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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당 후보 피선거권 박탈하는 게 당대표 권한?


입력 2016.03.25 10:47 수정 2016.03.25 11:07        문대현 기자

"악을 악으로 대응한 꼴" 정치권서 부정적 여론 다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은평을·송파을, 대구 동구갑·동구을·달성군 등 5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두겠다"며, "후보등록이 끝나는 내일까지 최고위회의도 열지 않겠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무성 대표가 '5곳(서울 은평을·송파을, 대구 동갑·동을, 달성군) 무공천'이라는 최후의 수를 던진 가운데 이미 공천을 받은 해당 지역 후보들의 피선거권을 박탈했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안 의결을 보류한 5개 지역에 대해 의결을 하지 않겠다"며 "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만료일인 25일까지 최고위도 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은평을의 이재오 의원, 대구 동을의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의 후보들이 부당하게 공천에서 탈락한 것임을 인정하고 이들을 당선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비춰졌다.

이후 김 대표는 직인을 들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직인이 없는 이상 공관위의 공천안은 추인될 수 없으므로 유재길, 유영하, 정종섭, 이재만, 추경호 후보는 사실상 출마의 길이 막힌 것으로 해석됐다. 공직선거법상 후보 등록일 하루 전(23일)까지 당적 변경 후 출마가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김 대표가 뜻을 굽히지 않는 이상 이들은 출마가 불가능하다.

친박계의 파상공세를 온 몸으로 막아내려는 김 대표의 이 수를 당대표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계파를 떠나 특정 인물들의 피선거권을 빼앗아갔다는 측면에서 부당한 결정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의원이나 유 전 원내대표는 당으로부터 버림 받긴 했지만 무소속 출마의 선택은 가능했기 때문이다.

공천을 받고 선거운동 준비를 하다 하루 만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5인은 당장 발끈했다. 이들은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위는 당헌당규에 의해 엄정하고 공정한 심사를 진행했는데 김 대표는 독단적으로 의결을 거부했다. 이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부적법한 것"이라며 "새누리당 당원과 대한민국 모든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심각하고 중대한 헌법 위반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파을의 유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들이 단수추천해 달라고 했나? 우리가 경선을 해달라고 했나?"라며 "왜 우리가, 우리의 참정권의 희생돼야 하느냐"고 감정을 참지 못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천장 대표직인 날인을 거부하고 옥새투쟁에 돌입해 총선 출마가 불투병한 지역구 5곳의 진박 후보들이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 대표의 의결 거부를 규탄 하며 공천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하(서울 송파구을), 정종섭(대구 동구갑), 류재길(서울 은평구을), 추경호(대구 달성) 예비후보.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다수의 정치평론가들도 김 대표의 수를 악수라고 판단하는 상황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전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무공천을 선택하려면 최소한 23일에 발표했어야 한다. 해당 지역 5인들은 무소속 출마도 못 하게 됐다. 기회를 균등하게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김 대표의 수를 이해할 수 없다"며 "본인이나 김무성계 의원들이 공천을 땐 침묵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모든 사람을 망치는 길이다.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새누리당은 최고위원들의 집단지도체제다. 권한을 대표 개인이 갖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합의를 통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건데 갑자기 본인의 판단으로 이러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맞지 않다. 이러면 공관위가 뭐가 필요있나"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5인의 피선거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당대표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파열음을 극한까지 끌고간 것을 과연 집권당 대표로서의 합당한, 책임있는 처신이었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평론가도 "이 의원과 유 전 원내대표는 무소속 출마의 기회를 가졌지만 다섯 사람은 피선거권이 박탈당한 것 아니냐"며 "김 대표가 악(惡)을 악으로 대응한 꼴"이라고 말했다.

당내 사정에 밝은 한 인물도 "김 대표가 최근 대표로서 무기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다보니 나름 쓸 수 있는 카드를 꺼낸 것 같은데 '어설픈 복수'라고 본다"고 직격했다. 그는 "결국 상대 진영에서 볼 땐 김 대표가 직위를 이용한 횡포를 부린다고 볼 수 밖에 없지 않나. 소심한 반항이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가 당의 위기가 있을 때 구원투수 역할을 한 적은 있어도 큰 틀에서 한 조직을 리드한 사례가 별로 없다"며 "이번 옥새 파동은 김 대표의 거시적인 전략의 부재가 드러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직인 거부를 하려면 진작했어야 한다. 끝에 와서 이러는 것은 바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없다"며 "또한 바로 이렇게 언론에 대고 이야기하기 보다 공관위와 더욱 논의를 거치는 과정이 추가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합당한 이유 없이 낙천된 후보에 대해 국민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용기있는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며 "지금 혼자 청와대와 외로운 싸움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지 않은가"라고도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동안 권력자의 뜻에 의해 사안이 결정되던 보수 진영에서 공천을 두고 '옥새 반란'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의 일이 없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자체가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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