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 선택한 박 대통령, 악수될까 묘수될까
보수 지지층 결집에 의혹 조기 차단 '양단수'
전문가들 "인사시스템 개편등 후속조치 있어야"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문건 유출' 논란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단호하게 "흔들림없이 가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정가에서는 그 발언의 배경과 발언이 미칠 파장 및 향후 정국에 대한 분석이 한창이다.
측근들의 권력다툼이 일부 드러난 만큼 '읍참마속'을 해야한다고 주장한 측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침묵하거나 관망했던 여당은 일제히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정치 공세를 중단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루머”라고 일축한데 이어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는 “찌라시”라는 단어까지 언급하며 수위를 한층 높였다. 특히 오찬 자리에서는 정윤회 씨와 ‘십상시’, 그리고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권력암투설 등을 직접 언급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확고하게 못 박았다. 그러면서 “겁나는 일이나 두려운 것도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거 없는 주장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확실하게 막고 국민들에게 자신이 국정을 주도하고 있다는데 대한 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논란이 잘못하면 박근혜 정권을 식물 정권으로 만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만약 이번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이 연일 침묵으로 일관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것. 의혹은 더욱 커지고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침묵하고 있는 청와대로 인해 눈덩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은 50, 60대 이상의 새누리당 지지층이 결집하게 만들었다"면서 "대통령 본인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지지층과 국민에게 호소함으로써 입을 다물고 있던 보수층이 결집해 목소리를 내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특히 박 대통령 지지층의 대부분이 감성적인 교감을 통해 지지를 보내는 경향이 강하다는 측면에서 김 소장은 “(이번 발언으로)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에게는 감정적으로 이입하고 공감하는 기류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박 대통령이) 자기를 따르는 사람을 안고 가고 있다"면서 "입장 표명한 것이 선을 긋고 터는게 아니라 부담이 많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정리를 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럴 때일수록 더 과감하고 공명정대한 인사시스템이 필요하다. 총리와 비서실장에 대한 교체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라며 "대통령이 과감하게 인사드라이브를 걸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국민대통합을 주장하기 전에 무당층, 중간층을 먼저 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적어도 이들에 대한 것만큼은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여기에서 만큼은 소통을 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통합은 진실되게 읽히지가 않는다. 지지했던 사람들에 대한 지키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 대통령의 발언 속에 녹아 있는 일명 ‘문고리 권력 3인방’에 대한 무한 신뢰가 결국 국민들과 맞서는 것처럼 보이고 또 박 대통령이 이들에게 크게 의지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 결코 득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기태 전 경기대 부총장은 "소위 3인방이 지속적으로 박 정권을 이끌어 간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면서 "정부란 의리로 뭉친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시대정신이 중요하다. 시대와 맞는 걸 해야 된다. 의혹이 있는 것만으로도 중상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인사들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권력의 핵심은 인사와 돈이기 때문에 결국 권력투쟁으로 인사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이라며 "모든 것을 본인이 틀어쥐려고 하면 안된다. 시스템을 통해서 사람을 봐야지 사람을 통해서 시스템을 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미현 소장은 “(3인방을 교체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박 대통령이 국정을 장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며 “3인방을 끌고 간다면 비서실장은 나가야 하고 아니면 향후 3인방을 견제하고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비서실장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정면 돌파의 타이밍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너무 이른 시기에 자신이 직접 나서면서 정쟁의 시비로 남을 수 있을만한 사건을 더욱 크게 키웠다는 것이다. 확실하게 선을 긋기 위한 입장 표명이 측근을 보호하려는 느낌을 주면서 오히려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가만히 놔두면 정쟁의 시비로 남을 수 있는 사건을 대통령이 너무 일찍 이야기를 해서 문제를 크게 만든 면도 있다”며 “특히 검찰 수사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오히려 의혹을 더욱 커지게 만든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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