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뉴엘' 부실대출 질타…은행권 일부 책임 인정?
<정무위>홍기택 산업은행장 "(대출심사) 미진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
권선주 기업은행장 "국제규칙 등에 따라 서류를 보고 거래"
국정감사에서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에 대한 은행권 부실대출 의혹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증인으로 출석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두 수장은 대출 과정에서 부실심사 의혹과 절차상 문제에 대해 일부 인정해 은행권의 여신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012년 말 모뉴엘의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은 여신을 회수하기 시작해 현재 피해가 없다"며 "하지만 산업은행은 그 시점부터 현재까지 1305억원을 빌려줬고 지난 5월에는 300억원 대출을 해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의원은 "특히 지난 5월20일 신규대출하면서 모뉴엘 신용등급 최고로 줬다"며 "신용등급 관련 자료를 받아 보았느냐"고 홍기택 산업은행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따져 물었다. 이 같은 질문에 홍 행장과 최 원장 모두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모뉴엘의 최근 3개년 현금운용을 보니 지난 2012년 133억원에서 지난해 15억원으로 급감했다"면서 "매입채무도 64억원 증가하고 거래처도 4곳에 전체 87%가 집중돼 있다"고 말하며 은행의 부실대출 의혹을 꺼내들었다.
이에 홍 행장은 "그 부분에 대해 미진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2012년까지 모뉴엘 주거래 은행이던 우리은행의 경우 과한 매출규모와 외상거래, 성장률 등이 수상해 850억원에 달하던 여신을 일찌감치 회수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은행이 충분히 위험을 인지할 수 있음에도 대출을 해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역보험공사에 보증서만 보고 대출한 것이 아닌가"라는 강 의원 질문에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국내 통관의 경우 자동적으로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 통해 선정 여부 확인한다"면서 "해외에서 해외 이동하는 채권에 대해 은행 신용장 통일 규칙이나 추심에 관한 국제규칙 등에 따라 서류를 보고 거래한다"고 대답했다.
권 행장은 '실제 거래가 오간 것을 확인할 수 없느냐'라는 물음에 "모뉴엘의 경우 자산이 3500억원이나 되는 외관법인"이라며 "외관법인 매출은 회계법인에서 여러 검증을 거쳐 정당한 검증 통해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서류'만 믿고 거액의 대출을 해준 게 아니냐는 지적에 일부분 인정한 셈이다. 이에 서류만 보고 보증서를 내준 무역보험공사와 이를 믿고 대출해준 은행 모두 부실대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모뉴엘 대출 과정에서 은행의 부실심사가 확인되면, 금융당국도 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모뉴엘 사태는 KT ENS 사기대출의 확장판"이라며 "정부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이 커진 것"이라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2년 국세청은 세무조사에서 모뉴엘 탈세혐의 확정하고, 추징했다"면서 "하지만 당시 탈루액만 추진했지 가공매출로 부당행위하고 있다는 것을 금융위나 금감원에 알리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처 간 칸막이가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이에 최수현 금감원장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모뉴엘이나 KT ENS 사태는 대한민국 금융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한편, 금감원이 파악한 10개 은행의 모뉴엘 여신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 총 6768억원이다. 이 중 2908억원은 무담보 신용대출로 이뤄졌고, 담보가 있는 3860억원 중 대다수 무역보험공사(3256억원)가 보증했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1508억원, 산업은행 1253억원, 수출입은행 1135억원, 외환은행 1098억원 국민은행 760억원, 농협 753억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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