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정국' 변비에 '선거구 증발' 위기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날에 이어 4일도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강행을 이유로 정치일정 파행을 거듭하면서 입법기관인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어기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현행 선거구 인구 편차 ‘3대 1’을 ‘2대 1’로 조정하라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국회는 이에 따라 이달 13일까지 선거구를 재획정 하겠다는 공직선거법 부칙을 여야 합의로 만든 바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150일 전인 2015년 11월 15일부터 60일 전인 2016년 2월 13일까지 ‘국외부재자 신고 및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받아야한다. 그 때문에 선거구는 적어도 오는 13일까지는 획정돼야한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일 “선거구획정 법정시한이 오는 13일까지고 획정을 담당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기한은 15일까지”라며 선거구획정 법정기일의 임박을 환기했다. 그는 “중차대한 현안이 있는데 국회 밖에서 계속 야당이 투쟁만 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의 압박과는 별개로 4일 열기로 한 여야 원내대표·수석부대표 간 ‘2+2회동’은 새정치연합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에 반발해 전날에 이어 정치일정을 ‘올 스톱’하면서 자연스럽게 취소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실상 법정기한인 오는 13일까지의 선거구획정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를 “여야가 합의해 만든 법정기한을 여야 스스로가 국정화를 핑계로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여야가 법정기한인 13일을 어기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그나마 괜찮다”면서 “만약 여야가 12월 31일까지도 획정을 못하면 정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현행 선거구 인구 편차 ‘3대 1’을 ‘2대 1’로 조정하라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현행 선거구제는 법적으로 오는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해졌다.
이에 대해 국회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지난 2일 “12월 31일까지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으면 헌재의 판결에 따라 현행 선거구가 효력을 상실해 선거구가 없어지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며 “현역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없는 의원이 되고, 조정 안 된 지역의 예비후보를 등록했던 후보자들은 등록이 취소되는 등 일체의 총선 행정사무가 마비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정기한내 선거구획정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총력투쟁을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비록 투쟁을 끝내고 협상테이블에 앉는다 하더라도 여야 어느 한 쪽도 당의 의석수와 직결되는 비례의석의 증감을 양보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개특위에서의 논의는 차치하고 여야 원내지도부 간 회동과 관련해서도 “(조율을 위한 회동을 하자는) 이야기 자체가 (여야 간) 오고 가는 것도 없다”면서 “오는 13일까지 획정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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