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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모르는' 충남 "먹고살기 힘든데 선거는 무슨..."


입력 2014.05.28 15:39 수정 2014.05.28 15:43        충남 = 데일리안 김지영 기자/이슬기 기자

<2014 지방선거 뜨거운 유세현장을 가다④-충남>

"몰라요" 답변 꺼리는 분위기속 세대간 지지차 뚜렷

6.4지방선거에서 충청남도지사를 두고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와 안희정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격돌하는 가운데 선거운동이 이틀째 접어든 23일 충남 논산시 화지중앙시장에서 막 수확한 봄마늘이 주민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6.4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이틀째 접어든 23일 충청남도지사에 도전하는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가 논산시 화지중앙시장 인근 거리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논산에서 출마하는 새누리당 후보들과 함께 손을들어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6.4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이틀째 접어든 23일 충청남도지사 재선에 도전하는 안희정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거리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3일 오전 천안 공설시장. 6.4 지방선거가 12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장통은 조용했다. 유세차량은커녕 선거운동원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기침체로 영업을 준비하는 상인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런 가운데 막 영업 준비를 끝낸 순대집 앞에서 60대 여성 세명이 수다를 나누고 있었다.

다가가 선거 분위기를 묻자 한 여성이 “분위기? 꽝이다. 개코다”라면서 버럭 화를 냈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느냐고 물으니 이 여성은 “없다. 아무도 없다”며 “협조할 건 협조하고 그래야 되는데 무슨 개코도 아니고”라고 답했다. 다른 여성은 “그까짓 거 뽑아놔 봐야 싸움질만 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지방선거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상인(60대·남)은 “장사들이 안 돼서 그런 거에 신경 쓸 시간들도 없다”면서 “내가 장사가 잘 돼야 누굴 택하든지 할 것 아니냐. 그런데 경기가 이 모양이니 선거가 무슨 소용이냐. 첫째는 먹고 살아야 국회의원이든 뭐든 뽑든지 하지”라고 말했다.

시장 골목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60~70대 여성들은 “선거 이야기는 모여서도 안 한다. 골치만 아프다”며 “약속해놓고 하나 뭐 실천하는 놈이 있느냐. 시장 아줌마들은 선거에 무관심하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도지사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고, 지금 도지사를 누가 하는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50대 남성과 천안역 지하상가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면서 “투표를 안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공주 유구장에서 만난 상인 조모 씨(57·남)도 “선거에 관심이 없다. 신뢰도 안 가고 장사도 안 되는데, 뽑아달라고 막 오는데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충남 지역에서 살아왔다는 자영업자 이모 씨(46·남)는 “관심이 없다 관심이. 먹고살기 바쁜데 그놈이 그놈이지 뭐”라면서 “경기가 어려워지니 관심도 없고, 다르게 말하면 그런 거다. 시의원이고, 도의원이고 보면 돼도 않는 것들이 나와서, 보면 임기 중에 낙마할 놈들이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몰라요”, “글쎄요” 답변 꺼리는 도민들, 야당 ‘숨은표’ 분석도

충청권 표심은 과거부터 선거의 ‘바로미터’로 불렸다. 최근 들어서는 충청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선거에서 이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국의 조정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국토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특성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충청은 특정 정당보다 정치적 성향과 인물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충청은 ‘속을 모르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이날 만난 도민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는 데에 난색을 표했다.

공주 유구터미널 근처에서 만난 60대 후반의 택시기사는 어느 도지사 후보가 인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몰라요”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알기로는 지금 도지사가 인기가 많긴 한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정진석 후보도 평판은 좋다”면서 “그래서 누가 좋은지 모르겠다. 다 좋으니까”라고 덧붙였다.

공설시장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안희정 후보와 정진석 후보 다 젊고 실력은 있는데, 안희정은 충청에서 활동한지 얼마 안 됐고, 정진석은 아버지가 내무부 장관도 했고, 국회의원도 했다”며 “요즘은 비슷비슷하게 나가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다만 지지 후보에 대해서는 “글쎄”라며 답을 피했다.

