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부지 움켜쥔 현대차그룹, 하루 새 시총 8조 날려
중장기적으로 부지매입 따른 시너치 창출효과가 부정적 영향 상쇄
현대차그룹이 18일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최종 인수자로 확정됐다는 소식에 주가와 시총이 동시에 곤두박질쳤다. 주가는 10% 가까이 폭락했고 시총 규모도 하룻새 8조4000억원이 달아났다.
최종 낙찰직전까지 삼성전자와 줄다리기를 하던 현대차가 한전 본사 부지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주가에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일대비 2만원(9.17%) 내린 19만8000원에 거래됐다. 시총도 48조200억원에서 43조2800억원까지 떨어졌다. 현대차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기아차와 모비스도 주가가 7~8%로 동반 폭락했다. 현대차그룹 시총은 하룻새 8조4000억원이 줄어 90조7000억원에 육박했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한전 측에 내밀었던 최종 입찰가는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달했다.
이날 최종 낙찰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폭락한 배경에는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보유량에 비해 한전부지 낙찰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순현금 보유액 규모로만 따지면 이번 입찰 여파로 우려할만한 재무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현대차그룹의 순현금 보유액은 현대차가 17조4000억원, 모비스는 3조8000억원, 기아차는 2조7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의 참여 지분이 50%라고 가정하면 부담액은 5조275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낙찰금액이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4~5조원 보다 훨씬 높아 단기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지매입에 따른 무형가치와 시너지 창출 효과가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현대차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통합사옥이 필요했던 만큼 글로벌 비즈니스 타워를 건설함에 따라 브랜드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현대차의 통큰 입찰가격으로 한전 주가는 6%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며 최대의 수혜주로 등극했다.
한전은 매각 차익 전액을 부채 상환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조 규모의 본사 부지 매입 대금을 부채감축에 투입하게 되면 정부가 제시한 부채 감축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의 현재 연결기준 부채는 107조원에 이르고 개별기준 부채도 58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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