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규탄' 안철수, 속내는 '문재인 견제'?
'문재인표 농성'에 "투쟁은 참패"...박영선과 따로 '국정화 반대' 성명발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국정교과서 정국 속에서도 문재인 대표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않고 있다. 문 대표가 발표한 당 차원의 성명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규탄 성명을 내는가 하면, 문 대표가 이끄는 장외 농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도 드러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4일 당내 비주류계에 속하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새누리당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같은 날 오전 문 대표가 국정화 반대 성명을 낸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여당의 확정고시 강행을 비판하는 내용이긴 했지만, 당 소속 의원들을 대표해 연단에 선 문 대표와는 '따로' 개별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여기에 문 대표가 이끄는 농성에 대한 회의론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후 비공개 간담회에서 "우리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언제까지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우리 당이 대여투쟁의 전면에 서면 언론이 절대 우리 편을 안들어준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렇고 우리가 참패한다"고 문 대표의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실제 새정치연합은 국정교과서 확정고시 강행에 반발하며 지난 2일부터 본회의와 예산심의 등 모든 국회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밤샘 농성에 돌입했지만, 안 전 대표는 지역구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고 다음날 오전에야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그는 이달 내 ‘문재인표 혁신안’에 대한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는 앞서 자신이 문 대표에게 혁신과 관련해 10가지 사항을 요구했지만 문 대표가 아직 이렇다 할 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지금 당장은 교과서 국면이라 더 요구를 안 하고 있지만, 공천작업 돌입 전에, 11월에는 제대로 개혁해서 민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에 대한 ‘견제구’는 전날에도 이어졌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일 서울 덕성여대에서 강연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교과서 정국이 정리되면 제가 제안한 혁신안에 대해 대표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문 대표가 '어떤 건 받아들이고 어떤 건 다르다'고 생각을 밝힐 때가 됐다. 그래야 제대로 혁신이 시작된다"며 "싸울 건 싸우고 고칠 건 고쳐야 한다"고 직격했다.
또 10.28 재·보궐선거 이후 비주류 일각에서 문 대표 사퇴론이 또 다시 불거지는 데 대해서도 확답은 피한 채 "당이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 치열한 논쟁에 의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며 다소 애매한 답변을 남겼다.
한편 안 전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의 지구 귀환기를 그린 영화 '마션'을 거론하며 "제 처지가 화성에서 혼자 살아남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표가 이끄는 국정화 저지 투쟁과 거리를 두고 강연 정치에 힘을 쏟는 등 ‘마이 웨이’를 걷고 있는 자신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안 전 대표가 최근 박 전 원내대표, 김부겸 전 의원 등 야권 ‘제3지대’ 인사들과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는 것을 고려할 때, 당내에서 이렇다 할 지지기반이 부족한 상황을 언급함과 동시에 향후 비주류 연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읽힌다.
그는 앞서 대구 기자회견 후 같은 날 오후 6시30분부터 ‘대구시민이 묻고 안철수가 답하다’라는 제목으로 강연회를 열고, 박 전 원내대표와 김 전 의원을 초청해 축사를 맡기는 등 친분을 과시했다. 강연 후에도 안 전 대표는 “같은 시기에 대구에서 (세 사람이) 행사들을 가지니까 참 좋은 기회”라며 “이제 서로 행사를 하기 전에 서로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공감대도 형성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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