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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게양, 내년까진 되고 상시는 안돼? 서울시의 꼼수


입력 2015.12.16 14:39 수정 2015.12.16 15:01        박진여 기자

보훈처에 "내년까지는 양보" 운운 국기 게양을 양보?

설치 예산만 5억인데 일시적 설치하라는건 낭비

1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아스팔트네트워크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반대하는 박원순 시장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추진한 광화문광장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그간 보훈처와 서울시는 설치기간과 장소를 두고 갈등을 빚어오다 최근 보훈처가 상시적 설치를 주장하자 서울시가 사업 자체에 발을 빼버린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달 23일 보훈처에 “광화문광장 옆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는 의정부터 보존정비 착수 전까지 한시적 설치만 가능하고, 정부 서울청사 또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국가소유 정부 시설 부지 내에 영구 설치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최종 통보했다. 이는 보훈처가 지난 9월 서울시에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해 영구 운영하겠다”라고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한 최종답변으로 사실상 이를 거부한 채 해당 사업을 정부로 떠넘긴 모양새다.

보훈처와 서울시는 지난 6월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화문광장 북단에 대형 태극기를 걸 수 있는 게양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서울시 내부 논의 등을 거치며 수정안이 마련됐다. 당초 보훈처는 광화문광장에 설치 후 내년 광복절까지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에 설치하려면 올해 말까지, 내년까지 설치하려면 광화문 광장 옆 시민 열린마당에 설치해야 한다고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보훈처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장인 광화문광장에 국가 상징인 태극기를 영구 설치해야한다는 최종 입장을 밝히자 서울시는 시민 이용 편의를 해칠 수 있고, 광복 70주년이라는 특수한 상황임을 강조하면서 ‘내년까지는 양보하지만, 상시설치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 기준이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보훈처는 “다른 외국나라들을 보면 그 나라를 대표하는 광장에 국기를 게양하는 경우가 많아 광복 70주년 기념 정부에서 주요 사업으로 채택한 것으로, 시민 보행이나 안전 문제 등은 내진 설계가 다 돼 문제가 전혀 없다”며 “이미 반영된 게양대 설치 예산만 5억 원인데 서울시의 일시적 설치 대안은 너무 낭비”라고 밝혔다.

보수시민사회단체들도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상시 설치를 지지하며 이를 반대하는 서울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민국의 중심부인 광화문광장에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를 설치하는 것은 마땅한 일로, 시민 편의를 위한다는 핑계로 굳이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15일 ‘데일리안’에 “서울시는 정부와 별개가 아닌 대한민국의 수도”라고 강조하며 “대한민국의 상징인 광화문광장에 태극기가 아닌 불법 세월호 천막이 있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옥순 대표는 “각 나라 선수들이 큰 국제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면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에 각 국기를 바라보며 조국의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라며 “너무나 마땅한 태극기 게양대 문제를 놓고 정부와 시가 따로 노는 것은 우리 젊은 층에게 대한민국의 희망을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도 본보에 “태극기 게양대는 학교, 동네 공원, 크고 작은 행사장 등 우리 일상 주변 곳곳에서 친숙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매일 태극기를 보고 지나면서 통행에 불편함이 있다거나 거부감이 든 적은 없다”며 “더군다나 광화문광장은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동상 등이 설치된 만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곳”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박 실장은 최근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청년수당, 무상보육 예산편성 등 잦은 갈등을 빚는 것과 관련 “단순히 태극기를 설치하고 안 하고 보다 그 배후에는 서울시가 중앙정부와의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 된다”며 “최근 서울시 청년수당이나 그 전 누리과정 예산편성 때 정부와 번번이 부딪히면서 정부가 이끄는 부분에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닐까”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도 서울시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다는 이유만으로 태극기 게양을 반대한다는 것은 정작 시민의 입장에서 납득이 어렵다는 것이다.

네이버 아이디 ‘wjd***’은 “올해까지는 광화문광장, 내년까지는 광화문 옆 시민열린마당. 이 2가지 조건의 기준은 시민안전? 광복 70주년 기념? 그럼 올해면 올해까지고 아니면 쭉 설치하는 거지 내년까지는 뭐지?”라며 서울시가 정한 태극기 게양대 설치조건의 기준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아이디 ‘bea***’는 “서울시는 어느 나라 수도? 대한민국과 서울은 서로 다른 나라인가? 월드컵 응원전은 광화문 광장서 할 수 있나? 세월호 유족은 서울시를 상대로 하고 있나?”라고 반문했고, 다른 아이디 ‘coo***’는 “혹시라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통령 되면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태극기를 못 걸게 되겠네. 태극기 게양하려면 집안이나 해외에서가 가능해질 듯...암울하다”고 비꼬았다.

이외 “태극기 게양을 반대하는 이유가 뭐가 있을 수 있나? 알려주실 분”, “태극기 게양대 설치하는데 네 땅, 내 땅 가리는 것은 어느 나라 법인지”, “시위꾼들에게 내어줄 땅은 있고 국기게양대 세울 땅은 없다니 참 이상한 서울시” 등의 의견이 개진됐다.

한편 서울시 측은 태극기 게양을 반대했다는 것은 왜곡된 이야기로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해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같은 날 ‘데일리안’에 “태극기 게양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해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당초 보훈처에서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해 심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당초 보훈처에서 내년 8월까지로 설치기간을 요청했기 때문에 그걸 협조하기 위해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내년까지 설치하자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렇게 서울시 측의 두 가지 안을 보훈처에 보냈는데, 보훈처에서 한시적 설치는 수용키 어렵고 상시설치를 해야한다고 다시 주장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담당자도 “태극기 자체를 반대하는 내용은 없는데 언론이 왜곡해 표현한 것”이라며 “올해가 70주년 광복절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으로, 이 자체를 반대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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