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대기업 부실…달라진 채권단 위상
"채권은행 주도적으로 나서 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 왔다"
최근 주요 대기업 그룹의 부실화가 드러나고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등 기업들의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주채무계열-주채권은행간의 주도권을 채권은행이 거머쥐는 모양새다.
웅진, STX계열 등 정상 판정을 받았던 대기업들이 법정관리 신청·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등 휘청거리고 있고 금융당국도 지난해 말 주채무계열 선정기준 신용공여액을 총신용공여액의 0.075%로 낮추는 등 금융사들을 통해 기업들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것도 한 몫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등 대기업들의 경영상황이 악화되자 해당 주채권은행들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과거 대기업들은 채권단의 구조조정이나 재무개선 요구가 무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기존 주채권은행에 대한 채무를 청산하고 다른 채권은행으로 주채권은행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등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은행의 경우 시중의 다른 은행들과 경쟁하며 대기업에 대한 막대한 규모의 여신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 있어도 '갑'의 입장을 취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의 잇따른 부실화와 원·달러 환율 폭락 등 경영환경의 악화, 금융당국의 선제적 구조조정 요구 등에 따라 채권은행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같이 수출위주의 국가에서 원달러 환율의 폭락은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대기업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게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대기업들의 차입 환경이 악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섯불리 주채권은행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여신을 제공한 대기업이 성장해야 여신 상환을 받을 수 있는 윈-윈 구조이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채권은행들이 헤게모니를 잡았다기 보다 채권은행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STX, 동양, 웅진 등 대기업의 부실이 잇따라 이어지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가 일파만파 퍼지자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금융기관의 신용공여액이 많은 42개 계열을 2014년도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 지난해 30개보다 12개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한라, SPP, 한국타이어, 아주산업, 이랜드, 대성, 한솔, 풍산, 하이트진로, 현대산업개발, 부영, STX조선해양 등이 신규 주채무계열로 편입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상장사로서 부실화가 된다면 주식이 폭락하거나 휴지조각이 된다"면서 "결국 피해는 고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을 통해 기업들에게 선제적 구조조정의 압박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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