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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버스요금 '오락가락' 서울시 "처음부터 잘하지"


입력 2015.07.10 17:46 수정 2015.07.10 17:57        하윤아 기자

"현금 내면 성인요금" 욕먹자 "청소년요금 구분할 것"

학생들 "20일만에 바꿀거면 충분히 검토후 시행했어야"

서울시가 10일 만 13~18세 청소년이 버스를 이용할 시 현금·교통카드 관계없이 '청소년 요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일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마을버스에 올랐다.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대자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당황한 학생은 교복 주머니를 다급하게 뒤적거렸다. 주머니 속에는 다행히 동전 몇푼이 들어있었다. 학생은 안도하며 요금통에 550원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이를 본 버스기사는 "버스요금이 올랐으니 1000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처 잔액을 충전하지 못해 2배 정도의 금액을 내야하는 학생은 곧 울상이 돼 버렸다.

서울시가 지난달 27일부터 새롭게 시행된 버스요금 정책과 관련,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지난달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중교통 기본요금 조정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시는 교통카드 이용 기준으로 청소년 요금을 이전과 동일하게 책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청소년이 버스를 이용할 때 현금에 한해서는 일반요금과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 이유에 대해 시는 "버스 이용 시 신분 확인 등으로 운행지연이나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통카드 이용률이 99%에 이르고 있어 현금 이용 시 일반요금을 적용하더라도 실질적 요금 부담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청소년의 카드요금은 이전과 동일하게 적용됐지만, 현금요금은 일반과 동일하게 책정되면서 △간지선버스 1000원→1300원 △광역버스 1800원→2400원 △순환버스 800원→1200원 △심야버스 1800원→2250원 △마을버스 550원→1000원으로 최소 300원에서 최대 600원까지 요금이 올랐다. 인상금액이 150~450원인 일반요금에 비해 2배가량 오른 셈이다.

이처럼 시는 현금요금에 한해 일반·청소년 구분 없이 동일하게 요금을 책정하기로 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돌연 현금요금에도 청소년 요금을 따로 구분해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버스요금 인상 정책이 시행된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버스요금 재조정 의사를 밝힌 것이다.

실제 서울시 관계자는 10일 '데일리안'에 "현금요금 특히 청소년의 경우에는 (요금)인상폭이 너무 크기도 하고, 또 교복을 입으면 일단 청소년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카드요금을 동결한 것처럼 현금요금도 명백히 청소년으로 보일 경우에는 청소년 요금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요금 재조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당초 계획에 대해 "신분을 확인하면서 시간이 지체되고 또 시비가 있고 해서 안전 운행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성인요금으로 받기로 한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문제 제기도 있었고, 그와 관련한 신문 보도도 있어 (버스요금 인상 정책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소년은 물론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서울시가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인상을 추진해 혼란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1학년생 정모 군은 이날 본보에 "처음에 결정을 할 때 미리 여러 의견을 수렴해가면서 금액을 맞춰야지, 논란이 되니까 이제와 고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시의 행정 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시청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전모 씨(55)도 "교복을 입었음에도 현금을 성인들하고 똑같이 내는 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부작용을 어느 정도 예상했을 텐데 그럼 처음부터 행정 처리를 할 때 제대로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모 씨(43)는 "버스요금이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바꾼다고 하면 헷갈리지 않겠나"라며 "정책을 만들 때는 처음부터 불만이 나올 것을 미리 생각하고 충분히 고민을 해봤어야 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다만 그는 서울시가 요금을 재조정한 데 대해서는 '다행'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일각에서는 '교복을 입은 청소년의 경우는 신분확인이 따로 필요 없는데 이로 인해 운행이 지연된다는 서울시의 설명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여러 차례 문제제기가 있었다. 아울러 현금요금의 경우 일반에 비해 청소년의 요금 인상폭이 과도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와 관련, 정태근 새누리당 성북구 당협위원장은 '청소년의 현금 승차요금 인하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시작된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에는 현재 3000여명의 청소년·시민들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교복을 입고 있거나 카드가 있는데 결국 잔액이 부족해 720원을 내면 되는 것을 1300원이나 내야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서명운동을 할 때 보면 학생들은 모두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 몇천원씩 소액으로 충전할 수밖에 없던 일부 학생들에게는 경제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상처를 크게 줄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원순 시장께서 그동안 소수자나 약자의 인권에 각별히 신경을 쓰셨으니 이 실상을 아시면 바로 고치실 것이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서울시가) 뒤늦게나마 심각성을 인정하고 고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지난 달 대중교통 요금조정 시, 청소년이 버스를 이용할 때 현금을 지불할 경우 '성인 요금'을 받도록 변경했던 것을 다시 현금·교통카드 관계없이 '청소년 요금'을 적용해 받는다"며 "단 요금조정 절차 상 버스업계 운임변경신고서가 접수·수리되고 10일이 경과된 후 시행돼야 하므로 이는 2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버스 이용 시 청소년의 현금요금은 △간지선버스 1000원 △광역버스 1800원 △순환버스 800원 △심야버스 1800원 △마을버스 550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시는 이어 "교복 착용 등 객관적으로 청소년으로 명백히 보이는 경우에는 신분증 제시 등 별도의 추가 신분 확인 없이 청소년 요금제(현금)를 적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 운행 지연이나 안전사고 위험 등을 예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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