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이 '진박'과 싸우면 누가 이길까
'현역 친박'과 '정부부처 친박'의 대결, 진짜 친박은 누구?
제20대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언급한 '진실한 사람'을 놓고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들끼리의 '진박(眞朴)' 경쟁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스스로 '진박'인양 행세해온 의원들의 지역구에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묘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최근까지 정부 고위직에 있었던 '원외 친박 인사'의 출마 러시와 TK(대구·경북)지역에서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진 박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해달라"는 심판론이 묘하게 맞물리며 벌어진 현상이다.
대구 달서병, 조원진 vs 남호균
대표적인 곳은 친박(親朴)으로 소문난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지역인 대구 달서병이다. 조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지난 9일 TK물갈이론의 시발(始發)이된 '거부권정국'의 주인공으로 '찍어내어진'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부친상 빈소에서 'TK물갈이론'을 언급할 만큼 스스로 '친박'임을 과시했던 인물이다.
조 의원의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남호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다. 남 전 행정관은 2012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 경선 캠프에서부터 총괄본부에 속해 민원을 전담하고 대선 때는 공보단 팀장을 하는 등 박 대통령의 최측근 보좌진인 이른바 '십상시'의 한명으로 이름을 올렸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최근까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박 대통령의 국내외 일정을 근접 수행하며 현장민원 업무를 전담해온 젊은 핵심 참모다.
따라서 상가(喪家)에서까지 'TK물갈이'를 언급하며 충성을 보연 조 의원과 박 대통령 당내 경선부터 최근까지 핵심 측근으로 활약한 남 전 행정관 사이의 불꽃 튀는 '진박 검증 싸움'이 예상된다.
대구 동구갑, 류성걸 vs 정종섭
류성걸 새누리당 대구시당위원장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갑도 최근 사퇴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진박'을 가려낼 지역으로 꼽힌다.
사실 일명 '유승민계'로 채워진 대구 지역 초선들의 지역구는 이미 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들의 출마 준비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정 장관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동구갑은 의외라는 평가다. 기획재정부 제2차관 출신의 류 의원은 평소에 스스로도 '친박'임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구시당위원장 직을 맡아 전체적인 물갈이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정 장관은 한 친박계 핵심 인사로부터 "'국가대개조'라는 큰 과제에 대한 그랜드 비전을 가진 사람"이라며 "참모나 의원 출신이 아닌 인사 중 대통령의 이상과 철학을 가장 많이 공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 장관은 저명한 헌법학자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친박계발(發) 개헌론의 핵심에서 '개헌 선봉장'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사의를 표명할 때도 비슷한 시기에 내각에서 국회로 돌아온 유기준·유일호 전 장관과는 시간차를 두고 기자회견을 해 사실상 단독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등 청와대의 '특별 케어'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친박계 의원의 지역구에 현 정부 인사가 출마를 준비하는 상황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윗선(청와대)에서 친박계 시당위원장까지 표적으로 삼아버림으로 대구 판에 큰폭의 물갈이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불과 몇 달전 류 의원의 취임 직후 총선체제로 전환한 대구시당은 총선을 지휘할 시당위원장의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경기 화성갑 서청원 vs 김성회
친박계 좌장격으로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시갑도 또 다른 친박계 인사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 보궐선거를 준비하다 돌연 경쟁자였던 서 최고위원을 도왔던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다.
김 사장은 18대 국회에서 화성갑에 출마해 의원직을 수행한 전 의원이다. 19대에서 고희선 전 의원에게 당내 공천에서 밀려 지역구를 내줬지만 2013년 고 전 의원이 폐암으로 사망하자 보궐선거를 준비했었다. 하지만 친박계 중진이던 서 최고위원이 출마를 준비하자 돌연 입장을 바꾸고 서 최고위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보궐선거 이후 김 전 의원은 한국난방공사 사장으로 임명돼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불렸다. 당시 정치권에는 이를 두고 청와대가 김 전 의원을 달래기 위해 공공기관 자리를 챙겨준다는 소문이 나돌았었다.
김 전 의원은 출마 여부를 묻는 데일리안의 질문에 "아직은 상황을 보고 있다"면서도 출마 가능성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 번에 (2013년 보궐선거에서) 일정부분 약속된 것이 있지만서도 정치인의 약속이 꼭 지켜지지만은 않는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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