보령 중앙시장 인근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40대 초반의 남성도 어떤 후보가 더 인기 있느냐는 질문에 “글쎄요“라며 웃어넘겼다.

이에 대해 공주 유구터미널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40대·여)는 “여기 사람은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안 한다. 충청도 사람은 속을 알 수가 없다고 그러잖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표심을 감추는 주민들이 야당의 숨은 표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충청권에서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는 40% 중반에 달하지만, 이날 만났던 유권자 중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정작 새누리당 후보의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공설시장을 지나던 88세 남성은 “도지사? 지금 (안희정이) 잘했든 못했든 대한민국에 비참한 참사가 생겼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다 무너졌다”면서 “민주당(새정치연합을 의미)에서 우세할 거다. 만약에 못 하면 망하는 겨. 민주당이 이 상황에서도 못 이기면 아주 병신이여 병신. 도지사는 2번 될 겨”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견고…정진석의 약점은 낮은 인지도

여론조사상 안희정 새정치연합 후보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충남 지역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층은 견고했다. 새누리당 충남도당위원장이자 보령·서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태흠 의원이 이날 보령 중앙시장을 돌며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자 많은 여성 상인들은 “박근혜 최고”, “박근혜 지켜야지”라고 외쳤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민들은 박 대통령을 감쌌다.

공성시장의 60대 상인(여)은 “난 솔직히 박근혜가 열심히 잘하는 것 같은데, 여간들 지랄하는 게 아녀”라며 “대통령이 사과하는데 또 사과한다고, 잘못했다고 지랄들이여. 그럼 뭐 어쩌라고. 대통령이 사고 낸 거 아니잖아. 살인마 유병언하고 선장하고 그것들이 사고 낸 거지”라고 말했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집권당, 새누리당”이라며 “박근혜를 생각하면 1번이고 그러더라”고 전했다. 유구장에서 노점을 펴고 나물을 팔던 두 50대 여성은 선거 분위기와 관련한 질문에 한참 동안 고민을 하다가 “새누리당이 돼야 한다고들 하지”라고만 짧게 답했다.

다만 후보별 경쟁력에서는 안 후보가 정진석 새누리당 후보를 앞섰다.

공설시장에서 건물 시설을 관리하는 50대 남성은 “도지사 후보는 안희정밖에 모른다. 그 외에는 아무도 모르겠다”며 “한나라당(새누리당) 그 사람(정진석)은 처음 보는 사람이고, 무소속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벽보를 보는 사람도 거의 없더라. 도지사는 사람들이 더 많이 아는 안희정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 씨(21·남)도 “새정치연합? 아무튼 거기에서 뽑힐 것 같다. 선거는 할 것”이라며 “도지사는 새누리당 후보는 못 들어봤다. 누군지 모른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그런 얘기는 잘 안 하는데 안희정, 2번이 괜찮다고 한 것 같다. 새누리당은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시장 상인 노모 씨(49·남)도 “옛날 같지가 않다. 요새는 선거는 별로 이야기도 안 한다”면서 “도지사는 새누리당 후보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다. 안희정 씨는 그래도 어쨌든 (4년 동안 도지사를) 해왔으니까 얼굴도 알고, 이름도 들었고 해서 거기로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정 후보는 이미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는 중이고, 여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차이가 많이 좁혀졌다”면서도 “아직까진 인지도가 낮아 그 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의 경우,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공주·연기 인근 지역과 비교해 다른 지역에서의 인지도가 현저히 낮았다.

반면, 중앙시장에서 만난 안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지역 사람들이 안희정을 많이 지지한다. 당을 떠나서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예전 박 대통령을 응원할 때와 비슷하다”며 안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한편, 충남지사 선거에서는 정 후보, 안 후보와 더불어 김기문 무소속 후보(이상 기호순)가 3파전을 치른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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