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맛이 가자 전기차 시장 "열린다" vs "멀었다"
폭스바겐 사태로 기대감 올랐지만…업계 반응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려
최근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인해 디젤 차량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업계에서는 폭스바겐 사태를 전기차 시장 확대의 긍정 요인으로 보고 있는 반면, 정유업계에서는 지나친 낙관은 이르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이해관계에 따라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6일 LG화학 3분기 실적발표 기업설명회에서 김종현 LG화학 자동차전지 사업부장(부사장)은 “과거에는 전기차가 선택 사항이었다면, 지금은 필수적인 것으로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다”며 “폭스바겐그룹도 디젤차량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인해 떨어진 브랜드를 리브랜딩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책이 전기차화하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부사장은 “이는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전세계 자동차업체들의 공통된 전략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당연히 전기차 시장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시장조사업체 ‘B3’는 전기차 판매량이 2011년 100만대에서 2015년 678만대, 2020년에는 1000만대 이상으로 연평균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폭스바겐 사태가 겹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휘발유와 경유 등 내연기관 연료를 공급하는 정유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이 안정적으로 형성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를 보였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각광받는 이유는 한정자원인 석유 고갈에 대한 우려와 99%에 달하는 에너지 효율 때문”이라며 “그러나 배터리 가격과 인프라 구축 비용 등으로 인해 전기차 시장이 휘발유·경유 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 수준은 돼야 한다고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게다가 전기차가 에너지 고효율이라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아직 비용이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전기차용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을 만드는 업계에서는 환영할 수 있지만, 정작 완성차업체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차업체 입장에서는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완성차업체들이 자동차 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부분이 엔진인데, 전기차는 엔진을 빼고 배터리를 외부에서 납품받아 조립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완성차업체들은 EV(순수 전기차)보다는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더 선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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