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이 호갱으로" 카드 할부 연체의 그늘
정상수수료와 달리 신용등급, 할부개월 수 전혀 고려하지 않아
카드사마다 연체 수수료 인하 경쟁 전무…금리 산정 기준 없어 보여
정상수수료 반영한다고 해더라도 기준 높게 잡아
신용카드 할부 연체수수료가 업계간 경쟁 없이 고금리로 책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카드사의 연체기간에 따른 금리차이는 0.4%P에 불과했다. 카드이용자가 돈을 빨리 갚도록 하는 유인책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얘기다.
또한, 몇몇 카드사는 회원의 신용등급이나 할부서비스 이용개월 수에 따라 연체수수료를 달리했지만, 기준을 높게 잡아 정작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금리차이도 1%를 넘지 않았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의 신용카드 할부 연체이자율은 최저 21%에서 최고 25%까지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롯데카드를 제외하고는 이전 할부수수료를 반영하지 않고 연체기간별 수수료를 일괄 적용하고 있다.
저신용자가 90일 이상 연체했을 때를 기준으로 할부 연체수수료가 가장 높은 카드사는 신한카드와 하나SK카드, 롯데카드다. 이들 카드 3사는 지난달 시행된 이자제한법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최고 연체이자율인 25%를 적용하고 있다.
국민카드의 경우 할부 연체수수료가 23.9%로 가장 낮다. 하지만 최저 할부 연체수수료와 차이는 불과 0.4%P다. 기간에 따른 금리차이를 거의 두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국민카드와 하나SK카드, 현대카드, 우리카드 등은 연체기간별 할부수수료를 일괄 적용하고 있다. 카드이용자의 연체 전 신용등급이나 할부 이용개월 수를 전혀 연체수수료에 반영하고 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컨대 국민카드 최우수 회원의 할부 수수료율은 4.3%다. 만약 해당 회원이 하루라도 연체했을 경우 23.5%의 할부수수료를 적용받게 된다. 이전 수수료보다 하루아침에 5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카드사가 마찬가지다.
카드이용자의 연체 전 금리를 반영한다고 해도 금리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또 기준을 높게 정해놓는 경우가 대다수다.
롯데카드의 경우 연체 전 금리 15%를 기준으로 연체수수료를 차등적용하고 있다. 할부서비스를 이용하기 전 15% 미만 금리를 적용받았다면 할부 연체수수료는 최저 23%에서 최고 24%다. 그 이하는 최저 24%에서 최고 25%까지 적용받는다.
하지만 지난 5월 말 기준 롯데카드 회원 중 무이자할부를 제외하고 15% 미만 금리혜택을 받을 수 있는 회원은 전체 5% 수준에 불과하다. 이자를 내고 할부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대부분 연체했을 때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다는 얘기다.
이 같은 문제가 생긴 이유는 할부수수료를 처음 책정할 때 신용등급과 할부 이용개월 수를 반영하는 반면 연체수수료에는 이를 거의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영하더라도 미미한 수준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하루라도 연체했다는 이유만으로 신용등급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처럼 할부수수료도 크게 높아지게 돼 있다"면서 "이는 할부 연체수수료가 정상수수료와 달리 신용등급을 거의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할부 연체수수료가 일정한 기준 없이 책정되고, 카드사간 금리 경쟁이 일어나지 않아 금리인하 요인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별 연체수수료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특히 이자제한법 적용 당시 카드사들이 금리를 낮춘 것은 연체수수료가 일정한 기준 없이 책정된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15일부터 개정된 이자제한법에 따라 최고 연체수수료는 25%로 제한했다. 당시 일부 카드사는 종전 연체수수료 29%에서 4%P까지 떨어뜨리며 부랴부랴 25%를 맞췄다. 일정한 기준 없이 연체수수료가 책정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카드사 할부 연체수수료는 따로 비교공시가 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할부 연체수수료를 비교하기 위해선 각 카드사에 문의하는 방법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적용하면서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의 대출금리를 손봤다"면서 "하지만 기대보다 금리인하폭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리산정에 감독당국이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지만, 할부 연체수수료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이와 관련 "할부 연체수수료에 이전 수수료가 반영되고 있지 않다"면서 "시간을 두고 지켜볼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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