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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응답하라, 2012"


입력 2014.09.04 13:20 수정 2014.09.04 13:23        김재현 기자

외환은행 노조 임시조합원총회 관련 조합원 및 지점장 보복발령 도화선 법적 다툼 공방

'2·17 노사정 합의' 당사자간 이해관계 회복 위해 금융당국 전면에 나서야

외환은행 본사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는 외환은행 경영진 모습.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이 수면위에 오르면서 파고가 거세지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조기통합론을 거론한 후 김한조 외환은행장까지 가세하면서 외환은행 노조와의 마찰이 법적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외환은행측이 임시조합원총회에 조직적 방해로 끝내 무산됐다는 노조측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노사간 갈등이 '내홍'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일 외환노조는 서울 강서구 소재 KBS스포츠월드에서 임시조합원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총회 성원을 위해선 5000여명의 조합원 중 3분의 2이상인 3300명을 넘어야 했지만 참여인원은 1500여명에 불과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조합원들에게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찬반 의견을 묻는 첫번째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노조측은 정당하고 합법적인 조합활동에도 불구하고 사측의 집요한 방해로 총회가 무산됐다며 전면적인 법률적인 전면투쟁을 예고했다.

반면 사측은 이날 총회를 실질적인 파업으로 간주하고 노조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쟁위조정 기간에 이뤄지는 근무시간대의 총회는 사실상 파업이며 전국 점포의 조합원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 자체가 영업이 지장을 주는 행위라는 것.

이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하나-외환은행간 조기통합의 기다긴 줄다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왜 노조는 대화를 거부할까?

김 행장은 최근 금융위원회의 외환카드 분사 승인을 이유로 "카드분사 승인으로 2·17 합의서 위반이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노조와의 대화를 촉구했다.

김 행장은 "더 이상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맡기지 말고 노사간 회심탄회한 대화만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측은 일언반구 대화의 가치가 없다며 응답을 거절했다. 지난 2012년 2월17일 작성한 노사정 합의서 체결을 내세웠다.

2·17 합의서는 노(勞)를 대표하는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사(社)측을 대표하는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 외환은행 윤용로 행장 그리고 정(政)을 대표하는 금융위원회 김석동 전 위원장이 외환은행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5년동안 독립법인으로 인정하고 이후 상호 합의를 통해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협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종의 약속이다.

노조측 관계자는 "노조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인 사전 합병 추진은 2.17 노사정 합의서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며 "금융당국도 참여한 노사정 합의서마저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사측과 어떤 타협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통 회사간 합병 때 구조조정 등 노사간 지킬 도리에 대해 합의서를 체결한다. 이를 노사합의서라 한다. 그런데 회사간 합병에서 정(政)이 참여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먹튀' 론스타를 거론할 수 밖에 없다.

미국계 론스타는 지난 2003년 1조3832억원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했다. 우리의 경우 금산분리를 시행하고 있다. 산업자본(은행법에서 비금융주력자)은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법규정으로 강제한다.

산업자본은 예외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론스타는 예외승인 받아 외환은행 주식 51%를 취득했다. 부실 이유를 들어 외환위기 재연을 막기위해 금융당국이 예외 승인을 내준 것이다.

론스타는 이후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배당금으로만 1조2130억원을 회수했다. 배당금 뿐만 아니라 하나금융지주에 지분을 매각한 금액을 합하면 4조원 이상 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암울했던 론스타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환은행은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왔던 국외영업과 외국환, 기업금융의 역량을 회복하기 위한 몸부림을 쳤다. 물론 하나금융에 인수돼 '불안한 한지붕 두가족'이 되며 직원들의 박탈감은 컸지만 자부심만이 그들을 지켜줬다.

결국 금융당국도 사회적 합의 차원에서 하나금융과의 합병을 위해 2·17 합의서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왜 조기통합을 외칠까?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통합은 대박"이라면서 조기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조기통합으로 2년간 1조원의 시너지를 낼수 있다고 했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따른 시너지는 연간 3121억원으로 분석했다. 비용절감과 수익 증대 시너지가 각각 연간 2692억원, 428억원으로 5년간 연 평균 3121억원의 시너지를 도출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기통합의 명분은 수익성 악화 이유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수익성이 경쟁 은행과 비교할때 훨씬 빠른 속도로 악화돼 생존 기반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행 수익·비용 구조 추이가 유지되는 경우 연 20%씩 당기순이익이 감소돼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과 견줘 38% 급감했다. 신한, 우리, KB, 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모두 4조4950억원이다. 전년도 기록한 7조3077억원에 비해 2조8127억원이 줄어들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순이자마진이 줄어들고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탓에 충당금 적립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나금융은 933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반면 신한은행의 순이익은 1조9028억원으로 반절 가까운 차이를 냈다.

이런 사정에 투뱅크(Two-Bank) 체제의 비효율적인 운영보다 조기통합만이 타 은행과의 경쟁 선점과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명분이냐, 약속이냐

수익성 악화라는 명분이 약해졌다. 하나금융이 발표한 올 상반기 경영실적을 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익은 각각 5562억원, 31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때와 비교하면 각 3443억원, 1955억원으로 60%이상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올해 6월30일 기준 총자산은 194조2000억원으로 전년 12월31일 기준 보다 6.8% 성장했다. 외환은행은 146조9000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8.5% 성장했다.

이런 명분으로는 사회적 합의 성격인 '2·17 노사정 합의'를 뒷전에 미룰 정도로 시급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은행되찾기 범국운동본부(이하 범국본) 관계자는 "노사정 합의는 대주주인 하나금융과 정부대표인 금융위원장까지 참여한 그야말로 사회적 합의였다"며 "하나금융측이 내세운 합병사유들은 약속을 위반할 정도로 급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욱 갑작스레 터져나온 조기통합론은 불순한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은 론스타에 대한 다양한 법률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2조5000억원을 돌려달라며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진행 중이다. 론스타는 산업자본임이 법원을 통해 확인돼야만 한국정부가 ISD 소송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 조기통합이 실행될 경우 그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ISD 분쟁에서 우위에 점하려면 론스타가 우리나라 금융감독 원칙을 유린하면서 자격도 없이 은행을 인수했다는 점"이라며 "중요한 것은 론스타의 산업자본 해당 여부"라고 지적했다.

산업자본을 문제 삼으면 금융당국이나 정부가 스스로 론스타를 산업자본을 인정하는 셈이 되고 이를 피해가자니 론스타 ISD분쟁이 벼르고 있고 '사면초가' 형국이다. 자칫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 만날 수 있다.

조기통합을 놓고 사측과 노조측은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당사자간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

더욱 임시조합원총회와 관련해 외환은행 사측에서는 조합원 26명과 6명의 지점장에게 보복 발령을 내면서 전면적인 싸움으로 확산되고 있어 가혹한 결과만 초래할 공산이 크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하나-외환은행간 조기통합에 대해 "약속은 지켜야 하며 하나지주의 통합추진은 외환은행 노조의 합의를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들의 갈등은 쉽게 봉합돼 보이지 않는다. 서로 등돌리며 법적 다툼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조기통합은 커녕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이제 공은 2·17 합의의 당사자 중 하나였던 금융당국에게 넘어갔다.

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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