유세 일정까지 바꿔가며 울산 방문일정을 잡는 등 수성에 나섰다. 또한 앞서 이날 오전 지원유세를 위해 서울 강동갑을 찾은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울산에서 2명의 더민주 후보를 사퇴시켜서 통합진보당 출신 후보가 출마했다"며 "또다시 문재인이 통진당 종북세력과 손잡아 연대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표는 특히 "문 전 대표가 19대 총선때 통진당과 연대해서 종북세력이 국회에 잠입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또 못된 짓을 하고 있다"며 더민주를 '운동권 정당'으로 규정한 뒤 "유권자들께서 우리당 공천 과정에 대한 분노로 정당투표에서 새누리당을 찍지 않는다면, 운동권 정당만을 도와주는 결과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였던 것은 야당이 운동권 논리,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투쟁 논리만 갖고 정치를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20대 국회마저 운동권 출신이 과반수를 넘긴다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단 더민주는 당대당 통합이 아닌 개인 후보 간 단일화인 만큼, 당 차원에서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은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단일화가 향후 총선 정국에서 대야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후보 간 연대이긴 하지만, 그 상대가 통진당인 만큼 특별한 이슈가 없는 선거에서 이념 공세의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것이다.

옛 통진당 세력의 국회 재입성이 가시화되자, 네티즌들의 우려도 잇달아 제기됐다. 트위터리안 @whit***는 "문재인이 울산지역에서 또 통진당 세력을 국회에 보내려 한다. 이런 사람이 대선에 출마할만한 사람인가"라고 비판했고, 야당 지지자임을 밝힌 @bon***는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문재인과 더민주는 왜 또 통진당 세력과 단일화를 하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 @juho***는 "통진당 인사들과 또다시 연대하는 건 완전히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것 아닌가. 왜 깨끗이 끊어내지 못하는가"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네이버 사용자 fly***는 "어떻게 제1야당 대선주자라는 사람이 해산된 정당의 세력과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잡을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에 또 다른 공격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더민주 입장에서 볼 때 절대 호재가 아니다"라며 "후보단일화로 한 지역은 지킬 수 있겠지만, 그보다 훨씬 큰 것을 잃을 수 있다. 울산에서 자당 후보는 물러났지만, 또 다른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더민주에선 후보 간 단일화이고 당차원의 결정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그것을 암묵적으로 용인한 것과 다름이 없기 떄문에 선거 막판 결코 호재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이번 선거가 특별한 이슈나 프레임이 없는 선거인데, 이럴때는 자칫하면 공허한 이념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울산 지역에서 더민주와 옛 통진당 인사의 단일화가 결국 그런 이념 논쟁에 불을 지핀 격이 됐고, 아마 여당의 공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새누리에게 커다란 공격 거리를 제공하게 됐지 않느냐. 더민주에겐 현명한 판단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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