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광주 "확실한 건 더민주는 아니지라"
<르포>야권 상황 빼다박은 듯 '혼돈의 광주'
"차라리 이정현 된것처럼 새누리당 찍어..."
'야권의 성지' 광주를 지칭할 때 빼놓지 않는 단어다. '5·18 민주화항쟁'으로 비롯된 광주의 강한 야성(야권성향)은 '다른 곳은 몰라도 광주 만큼은 2번'이라는 민주당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광주의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사실 광주 민심의 '이상조짐'은 지난해 4·29 재보선에서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광주 서구을에서 당선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렇게 시작된 '조짐'은 지난 연말부터 본격화된 '야권발 신당 바람'과 맞물려 태풍으로 성장했고, 이젠 90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20대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지 짐작하기 힘든 '혼돈'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13일 현장에서 만난 광주 시민들은 야권의 혼돈을 축소시켜 놓은 듯 지지하는 인물과 정당 그리고 야권 인사들에 대한 평가가 제각각 달랐다. 공통점도 있었다. '더민주'는 싫다는 것이었다.
"안철수, 친노, 비노, 진보 이런 거 잘 모르겠는데, 그냥 드는 생각에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KTX역으로 세워진 광주송정역에 내려서 목적지로 가기위해 잡아 탄 택시 안에서 40대의 '비교적 젊은' 택시기사는 '제1야당을 향한 광주 민심이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대뜸 이 같이 말했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납득이 안가시냐'고 묻자 그는 "우리가 어렸을 적에 골목대장을 하더라도 저렇게는 안했지"라며 "대장짓 하다가 애들을 통제를 못하고 그러면 애들 불러놓고 '내가 뭐가 잘못됐냐?' 물어보고 뭐라뭐라하면 '고칠게' 아니면 '못고치겠으니 니들이 잘 할 수 있으면 해라' 이라고 빠지던가 해야지 그런 결단이 빨리 안되고 시간낭비하고 또 찢어지고 이러고 있으니까"라고 답답해했다. 문 대표가 그동안 지적받던 부분 중 하나인 결단력을 언급한 것이다.
평생을 광주와 전남에서 살았다는 그는 최근 '엑소더스' 수준의 탈당률을 보이고 있는 광주·전남 지역 현역 의원에 대해서도 "그들이 2번이라 당선된 것"이라며 냉소했다. 그는 "자기들이 잘해서 된 게 아니라 번호 때문에 된 것인디, 의정활동이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얼마나 기여하고 있나를 봤을 때 누가 (국회로) 갔어도 할 수 있는 누구나 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차라리 예산 많이 따온다는 순천의 이정현 의원이 낫지"라고 말했다.
광주의 현역의원들이 대거 탈당. 국민의당으로 이동한 것에 대해서는 "탐탁지는 않지만, 그래도 안철수를 믿고 사람들이 뽑지 않겠나"라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정치 잘모르고 뛰어들었을때 너무 무거운 일 줘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좀 적응해서 자기 걸음마하고 있는거 아니냐"며 "이번에 보면 되든 안되든 '너 안되니께 내가 해볼란다' 하고 딱 나와서 '새롭게 한번 해보자' 하고 하지 않느냐"고 말하며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득표에 대해서는 "그래도 광주인데 그동안 다져놓은 조직으로 선거하겠지"라며 "아마 기존의 절대적인 지지에 비해선 반토막이 날텐데 더민주가 뽑아주든 안뽑아주든 쪽팔릴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은 '홀대론' 때문에 광주가 찢어지고 있다"
이날은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고문이 자신의 '정치적 아들'인 이남재 동아시아미래재단 전략본부장의 출판기념회겸 20대 총선 출정식이 있었던 날이었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한 젊은 30대 청년은 광주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데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이른바 '홀대론' 때문에 더민주는 호남에서 예전 같은 지지를 못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듯 최근의 정치상황에 대해서도 꽤나 자세하게 알고있던 그는 특히 "광주도 과거 2번으로 단결하던 모습에서 점점 찢어지고 있다"며 "젊은 사람은 안철수, 나이든 분은 천정배. 확실한 것은 더민주는 정말 별로 없다"고 광주 민심을 전했다.
특히 그는 "지금 광주 현역 의원이 몇 명이나 탈당했나. 그것만 봐도 더민주에 대한 광주민심을 알 수 있다"며 "사실 광주는 지난 4.29 재보선 이후로 이미 더민주에서 마음이 떠났다. 맨날 행사 나가는 예전 노인들이나 민주당이라니까 호응해주고 그랬던 거지, 길바닥 민심은 애당초 떠났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이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안철수는 참신하지 않나. 더민주를 안찍더라도 새누리를 찍을 수는 없으니까. 또 안철수와 천정배 중 골라야하는데 천정배도 옛날 사람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를 탈당 후 합류한 현역 의원들을 후보로 낼 경우엔 "그러면 표는 또 분산될 것"이라며 "안 의원은 반드시 새 후보를 내야 광주에서 당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 의원도 대단히 똑똑하신 분이고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옛날 이미지는 어쩔수 없다"고 평가한 그는 "노년층이 천정배나 아직도 민주당을 이야기하는데 그 분들 때문에 광주가 이러고 있는 것"이라면서 답답해했다.
"천정배 씨가 손을 잡으면 광주에서는 틀림없제! 안철수는 딱 김종필의 자민련, 그 폼이지라."
행사가 끝나고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기위해 잡아탄 택시 안에서 60대의 택시기사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 묻자 대뜸 "안철수씨도 밸로여~(별로야)"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더불언가 민주당인가는 아니꺼입니다(아닐껍니다). 아니꺼이고, 지금 현재보면 광주에서는 안 의원도 밸로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광주 현역 의원들이 안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으로 많이 옮겨간 것에 대해서도 그는 "그 분들이 나보다 머리가 좋은 양반들이니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할 지는 모르겄으나 안 의원은 평가가 안 좋다"고 전했다.
안 의원이 싫은 이유를 묻자 과거 2012년 대통령선거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그 때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때 문재인한테 양보했지 아마? 했으면 그 시간부로 같이 다니면서 같이 연설을 하고 뛰었으면 문재인이 대통령이 가능했을껀디, 양보를 한다고 해놓고 그 촉박한 타이밍에 일주일 두문불출했지라?"라며 "그것은 '내가 양보는 했어도 니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인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사람이 치사하게스리"라며 혀를 찼다.
더민주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더민주는 안찍는당께. 민주당은 이제 아주 버려버렸서라. 차라리 천정배가 당을 만들면 찍겠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의원 대통령 선거에서 그래도 민주당 사람이라고 많이 밀어줬는데도 떨어져불고. 그러면서도 광주·전남 누구하나 키워주는 사람도 없고, 말도 안들어주지않으요"라며 더민주와 문재인 대표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순천에서 재보궐을 통해 국회로 입성한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언급하며 "순천서는 이정현이 되부러지 않았느냐"며 "그렇게라도 콩고물이라도 얻어먹고 살아야할 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안그래도 홀대받고 있는 광주·전남 참말로 불쌍하지라. 차라리 새누리당 찍어주고 거기서 떨어지는 콩고물 먹는거이 더 나을지도.."라고 덧붙였다.
광주의 민심은 현재 야권의 모습을 빼다박은듯 혼돈이었다. 특히 '호남홀대론'에 과거처럼 '덮어놓고 2번'이라는 응집력은 찾아볼 수 없었고 세대 별로 지지가 나뉘는 세대 간 대결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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