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갑한 새누리 인재영입, 조훈현·김연아도?
포퓰리즘식 인재 영입 안 된다는 비판 여론 거센 가운데
원유철 측 "식사자리에서 가볍게 나온 이야기가 기사화 된 것"
새누리당이 최근 조훈현 9단과 김연아 전 피겨선수 영입을 검토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그 누구도 예외 없는 상향식 공천을 예고하면서 인재영입에 애를 먹는 새누리당이 정치적 자질 검증 없이 대중적인 인지도로만 인재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중진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조 9단은 바둑으로 세계를 재패하고 바둑한류를 세계에 전파한 인재"라며 " 바둑을 통해 국민 사랑을 받은 분이라 그런 분이 어떠냐고 인재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 원내대표는 또 '피겨 여왕'으로 불리는 김 전 선수의 영입도 타진했으나 본인이 거부 의사를 밝혀 마음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규한 전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도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 5단인 원 원내대표는 국회 내 바둑모임은 기우회의 수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바둑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조 9단과도 오랜 친분이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내용은 당 지도부와 사전 조율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을 들은 김무성 대표는 "외부 인사를 말하는 건가, 뭘로 영입한다는 얘기냐"며 "좋은 분을 추천하면 검토하겠다"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비록 지도부와 논의가 되지 않아 현재까지는 하나의 해프닝 정도로 그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인사에 대한 이야기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인재영입 관련 위기적 상황을 감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1호 인재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영입한 이후 각계 각층의 인사 영입을 단행했고, 28일 현재 17명의 '뉴페이스'가 더민주에 몸을 담고 있다. 더민주의 영입리스트에는 경제·안보·문화·스포츠 등의 전문가 500여 명이 있고 그 중에는 대중적 인기가 높은 차범근 전 축구감독까지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김 대표가 직접 나서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과 최진녕 변호사 등 새로운 인물 6명을 소개했지만 이후 더민주에 비해 '임팩트' 있는 인물의 영입은 이뤄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김 대표의 뜻으로 전략공천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황에서 영입 가능성이 있는 인재들이 경선에 대한 부담감을 들 수 있다.
이러는 사이 국민들 사이에서는 '지키려는 새누리'와 '변화하려는 더민주'라는 이분법적인 색안경을 끼는 비율이 높아졌고 이는 곧 여론조사 결과로 반영됐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1월 넷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차기 총선 투표정당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직전 조사대비 4.7%p 하락해 34.8%를 기록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전달대비 9.1%p나 상승한 30.7%를 기록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나타냈다.
(해당 조사는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간 전국 성인 남녀 1051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5.2%. 표본 추출은 성, 연령, 권역 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했고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3.0%p다. 통계보정은 2015년 10월말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분위기를 새누리당에서도 모를 리 없다. 따라서 더민주와 같이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참신한 인물의 영입을 통해 선거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국민의 표심을 움직이려는 전략을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 원내대표 측에 따르면 "조 9단이나 김 위원장과 관련한 언급은 인재영입을 위한 물밑 노력의 일환"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정 무시한 영입 절차에 부적합한 인물론까지, 비관적인 내부
그러나 당 안팎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원 원내대표가 이번 일을 지도부와는 물론 이름이 거론된 당사자들과의 논의도 없이 먼저 언론에 흘렸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과정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당내 관계자는 28일 '데일리안'에 "당내 공식적 논의를 절차를 거친 것도 아니고 본인들도 모르게 이야기가 흘러나가면 당사자들에게나 당에 모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만약 영입이 되면 각 직능을 대표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긴 하지만 이들이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인기가 많다고 영입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기권의 한 의원도 "바둑 선수는 우리하고 맞지 않다. 바둑에 대해서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상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있지만 바둑 선수가 정치를 하는 것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차라리 경제계에 있는 사람들을 영입해와서 정치권에 경제에 대한 좋은 의견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인재영입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김 전 선수에 대해선 "김연아 씨는 깨끗하고 젊은 이미지에다가 국위선양을 많이 했다는 상징성이 있다"며 "그런 분들이 정치를 배우면서 한국 스포츠계를 대변하는 것은 옳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남권을 지역구로 둔 한 초선 의원도 본보에 "인지도가 높다는 것이 장점일 순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원 원내대표 측은 이 이야기는 원 원내대표가 몇몇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가볍게 했던 이야기가 확대 보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논의 과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편안한 자리에서 가볍게 던진 이야기가 기사화 됐다는 것이다.
원 원내대표 측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가 기사화 된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향후 구체적 인재영입 계획에 대해선 전해진 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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