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공판, 원장님도 모르는 ‘원장님 말씀’
16일 공판서 “직원이 써준 대로 읽었다”며 구체적 지시 부정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을 지시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63) 재판이 10개월 만에 열렸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은 16일 피고인 심문에서 혐의의 핵심 증거인 ‘(국가정보)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반영해 대선에 개입하여 게시글·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은 국정원 간부가 참석하는 내부 회의인 부서장 회의의 녹취록이다. 이 문건에 대해 원 전 원장은 “직원이 써준 대로 읽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원 전 원장은 "직원이 회의 전 모두발언을 작성해 책상에 올려놓는다"며 "그냥 보고 읽을 때도 있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회의 논지에 따라 내가 일부 내용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대체로 직원들이 먼저 정리해주지 않으면 어떤 부서에서 무엇을 하는지 원장이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대해 "직원들이 원장님 말씀을 열람할 수 있다는 것도 퇴직 직전 언론 보도를 보고서 알았다"고 말했다.
'원장님 말씀'에는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 핵실험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의 교육 자료를 학교나 군대에 배포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국정원이 제대로 활동하면 이명박정부의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30일 원 전 원장 결심 공판을 진행한 후 7월 말 선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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