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박원순, 후보등록 '첫' 조우 팽팽한 신경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등산대회서 연이어 만남
6·4 지방선거 후보등록 후 첫 주말인 18일,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공식석상에서 연이어 만나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 후보와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사 북한산 초입에서 열린 서울시장기 국민생활등산대회행사와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화 운동 34주년 기념식에서 연이어 만났다. 지난 15일 후보 등록을 마친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가진 첫 만남이다.
이날 두 후보는 행사장 가운데 나란히 마련된 자리에서 만났지만 웃으며 잠깐 악수만 주고받았을 뿐 별다른 대화를 주고받지 않으면서 시종일관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후보는 행사 도중 후보 소개 내용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사회자는 기호 순서에 상관없이 박 후보를 먼저 언급하며 “백두대간 종주하다 급히 내려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무모하지만 서울시민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고 다소 길게 소개한 반면 정 후보에 대해서는 “7선 국회의원을 지낸 후보”라고만 소개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웃으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짧게 소개하나”라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축사에서도 두 후보 간의 짧은 공방전이 이어졌다. 먼저 축사에 나선 정 후보가 ‘북한산 친환경 관광특구’ 공약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한 반면, 박 후보는 “여러분 빨리 산에 가야하니까 한마디만 하겠다. 안산(안전한 산행), 즐산(즐거운 산행)하세요”라며 짧게 축사를 끝냈다. 정 후보의 긴 축사가 참석자들의 시간을 빼앗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이어 참석한 5·18 민주화 운동 34주년 기념식에서도 두 후보는 어색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행사장에 먼저 도착한 정 후보는 정세균,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악수를 한 뒤 인사를 건넸다. 뒤이어 박 후보가 도착했지만 정 후보는 오히려 참석자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이후 행사장 무대 앞 중앙에 마련된 자리에 나란히 앉은 두 후보는 가벼운 악수와 짧은 대화를 나눴을 뿐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로에게 거의 눈길을 주지 않은 채 무대만을 응시했다.
박석무 행사위원장의 기념사가 이어지는 동안 정 후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언급되는 부분에서 펜과 작은 쪽지를 꺼내 메모를 하는 모습을, 박 후보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부분에서 깍지 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 채 침통한 표정을 지었을 뿐 두 후보 간의 시선교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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