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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유출 우려에 고객 으리 못지킨 '평생계좌번호'


입력 2014.07.18 16:21 수정 2014.07.18 16:26        이혜진 기자

평생계좌번호 지정 서비스, 쉬운 계좌번호 금융거래 편의 높여

전문가 대다수 “정보보호에 취약”…은행들 서비스 제공 꺼려

예금주들이 은행 창구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A 씨(25·여)는 은행에 다니는 친구에게서 휴대폰번호를 계좌번호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평생계좌번호 지정 서비스’를 소개 받았다. 계좌번호를 외우지 못해 큰 불편함을 겪던 A씨는 친구의 말에 바로 주거래 은행을 찾았다. 앞으로 은행업무가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감에 부푼 A씨, 그러나 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됐다. “개인정보보호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해당 서비스는 중단됐다”는 은행측의 답변이 돌아왔다.

고객들의 편리한 금융거래를 돕기 위해 마련된 평생계좌번호 지정 서비스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에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 은행이 '평생계좌번호 지정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에 노출된 까닭이다. 다만 일부 은행에서만 ‘평생계좌번호 지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평생계좌번호 지정 서비스’는 자신이 원하는 계좌번호를 제2의 계좌번호로 사용하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하나의 통장에 두 개의 계좌번호를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고객들은 통장 발급 시 부여받는 고유 계좌번호를 따로 외우고 있지 않아도 고객 자신의 핸드폰 번호나 생년월일 등을 이용해 ‘평생계좌번호’로 만들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지난 2005년 가장 앞서 도입한 후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기업은행은 고객에게 원하는 숫자 10~11자리를 계좌번호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창구에서 통장 개설 고객에게 일일이 평생계좌번호 사용을 권유하는 등 홍보에 신경 쓰고 있다”며 “11자리인 휴대폰번호를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고객은 휴대폰번호를 입출식 통장의 ‘입금전용’ 계좌번호로 설정할 수 있다. 계좌와 같은 명의인 휴대폰 번호가 준비돼있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출금할 때는 고유 계좌번호를 이용해야 한다.

이 서비스가 10년 가까이 장수하면서 고객편리 서비스로 각광을 받았지만 편리함 보다 위험성에 부딪혀 운영이 중단될 운명에 놓였다.

일부 시중은행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조합해 계좌번호를 만들면 편리하겠지만 그만큼 위험성이 높아진다”며 “최근 개인정보유출이 크게 문제가 된 상황에서 굳이 서비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은행들이 ‘보안 강화’에 신경을 쏟고 있는데, 굳이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한 서비스를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IT보안 전문가는 “계좌번호가 유출됐을 경우에는 해킹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계좌번호와 휴대폰번호가 같을 경우 결과적으로 두 가지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이라며 “고객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지만 개인정보 보호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당 서비스 제공 은행측 관계자는 “은행은 고객 편의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이를 활용할지 말지 선택하는 것은 고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hattch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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