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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에서 행보 빨라지는 삼성과 LG


입력 2015.10.24 08:47 수정 2015.10.24 10:05        이홍석 기자

해외 시장 개척 및 역량 강화에 속도

오너가 관심 속 향후 성장과 경쟁 주목

중국 산시성 시안 소재 삼성SDI 공장의 한 직원이 자동차용 배터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삼성SDI

삼성과 LG의 전기차 시장 공략 행보에 불이 붙었다. 스마트폰과 TV 등 그동안 주력으로 삼았던 시장들이 침체에 빠지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배터리 등 부품 역량 강화를 통해 향후 도래할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는 각 계열사들을 통해 전기차 부품 분야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등 오너들이 사업 육성에 강한의지를 보이고 있어 향후 성장과 함께 자연스레 이뤄질 경쟁 구도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삼성, 제품 라인업 확대 속 중국 전기차 시장 개척=삼성에서 최근 전기차 부품과 관련, 가장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다.

삼성SDI는 완성차업체들의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를 대상으로 대형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처를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알루미늄 케이스에 셀 등 배터리 소재가 들어간 ‘캔’(CAN) 타입 배터리 위주로 BMW·아우디·마힌드라·포드 등에 공급하고 있다. 캔 타입 배터리는 튼튼한 케이스로 인해 진동 및 충격 등 외부 자극에 강한 것이 장점이다.

특히 중국 시안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하고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의 기치를 높이 들면서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9월부터 본격 가동된 이 공장에 오는 2020년까지 6억달러(약 6750억원)를 단계적으로 투자해 매출 10억달러(약 1조1250억원)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회사 관계자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초기 공장 안정화에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지만 중국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 성과 달성을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자동차 전면에 설치되는 정보안내디스플레이(CID)와 계기판용 클러스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에 제품 공급을 늘려나가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에서의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 BMW가 7시리즈 출시와 함께 스마트키에 소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디스플레이 키’를 선보이는 등 차량용 디스플레이 적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것도 중소형 OLED에 강점이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기도 기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카메라모듈, 무선충전, 발광다이오드(LED), 후방카메라, 무선차량통신(V2X) 등을 내세워 전기차 부품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자기유도방식과 자기공진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듀얼 타입' 차량용 무선충전 제품을 내놓으며 제품 업그레이드와 라인업 확대를 동시에 꾀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LG 한 직원이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해 업무용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LG

LG, 인력 재배치와 협업 통해 사업 역량 강화=LG도 LG전자(자동차부품)·LG화학(배터리)·LG디스플레이(차량용디스플레이)·LG이노텍(센서 및 LED)·LG하우시스(자동차 소재부품) 등 주요 계열사들이 전방위적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GM의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 개발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 핵심부품 11종을 공급하게 됐다. 이번에 공급하는 부품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비롯, 구동모터, 인버터, 차내충전기, 전동컴프레서, 배터리팩, 전력분배모듈, 배터리히터 등이다.

지난 2013년 7월 출범한 LG전자 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는 그동안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카오디오 등 인포테인먼트 제품군이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 공급을 계기로 다양한 부품에서 매출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쏠림 현상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와 티브이연구소(TVED) 등에 소속된 연구원들을 VC사업본부로 이동시키는 인력재배치 작업을 통해 내부 역량 강화에 나선 상태다. 또 최근 미국 반도체기업 프리스케일과 차세대 자율주행차용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핵심부품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등 협업을 통한 사업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LG화학도 차별화된 중대형 배터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으로의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0대 완성차 업체 중 6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가운데 배터리 공급계약 체결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성과로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도 내년부터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6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전지사업부문은 영업이익 102억원을 달성,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소형전지에서의 성과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는 중대형전지까지 힘을 보태면 실적에 날개를 달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다양한 형태와 사이즈의 LCD와 플라스틱 OLED 제품들을 선보이며 차량용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OLED에 전력하고 있어 향후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 내에서의 보다 다양한 콘텐츠 환경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차량용 맞춤형 패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OLED와 플렉서블 등의 적용으로 다양한 디자인 의 적용이 가능해지면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LG이노텍도 차량 전장부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면서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모터와 센서, 카메라모듈, 무선통신모듈, LED,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전력변환모듈, 후방카메라, 무선충전 등 보유하고 있는 전기차용 제품군만 20여종에 이른다.

지난 2007년 독자 기술로 개발한 브레이크잠김방지장치(ABS) 모터와 전자식 조향장치(EPS) 모터를 시작으로 차량 전장부품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또 LG하우시스도 범퍼와 시트 제품을 통해 차량용 부품 시장을 공략 중이다.

양대 그룹의 전기차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는 신시장 개척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자동차업계가 보유해 온 시장 주도권을 IT업체가 쥐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삼성과 LG가 향후 전기차 시장의 헤게모니를 놓고 애플과 구글과 경쟁하는 장면이 연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내연기관을 바탕으로 시장을 지배해 온 자동차업체들의 영향력은 감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반면 자동차의 IT화가 가속화되면서 IT업체들의 입김은 점점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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