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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장보리', 막장? 묘하게 끌리네


입력 2014.07.17 10:06 수정 2014.07.21 10:04        부수정 기자

진부한 이야기·자극적 설정 불구 시청률 고공행진

선·악 구도로 긴장감 극대화…출연진 호연 '한몫'

MBC 주말드라마 '왔다!장보리'가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 MBC

'막드의 귀재' 김순옥 작가의 힘일까.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가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안방극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14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한 '왔다! 장보리'는 시청률 20.2%(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수도권 시청률은 20.7%다.

최근 안방극장이 '대박 드라마 실종'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이러한 성적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자극적인 설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어렸을 때 친엄마의 악행을 목격한 후 사고를 당해 모든 기억을 잃은 장보리(오연서)가 야반도주 중인 도씨(황영희) 모녀에 의해 길러지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내용을 담는다. 한국 드라마, 특히 일일극과 주말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스토리다.

또한 방송 초반부터 등장인물들의 불륜, 음모, 악행 등을 내세워 '막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뚜렷한 선악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한복 명가 비술채 침선장 자리를 놓고 대립하는 맏며느리 옥수(양미경)와 둘째 며느리 인화(김혜옥)가 첫 번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성격부터 극과 극이다.

옥수는 '사람을 위해 옷을 만들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지닌 따뜻한 인물이다. 반면 인화는 침선장이 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욕망의 아이콘이다. 두 사람의 갈등과 대립은 긴장감을 극대화 시켜 시청자들을 끌어당긴다.

또 다른 갈등의 주인공은 인화의 친딸과 양딸, 장보리와 연민정(이유리)이다. 두 사람은 도혜옥(황영희) 밑에서 자란 의붓자매로 정반대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 연민정은 출세를 위해 남자친구를 배신하고, 아기까지 버린 악독한 여자다. 공교롭게도 민정의 아기를 보리가 키우게 되면서 또 한 번 얽히고설키게 된다.

보리는 '무한긍정'의 아이콘이다. 힘든 일이 닥쳐도 씩씩하고 민정의 아이를 친딸처럼 키우는 착한 캔디 캐릭터다. 무엇보다 그녀 곁에는 완벽한 남자 '찌끄레기 검사' 이재화(김지훈)가 있다.

재화는 보리가 민정의 음모로 코너에 몰릴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모든 일을 해결해 준다. 보리의 딸 비단(김지영)에게는 아빠 노릇을 하는 순수한 남자다. 외모, 능력, 성격 빼놓을 것 없는 '왕자님'인 셈이다.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캔디녀와 재벌남의 사랑으로 로맨스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는 평가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장보리'가 시청률 20%를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 MBC

오연서의 차진 전라도 사투리 연기 또한 인기 비결이다. 사실 사투리 연기는 어렵다. 어설프게 하면 바로 비난의 화살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연서의 입에서 나오는 사투리는 입에 착착 감긴다. 시청자들은 "오연서 사투리 듣는 재미로 본다", "유독 귀에 쏙쏙 들어온다", "캐릭터와 잘 부합된다"라며 호응했다. 오연서의 경쾌한 사투리는 자칫 어둡게 흘러갈 뻔한 극의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대본을 집필하는 김순옥 작가의 힘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김 작가는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등 주로 막장 드라마를 썼다. 김 작가의 작품에는 자극적인 소재와 말도 안 되는 우연이 남발된다. '아내의 유혹'에서는 남편에 대한 복수로 점 찍고 돌아온 민소희를 부각했고, '천사의 유혹'에서는 복수를 위해 전신성형을 감행한 남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두 작품은 '막장' 이라는 비난에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이 리모컨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는 게 김 작가의 매력이다. 김 작가는 특히 극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한 회에 갖가지 사건과 웃음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려 균형감 있게 극을 이끄는 것이다.

연출은 맡은 백호민 PD 또한 '욕망의 불꽃'과 '메이퀸'을 통해 시청률에서 재미를 본 감독이다. 시청률이 보장된 작가와 PD의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드라마 게시판에는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 글이 아직도 많이 보인다. 그럼에도 '시청률 20%'는 '왔다! 장보리'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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