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회장 4파전 압축…끝나지 않은 '내부인사론'
하영구, 김기홍 사표제출 배수진에 판세 '안갯속'
KB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KB금융이 오는 1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3~4인으로 후보군을 압축할 예정인 가운데 후보들은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특히 하영구 씨티은행 은행장과 김기홍 팬아시아리컨설팅 대표가 KB금융 회장 인선 경쟁에 올인하기 위해 현직에서 사표를 던지고 배수진을 치면서 판세는 안갯속이다.
당초 ‘내부출신 회장론’을 등에 업은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과 정권과 가까운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하 행장이 14년간 지켜온 행장 자리를 내놓으면서 판세는 안갯속이다.
금융권에서는 하 행장이 오는 2016년 3월까지 보장된 임기를 박차고 나온 것을 두고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 행장은 2001년부터 씨티은행에서 다섯 번 연임으로 최장수 은행장 기록을 쓰던 중이었다. 여기에 하 행장의 공시된 연봉은 28억87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정치권과 금융당국과의 사전교감이 없이 임기가 보장된 자리를 박차고 나왔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동걸 '친정부'딱지 발목 잡힐까…KB직원들 '내부인사' 기대 여전해
현재까진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후보군 가운데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권과 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역으로 이 때문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부회장이 친정권 인사로 평가받으면서 낙하산 논란을 불러올 여지가 있다”, “내부의 반발이 가장 큰 후보다”라는 등 이 전 부회장을 둘러싼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KB수장자리에 가장 근접한 후보라는 방증이다.
KB금융 내부는 분위기가 다르다. ‘KB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낙사한 인사에 있는 만큼, 이번이 ‘내부 승진’공식을 뿌리내릴 수 있는 기회라는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크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외부인사 회장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해질 경우 내부인사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국민은행 노조는 “차기 회장과 은행장은 내부출신 인사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직원 1만1287명의 서명을 이사회에 전달했고, 회추위에 참석해 “내부출신 회장에 대한 직원들의 열망을 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의 사퇴로 남아있는 내부 인사는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과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등 4명이다.
금융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지는 내부 출신 보다는 풍부한 경험을 쌓은 외부 인사쪽에 무게가 실린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의 의견을 종합하면 ‘회장=외부인사, 행장=내부인사’로 모아지고 있다.
회추위가 정권의 외압과 내부 압력 사이에서 KB사태를 수습할 새 수장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금융권은 KB의 선택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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