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시대 역행’ AT 마드리드 값진 우승 의미
시즌 최종전서 바르사와 비기며 우승 확정
자금 여력 없지만 선수 고르는 안목 탁월
돈이면 우승도 살 수 있는 세계 축구 시장 흐름을 깨뜨린 팀이 있다. 바로 올 시즌 라 리가 챔피언에 오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 마드리드)다.
AT 마드리드는 18일(이하 한국시각) 캄프 누에서 열린 ‘2013-14 프리메라리가’ 바르셀로나와의 원정경기서 1-1로 비겨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최종전까지 우승향방을 알 수 없는 안개 속 구도였다. AT 마드리드는 이날 경기 전까지 승점3 앞서있었지만 최종전에서 패할 경우 바르셀로나에 트로피를 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AT 마드리드는 선제골을 얻어맞았지만 후반 4분 수비수 고딘의 동점 헤딩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고 1995-96시즌 이후 18년만의 우승 감격을 누렸다.
AT 마드리드의 우승은 돈의 시대를 역행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최근 유럽 축구는 중동의 오일머니 또는 거대 스포츠 기업, 부호들의 자금이 흘러들어오며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팀들은 일명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단기간에 전력을 급상승시켰고, 우승의 결실을 이루고 있다. 이를 우려한 유럽축구연맹(UEFA)은 무차별적인 지출을 막기 위해 재정 플레이룰, 즉 UEFA FFP 제도를 내놓을 정도다.
대표적인 예가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에 오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다.
지난 2008년 UAE 왕가의 석유 재벌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이 구단을 인수하며 일약 세계 최고의 자금력을 보유하게 된 맨시티는 지난 6년간 무려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이적시장에 뿌렸다. 그 결과 2번의 리그 우승과 각각 한 차례의 FA컵, 리그컵을 거머쥐었고, 이제 그들의 시선은 유럽 무대로 향하고 있다.
돈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야기한 첼시도 빼놓을 수 없다. 2003년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인수한 첼시는 당시 파격적인 이적자금을 뿌리며 선수 영입에 나섰다. 이로 인해 시장에는 이적료 거품이 잔뜩 끼기 시작했고, 중소클럽들은 애써 키운 선수들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AT 마드리드가 속한 라 리가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스페인 리그는 ‘양강’으로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우승 경쟁, 그리고 나머지 팀들의 3위 싸움으로 전개됐다. 실제로 프리메라리가는 2003-04시즌 발렌시아의 우승 이후 10년 연속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우승을 나눠 가졌다.
사실 AT 마드리드는 그동안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빼앗기는 대표적인 클럽이었다. 2007년 페르난도 토레스의 리버풀행을 시작으로 세르히오 아게로(맨시티), 다비드 데 헤아(맨유), 라다멜 팔카오(AS 모나코) 등이 돈의 시대에 순응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따라서 중소 클럽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 상황에서 AT 마드리드의 비상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주축 선수들을 판 자금은 구멍을 메우기 위한 또 다른 투자로 이어졌다. 토레스의 대체자로 디에고 포를란을 영입한데 이어 팔카오, 디에고 코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실패한 영입도 적지 않다. 하지만 AT 마드리드는 선수가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대 이하의 기량을 보일 경우 과감하게 내쳐 미련을 두지 않았다.
예비 특급 선수를 골라내는 안목도 탁월하지만 감독의 선임이 신의 한수인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AT 마드리드는 지난 2011-12시즌 막판,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디에고 시메오네를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숨 막힐 정도의 압박수비와 이후 전개되는 빠른 역습으로 지난 시즌 코파 델 레이(국왕컵)를 거머쥔데 이어 10년간 이어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양강 구도를 깨는데 성공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6강 AC 밀란전을 시작으로 8강 바르셀로나, 4강 첼시 등 소위 머니 파워를 지닌 팀들을 차례로 격파하며 결승에 오른 AT 마드리드다. 그리고 대망의 파이널은 지역 라이벌이자 이적시장 역대 최고액 1~2위 선수를 보유한 레알 마드리드와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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