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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거리응원 딜레마…어떻게 해야 하나


입력 2014.06.05 09:51 수정 2014.06.06 16:22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대규모 조직적 응원보다 지역별로 추도 의식 후 소규모 응원 의견도

월드컵 응원 즐길 권리 막을 수 없지만 세월호 참사 감안은 공감

월드컵 거리응원이 펼쳐졌던 서울광장. ⓒ 연합뉴스

6.4 지방선거도 막을 내렸다.

정치권은 그 결과에 담긴 국민의 뜻을 헤아려 향후 정국운영에 대한 전략을 짜는데 고심하겠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지방선거의 종료는 본격적인 월드컵 시즌의 개막을 의미한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나설 한국 축구대표팀은 현재 미국 마이애미에서 마지막 전력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팀은 마이애미에서 10일 가나와 한 차례 평가전을 치른 이후 곧바로 브라질로 날아가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다.

벨기에·러시아·알제리 등 한국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맞붙게 될 팀들이 최근 치른 평가전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기록,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월드컵을 기다리는 팬들도 덩달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팬들이 보내주는 응원이다. 한국과 정확히 12시간의 시차가 나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고온다습한 아마존의 열기와 싸워가며 경기를 펼쳐야 하는 선수들이 신체적인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온 국민의 진심 어린 응원이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도 당시 그 엄청난 성과를 이뤄내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전국 수 백만의 국민들이 펼친 거리응원 덕이었다고 아직도 말한다.

축구대표팀에 대한 응원을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대표팀 공식 응원단인 ‘붉은악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붉은악마의 상업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기는 하지만 붉은악마의 존재가 한국축구 발전에 크나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보통 이맘때면 전국적으로 축구대표팀 공식 응원단인 붉은악마와 함께하는 거리응원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기 마련인데 현재 국내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아직 남은 세월호 참사 실종자에 대한 수색이 이어지고 있고, 온 나라가 아직 세월호 참사로 인한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붉은악마 측은 브라질월드컵 기간 중 거리응원을 펼치는 문제를 두고 고민이 깊다. 지난주 대표팀 출정식을 겸한 튀니지와의 평가전 당시에도 붉은악마는 세월호 실종자 수에 맞춰 16분 동안 응원을 중단하는 이른바 ‘침묵 응원’을 펼쳤다. 현재 그들의 고민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는 장면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붉은악마 측의 입장은 세월호 참사를 감안, 예년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응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영동대로와 올림픽공원을 비롯해 전국 38개 장소에서 거리 응원을 계획하고 있고, 250개 영화관에서도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붉은악마의 응원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미 붉은악마가 결성 초기의 순수 응원단으로서의 모습도 아닌 데다 아직 세월호 참사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내고 있고, 참사의 원인규명이나 책임자들에 대한 조사가 국민들의 관심 속에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거리응원이 펼쳐지는 것은 같은 국민으로서 도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아직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많은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이 국민들로부터 잊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가장 바람직한 월드컵 응원의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응원은 하되 그 응원이 붉은악마가 주도하는 축제 또는 공연형식의 응원전이 포함된 조직적인 거리응원은 바람직하지 않다. 월드컵은 4년 후 러시아에서, 또 그 다음 4년 후 카타르에서 열리고, 그 이후 4년마다 열린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고통 받고 상처 입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마음으로 보듬을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뿐이다.

거리응원이 필요하고, 거리응원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강하다면 지방자치단체 별로 거리응원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열어주고 지역민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경기를 지켜보면서 차분하게 응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거리응원 장소에서 경기 시작과 끝에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기리는 간단한 의식을 치른다면 더욱 바람직한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는 많은 기업들과 상인들에게 붉은악마와 거리응원은 좋은 마케팅의 기회임은 분명하다. 이런 기회를 포기하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월드컵 무대에서 활약하는 태극전사들을 광장에 모여 함께 응원하는 시간을 기다려온 많은 축구팬들에게 이 같은 즐거움을 포기하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 역시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우리에게 월드컵보다 더 챙기고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브라질월드컵은 즐기자. 그리고 응원도 하자.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말자.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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