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 학생들 "해경, 가만히 바라보기만"
세월호 승무원 공판서 법정증언 나서 "책임자 처벌" 호소
“아무래도 승무원이나 선장이 저희보다 지식도 많고 하니까 믿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 말(‘가만히 있어라’) 믿고 계속 기다렸던 것 같아요.”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28일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단원고 생존학생 6명은 이날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형사 11부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서 당시 처참했던 사고 현장에 대해 증언했다.
이날 재판부는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대부분 안산에 거주하고 있어 사고 후유증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그동안 재판이 열린 광주가 아닌 안산에서 재판을 열기로 결정했다. 다만, 당초 재판부는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화상증언을 진행키로 했으나 학생들 중 일부는 친구들과 함께 증인석에 앉아 법정 증언을 하길 원해 직접 법원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이날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법정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울먹이듯 떨리는 목소리로 어렵게 답변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도 해당 학생에게 “손을 계속 잡고 있어도 된다”면서 변호사 측의 일부 질문에 대해서도 “그건 하지마시라”며 학생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학생들은 세월호 사고 당시 배를 탈출하는데 승무원이나 해경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해 이와 관련, 또 다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4층 선미 쪽 왼편 SP1 선실에 머물던 A양은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90도로 섰다”면서 “옆에 있던 출입문이 위로 가 구명조끼를 입고 물이 차길 기다렸다가 친구들이 밑에서 밀어주고 위에서 손을 잡아줘 방에서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A양은 또 “선실에서 나와보니 비상구로 향하는 복도에 친구들 30여명이 줄을 선 채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구조대가 오지 않아 한명씩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내가 뛰어든 후 파도가 비상구를 덮쳐 나머지 10여명의 친구들은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A양과 같은 선실에 있던 B양 등 4명도 친구들끼리 서로 도와 A양과 같은 방법으로 탈출했으며 이 과정에서 승무원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다.
B양은 “손 닿으면 닿을 거리에 있던 고무보트에 탄 해경은 비상구에서 바다로 떨어진 사람들을 건져올리기만 했다”면서 “비상구 안쪽에 친구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는데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친구를 만나러 선체 중앙 왼편 B22 선실에 갔던 C양도 “배가 기울어져 위쪽에 위치한 오른편 선실에서 누군가가 커튼으로 만든 줄을 던져줘서 탈출했지만 도움을 준 사람이 승무원이나 해경은 아니었다”고 또렷이 말했다.
학생들 “책임자 처벌해 달라” 입모아 호소
또한, 증인으로 출석한 학생들은 재판부를 향해 승객을 버리고 먼저 배에서 탈출한 승무원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한 학생은 “우리는 (사고 대응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었고, 처음 탑승 당시에도 (사고가 나면) ‘어디로 나가라, 어떻게 하라’는 교육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피 방송이 나왔다”며 “(그래도) 승무원이나 선장이 우리보다 지식도 많고 하니까 믿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 그래서 그 말 믿고 계속 기다렸던 것 같다. 방송에서 선실이 더 안전하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사고 당시) ‘나가라’는 방송과 함께 (어른들의) 도움이 있으면 정말 충분히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우리끼리도 도와서 나갔는데, 어른들이 도와주면 (충분히) 나갈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하는 등 학생들은 입을 모아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한편, 이날 학생들은 앞서 오전 9시 45분경 버스를 타고 법원에 도착했으며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 일반인과 취재진의 접근을 엄격히 통제했다. 또한, 법정 주변에는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의료진과 119 구급대원 등이 대기했으며 법원은 학생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침대와 테이블 등이 놓인 휴게실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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