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실용주의, 삼성 조직문화 새바람 일으키나
벤처DNA 이식해 창의성과 자율성으로 아래로부터 혁신 꾀해
'창조의 삼성'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겠다는 의지 표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관리의 삼성’으로 일컫어지는 경직된 기업문화에 칼을 빼들었다.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DNA를 이식, 창의성과 실행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 점점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살아남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24일 오후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개최된 ‘스마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은 그동안 하드파워를 강조해 온 삼성이 소프트파워를 키워 ‘관리의 삼성’에서 ‘창조의 삼성’으로 거듭나겠다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 1969년 설립된 삼성은 그동안 ‘관리의 삼성’으로 일컫어지며 잘 짜여진 조직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치밀한 체계와 효율적인 관리시스템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직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육성하는 한계로 작용하면서 혁신이 어려워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는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외국기업들에 비해 시장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IT수요 부진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힘겨운 경쟁과 중국 기업들의 빠른 추격 등으로 위기를 맞으면서 혁신없이는 조직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기업 경영에서 ‘혁신’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혁신의 경제에서는 규모의 경제에서 중요했던 효율성보다 창의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이 조직 문화 혁신에 칼을 빼든 것이다. 자신의 ‘실용주의’ 경영철학을 사업구조 개편에 이어 조직문화 혁신에 본격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기업과 그룹의 생존을 위해서는 조직문화 혁신이 사업구조 개편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상명하복식 수직적 조직 문화 체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성장에 한계가 있는데다 그동안의 성장으로 비대해진 조직으로 ‘관료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데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실리콘밸리식 신생 벤처기업 문화를 이식, 조직을 수평적 체졔로 변모시키로 직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한편 삼성 본연의 승부근성을 일깨우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용주의 경영철학을 통해 ‘관리의 삼성’을 ‘창조의 삼성’으로 변모시켜 제 2의 도약을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이 날 선포식을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평소 권위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효율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성향이 강하다. 전세기를 팔고 일반 항공기를 이용하는가 하면 수행원 없이 홀로 해외출장을 가거나 외부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그의 이런 평소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또 최근 삼성전자의 조직 대부분을 수원으로 옮긴 것도 현장 중심으로 기업을 경영해 나가겠다는 그의 실용주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이 날 행사에서 발표된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 3대 컬처혁신 전략은 그동안 경영철학으로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온 이 부회장의 노선과도 맞닿아 있다. 아울러 임직원들의 창의성과 자율성 확대는 이 부회장이 실용주의를 통해 구현하고 싶은 결과물이다.
이 부회장이 조직 문화 혁신을 통해 ‘뉴 삼성’, ‘제 2의 삼성’으로의 변화를 꾀하면서 부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다른 리더십이 어떻게 기업과 조직에 반영될지도 주목된다.
이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상징되는 신경영선언(1993년6월7일)으로 위로부터 시작되는 변화를 이끌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이번 선포식을 계기로 임직원들이 스스로 깨닫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꾀한다는 점에서 부친과 다른 리더십이 어떤 결과물로 창출될지 벌써부터 주목되고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