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점포 도입에 은행vs전업보험사 '칼끝 대치'
방카25%룰 깨질라 '빅3 생보사' 위협…정치권 반대 '최대 변수'
“‘방카25%룰’ 깨지고 보험설계사들 길거리에 내몰릴 것이다.(전업계 보험사)”
“소비자편익에 맞춰 은행창구에서 서비스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은행계 보험사)”
복합점포 도입을 두고 은행계 보험사와 전업계 보험사 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복합점포는 은행과 보험, 증권 등 다른 업권의 금융사들이 한 점포에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갈등은 금융당국이 은행과 증권 중심의 금융사 복합점포에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시작됐다.
당장 은행창구에 고객을 뺏길 위기에 처한 전업계 보험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사 판매채널의 붕괴와 은행권 예속, 보험설계사들의 대량실업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농협·신한생명 등 은행계 보험사는 소비자들이 원스톱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판매채널을 확보해 ‘빅3 생보사’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NH농협생명에 쏠린 눈…'방카25%룰' 무너질라
보험업계의 시선은 NH농협생명이 다음달부터 시작하는 복합점포 시범운영에 쏠려 있다. 본격적으로 복합점포가 시행되면 촘촘한 지역 점포망을 활용해 단기간에 성과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농협생명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한 규정인 ‘방카25%룰’에서 2017년까지 자유롭다. 농협생명은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 당시 이 룰의 규제를 5년간 유예받았다. 유예 적용범위가 ‘지역농협’으로 한정됐지만, 지역 농민들과의 유대관계가 강점인 농협이다.
금융권에선 농협생명의 방카슈랑스 의존도가 절대인 상황에서 향후 농협금융지주 복합점포에서도 계열사 상품 밀어주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도 복합점포 내 보험지점 입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업 보험사들은 ‘방카25%룰’이 무너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복합점포를 3개로 제한해 2년간 시범운영해 본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전면 개방’으로 가기 위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업보험업계는 충분한 설명 없이 보험을 파는 ‘불완전판매’ 소지도 커져 소비자 피해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복합점포 확대와 함께 대출을 전제로 보험이나 투자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가 성행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4대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업종에 따라 반대하는 쪽도 있지만, 금융당국에서도 전면적인 복합점포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편익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8월부터 복합점포가 문을 열더라도 금융지주사당 3개 이내로 운영되면서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40만명 보험설계사 편에 섰다 "복합점포 안돼!"
복합점포에 보험판매 여부가 뜨거운 감자가 된 또 다른 이유는 수십만명에 달하는 설계사의 생계가 달려있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에선 복합점포가 확대되면 보험설계사들이 설 자리도 줄어들어 대량 실업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정윤 한국재무설계 대표는 “복합점포에 보험사가 입점하면 보험사 채널이 붕괴하면 43만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가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40만 표심’을 향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여야는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보험사의 복합점포 입점을 금지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련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 발의를 검토 중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보험사 복합점포 입점은 무산된다.
이와 관련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 “복합점포는 보험설계사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고, 같은당 김을동 의원도 “보험설계사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복합점포 추진에 있어서 이해득실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보험을 복합점포에 포함할 경우 금융회사들이 자사 상품만 권고하고, 꺾기를 강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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