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 윤아, 우에노 주리 극복할까?
캐스팅 논란 속 원작 캐릭터와 비교 부담 '걸림돌'
연기력 논란 잠재우며 진짜 '배우'될 절호의 기회
비로소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의 라인업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 마지막 퍼즐이던 타이틀롤인 여주인공 ‘노다 메구미’ 역할로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가 캐스팅된 것.
이미 노다메의 상대역인 ‘치아키’로 주원이 캐스팅돼 있고 세계적인 지휘자지만 실제로는 변태에 가까운 ‘슈트레제만’ 역할에는 백윤식이, 그리고 가정 형편으로 음악을 포기할 뻔한 콘트라베이스 단원 역할로는 도희가 캐스팅됐다.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해 다양한 캐릭터의 배우들이 많이 필요한 드라마지만 우선 기본적인 뼈대에 해당되는 배우들은 캐스팅이 마무리됐다.
온라인에선 윤아의 캐스팅 소식이 거듭 화제가 되고 있다. 윤아의 노다메를 기대하는 네티즌들도 많지만 우려의 목소리 또한 크다. 게다가 원작의 우에노 주리와 윤아를 비교하는 네티즌들도 많다. 사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국내에도 팬들이 많은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터라 누가 캐스팅 됐을 지라도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할 과정이긴 하다.
먼저 우에노 주리가 어떤 배우인지를 살펴보자. 우에노 주리는 일본 영화 가운데서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데뷔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끈 영화로 정식 개봉 이후 팬들의 열화와 같은 요구로 DVD가 출시된 이후 또 다시 독립영화를 주로 개봉하는 극장에서 재개봉한 바 있는 영화다.
DVD로 쉽게 집에서 볼 수 있으며 이미 본 관객들이 극장에서 다시 관람하기 위해 객석을 채우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당시만 해도 우에노 주리는 신인 배우로 영화에서도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조연이었다.
이듬해인 2004년 '스윙걸즈'에서 우에노 주리는 주인공을 맡는다. 방학임에도 보충 학습을 받는 낙제생인 고교생들이 모여 전염병에 걸린 합주부를 대신 할 스윙밴드를 결성하는 내용의 이 영화를 통해 우에노 주리는 확고하게 주연급 배우로 발돋움한다.
우에노 주리는 색소폰 주자 역할을 맡았고 이후 실제로 영화 출연 배우들로 결성된 스윙밴드는 공연을 가질 만큼 일본 내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사실 우에노 주리는 가수 지망생이었다. 패션 잡지사에서 모델 모집 기사를 본 언니의 추천으로 응시해 모델 에이전시에 들어간 우에노 주리는 노래와 춤을 하는 가수를 꿈꿨지만 당시 모델 에이전시 사장은 우에노 주리에게 배우에 더 어울린다고 추천했다. 게다가 배우를 전문으로 하는 소속사를 소개해주기도 한다.
그렇게 배우가 된 우에노 주리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스윙걸즈'를 통해 2000년대 중반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로 발돋움한다. 국내에서도 팬층이 생겼고 아오이 유우와 함께 한국 내 일류를 대표하는 스타가 된다.
이후 아오이 유우가 우익 논란에 휘말린 틈을 타 우에도 주리가 국내에서 대표적인 일본 스타로 발돋움한다. 물론 여기에선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 메구미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렇다고 우에노 주리가 곧바로 '노다메 칸타빌레'로 스타가 된 것은 아니다. '스윙걸즈' 이후 우에노 주리가 아오이 유우에 밀리는 양상을 보인 까닭은 그가 흥행을 목표로 한 영화보다 독립영화에 주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웃음의 대천사' '행복의 스위치' 등이 대표적인 영화인데 일본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이 넘쳐나는 영화들이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에 함께 출연하며 잠시 접점을 보인 아오이 유우는 이후 흥행작 위주로 활동하며 일본 극우주의를 표방하는 영화에도 출연했고 국내에선 우익 논란에 휘말리게 된다.
독립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며 자신만의 연기 색깔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 우에노 주리는 2006년 영화 '무지개 여신'에 출연하며 멜로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다. 상업영화계로 돌아온 우에노 주리는 이 작품에서 다시 만난 아오이 유우를 만나지만 훨씬 더 연기 폭이 깊고 다채로운 배우로 성장해 있음을 입증시킨다. 그리고 화제의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 출연하게 된다.
아무래도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노다 메구미’ 역할을 맡은 윤아와의 비교가 불가피하다. 윤아는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으로 연기 경험도 풍부하다. 주말 드라마 ‘9회말 2아웃’에 조연급 배우로 데뷔해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를 통해 역시 조연급이지만 아줌마 팬들에게 눈도장을 받으며 연기돌로 자리를 굳힌 윤아는 ‘사랑비’ ‘총리와 나’ 등을 통해 주연급으로 거듭났다.
다만 조연 시절보다는 주연 시절에 빛이 덜 나는 게 사실이다.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곤 있지만 매력적이진 않다. 또한 제대로 된 연기력을 선보일 만한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다.
인기 걸 그룹 멤버로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오른 그는 연예계에서 지내는 내내 최고의 스타였다. 가수를 꿈꾸며 모델 에이전시에 들어갔다가 사장의 권유로 소속사를 옮겨 조연으로 시작해 독립영화계를 거치며 탄탄한 연기력을 쌓은 우에노 주리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 ‘노다 메구미’는 분명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또한 만화스러운 설정을 잘 살려내는 코믹 연기가 절실하다. 예쁜 걸로는 결코 뒤지지 않는 윤아지만, 이번에는 적절히 망가져야만 한다. 윤아가 제대로 망가지며 노다메의 모습을 완성해낼 수 있다면 그 동안의 연기력 논란을 잠재우며 우에노 주리 못 지 않는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윤아의 선택은 분명 옳다. 준비된 여배우라면 노다메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를 놓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피할 수 없는 우에노 주리와의 거듭된 비교에서 밀리는 모습만 보이고 만다면 배우로서의 윤아는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다. 뭐 독이 든 성배랄까.
윤아에게 더욱 부담스러운 부분은 심은경과의 비교다. 심은경은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의 여주인공으로 거론됐지만 영화와 스케줄이 겸쳐 출연을 포기했다. 벌써부터 온라인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의 여주인공으로 윤아보다 심은경이 더 어울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심은경은 영화 '써니'와 '수상한 그녀' 등에서 만화적인 설정의 코믹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두 편 모두 흥행 성적도 좋았다. 특히 올해 개봉한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은 영혼은 칠순 할매이지만 몸은 스무 살 꽃처녀인 ‘오두리’ 역할을 맡아 만화적인 설정의 코믹 연기를 재대로 소화해낸 바 있다.
게다가 심은경은 어린 나이답지 않게 클래식 마니아로 알려져 클래식을 공부하는 음대생들을 주된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접점도 많은 배우다.
결국 윤아는 원작에 등장하는 일본 배우 우에노 주리는 물론이고 같은 배역으로 이름이 거론됐던 심은경과도 비교되는 상황에서 한국판 ‘노다네 칸타빌레’에 출연하게 됐다. 과연 윤아가 이런 비교의 시선을 잘 헤쳐 나가며 한국의 노다메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을지 방송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