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챔피언스필드 ‘태양 등진 관중, 선수들은 괴롭다’
국내 최초 콘코스 적용 등 메이저리그급 시설 자랑
낮경기 위해 ‘동북동 방향 배치’ 오히려 득보다 실?
올 시즌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전국의 야구장들이 새롭게 변모했다.
대전구장은 올 시즌을 앞두고 12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한 끝에 관중 친화적인 구장으로 재탄생, 팬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 잠실구장과 목동구장, 부산의 사직구장도 큰 변화는 아니지만 관객들의 편의를 위해 구장을 새롭게 손질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가장 큰 화제는 총사업비 992억 원을 들여 27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준공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다. KIA는 올 시즌 1965년부터 49년간 이어온 무등야구장 시대 종식과 메이저리그급 시설을 자랑하는 챔피언스필드 시대 개막을 알렸다.
지하 2층, 지상 5층에 연면적 5만 7646평방미터에 달하는 챔피언스필드는 2만 2244석 규모로 그간 사용했던 무등경기장을 압도하는 웅장한 풍모를 자랑한다.
깔끔한 그라운드와 관중석 ‘메이저리그 안 부럽다’
챔피언스필드는 신축구장답게 깔끔하게 정리된 녹색 그라운드와 붉은색 관중석으로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가장 큰 특징은 메이저리그 트렌드를 반영해 필드를 향해 열려있는 메인 콘코스(Concourse)가 적용 됐다는 점. 덕분에 관중들은 매점을 이용하거나 화장실을 갈 때도 경기 주요 장면을 놓칠까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또 관중석과 필드간의 거리가 국내 최단 거리인 18.5m에 불과해 경기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이밖에도 스카이박스, 클럽라운지, 외야 잔디석, 샌드파크 파티플로어, 서프라이즈존, 테라스석 가족 테이블석 등 관객들의 입맛에 따라 다양한 이벤트석이 마련됐고, 무엇보다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한 점이 돋보였다.
뿐만 아니라 첨단 HD 전광판이 표출하는 화려한 영상과 웅장한 음향은 관전의 묘미를 더해준다. 홈플레이트 뒤쪽 광고 디자인과 깔끔하게 정리된 외야 광고판도 메이저리그 구장과 비교해 뒤질 것이 없었다.
태양 등진 관중, 선수들은 괴롭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KIA 중견수 이대형은 지난 5일에 이어 18일에도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어이없이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공이 햇빛 속으로 들어가 순간적으로 이대형의 시야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챔피언스필드는 국내 구장 가운데 처음으로 정남향이 동북동 방향으로 배치됐다. 덕분에 내야 관중들은 햇빛을 등지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햇빛을 정면에 두고 경기를 치러야 하는 선수들은 곤욕스럽다.
야간 경기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낮 경기에서는 달랐다. 선수들의 기량이 아닌 구장 자체의 문제점으로 인해 경기 양상이 뒤바뀔 수도 있다. 참고로 롯데의 사직구장, NC의 마산구장, 한화의 한밭구장, SK의 문학구장, LG와 두산의 잠실구장은 정남향으로 지어졌다.
게다가 관중 편의를 위해서라지만, 일부 관중에겐 예외였다. 경기가 2시에 시작되자 강한 햇빛은 홈플레이트 뒤쪽 일부를 제외하고 경기장 전체를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또 오후 3시가 넘어서며 서서히 그늘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3루 측 내야석과 달리 1루 측은 오후 5시 무렵까지도 가혹하리만큼 뜨거운 태양 아래 놓여 있었다. 때문에 상당수 관중들은 뜨거운 태양을 이기지 못하고 메인 콘코스에 서서 경기를 관람했다.
그늘 아래 관중들도 경기 관람에 불편함은 마찬가지였다. 그라운드 전체가 경기 내내 그늘 없이 강한 햇빛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라운드를 장시간 바라보기엔 눈이 상당히 피로했다. 구장을 특성을 감안해 경기 시간 조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호불호 엇갈리는 외야석…시야방해석이 웬 말
마치 공원처럼 조성된 외야석에 대한 호불호는 엇갈린다. 외야석을 찾은 관중들은 소풍을 온 듯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경기장 전체를 놓고 볼 때 미관상으로는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웅장하게 지어진 내야석에 비해 지나치게 텅 빈 감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선수들의 경기력이다. 외야가 뻥 뚫린 탓에 바람이 외야에서 내야 쪽으로 분다. 때문에 홈런 타자들에게 불리한 구장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외야를 바라보고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이 바라보는 풍경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챔피언스필드는 내야 중심으로 좌석을 운영하되 관중 추이에 따라서 외야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새 야구장의 좌석 수는 2만2244석이지만, 만약 외야 스탠드를 늘일 경우 좌석은 최대 3만2271석까지 늘어난다. 처음부터 외야를 확장한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좌석의 시야에도 문제가 있었다. 내야석 각 층의 관중석 앞쪽에는 1.2m 높이로 안전 시설물이 설치돼 있는데, 좌석이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배치됐기 때문이다.
이를 알 리 없는 부지런한 관중들은 앞쪽 좌석을 예매한 채 경기장을 찾는다. 하지만 경기장에 들어선 순간 이들은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KIA는 이 같은 불편을 관중들에게 미리 알리거나, 해당 좌석을 판매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몇몇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스필드는 분명 광주 야구팬들에게 큰 기쁨이자 자부심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제 막 개장한 만큼, 문제점은 차근차근 개선해가면 된다.
실제로 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올 시즌 KIA는 부진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평균 관객이 무려 60%가량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서울에서 KIA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원정 응원을 오는 팬들도 상당했다. 신축구장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이는 다른 구단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챔피언스필드의 개장이 한국야구 발전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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