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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카드로 냈다고 수수료 내라는 나라 봤소?


입력 2014.09.12 13:42 수정 2014.09.12 13:45        윤정선 기자

지방세와 달리 신용공여기간 없어 수수료 납세자에게 전가

기재부 "세금은 금융채무, 대출이자로 보는 게 맞아"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가능성 거의 없어 보여

지난해 신용카드로 국세를 납부한 액수는 2조6225원으로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8년보다 63배 증가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신용카드 국세 납부가 급증하는 가운데 카드 결제시 1% 수수료를 납세자에게 물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신용카드 국세 납부를 사실상 대출로 봤다. 납세자에게 수수료 전가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로 납부된 국세는 2조6225억원으로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8년(407억원)보다 63배 급증했다.

신용카드로 국세를 냈을 때 발생하는 수수료 규모도 지난 2008년 6억원에서 지난해 26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발생한 카드수수료는 총 783억원에 이른다.

국세의 카드수수료는 1%다. 과거 최고 1.5%에서 두 차례 내려 1%까지 떨어졌다. 현행법에서는 이 같은 수수료를 납세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도록 하고 있다.

국세기본법을시행령 제26조를 보면 카드사는 납부대행용역의 대가로 납부세액의 1000분의 10 이내에서 수수료를 납세자로부터 받을 수 있다.

납부대행용역 업무를 맡은 금융결제원은 수수료 1% 중 330원을 챙긴다. 이 중 40원은 국고수납은행에 준다. 나머지는 카드사의 몫이다.

국세 신용카드 결제 흐름도(국세청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예컨대 납세자가 금융결제원을 통해 국세 10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납세자는 총 1010만원을 부담한다. 납부세액의 1%에 해당하는 10만원은 카드사가 챙긴다. 카드사는 10만원 중 330원을 금융결제원에 대행수수료로 준다. 일종의 밴 수수료 성격을 갖는다. 금융결제원은 이를 다시 쪼개 40원은 국고수납은행에 준다.

결국, 신용카드로 국세를 많이 낼수록 카드사만 배를 불리고 납세자 부담은 커지는 구조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현금유동성이 부족한 납세자가 세금을 적기에 납부하기 위해 사실상 연이자 12% 대출을 받는 꼴"이라며 "지방세처럼 국세 신용카드 납부에 따른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수수료율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자동차세, 재산세, 취득세 등 지방세의 경우 신용카드로 결제했다고 수수료를 납세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자체도 받지 않는 수수료를 중앙정부가 걷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같은 세금인데 카드결제 이유만으로 국세가 지방세와 달리 수수료를 물리는 이유는 세액의 입금 시점과 관련 있다.

지방세를 카드로 납부하면 카드사는 최장 40일까지 입금을 유예받는다. 이 기간에 카드사는 돈을 굴릴 수 있기 때문에 납세자는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국세는 국고금관리법에 따라 곧바로 자금을 입금해야 한다. 카드사 수익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연도별 국세 신용카드 결제 규모(박명재 의원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결과적으로 납세자에게 수수료를 물리지 않거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선 법을 개정하거나 수수료를 내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기재부는 납세자에게 수수료를 전가하는 것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신용카드로 물건을 살 때 카드이용자가 수수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국세 카드수수료가 엉터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건 사실과 다르다"면서 "세금은 서비스 대가나 물건 값이 아닌 일종의 금융 채무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용카드로 국세를 납부하는 것은 대출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면서 "결국 납세자가 부담하는 1%는 카드수수료가 아닌 대출이자에 가깝다"고 대답했다.

차선책으로 꼽히는 수수료 인하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세 카드수수료가 과거 1.5%에서 1%까지 내린 상황"이라며 "이를 추가로 0.7%까지 내리는 방안이 거론되긴 했지만, 카드사들이 반발해서 무산됐다"고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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