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엔저' 기대보다 성과없었다
한은 "일본 수출량 감소세…엔고 시절 악화된 수익 복구하느라 가격인하 하지 않아"
일본 아베 신조 내각 출범과 동시에 시작된 '엔저' 정책이 결국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일본 수출 기업들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수출 성과가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엔저가 지속되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이 현지 수출 가격 조정에 나서지 않고 있고 일본 수출품목과 해외의 수요품목 간 괴리가 생기면서 아베 총리의 '엔저' 정책이 아직까지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한국은행의 '엔저의 수출 파급효과 제약요인 분석-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일본 아베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일본의 수출물량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엔·달러 환율 절하율은 13.2%를 기록했지만 이 기간 수출물동량은 오히려 5.4%가 감소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환율절하율은 16.5%, 수출물동량은 2.3% 증가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수출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환율절하율은 14.9%, 수출물동량은 1.6%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본의 수출량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3월 수출량은 또다시 좋지 않게 나왔다"면서 "수출량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감소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본 수출에 대한 엔저의 파급효과가 미진한 것은 일본 기업들이 현지 수출 가격 조정에 소극적이라는 점이 큰 요인으로 부각됐다.
지난 2007년 8월부터 2012년 9월까지의 엔화 절상기에 일본 기업들은 수출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가격을 인상시키지 못했고 이에 따라 당시 수익이 악화된 바 있다.
이에 기업들은 과거 엔화 절상기에 악화됐던 수익 부분을 현재 절하기를 통해 만회하기 위해 수출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엔화가치가 과거 절하기에 비해 크게 낮지 않아 현지 수출품 가격을 인하할 만한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원기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 국제종합팀장은 "일본 기업들이 엔화 절상기에 악화된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현재 현지 수출가격을 조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때문에 일본 기업들은 현재 수출량은 좋지 않게 나왔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상당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지금처럼 수출가격을 조정하지 않은 채 수익을 쌓아두는 상황이 축적되다보면 일본 제품들의 가격 인하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손해를 메우고 나면 수출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수출 품목들과 해외시장에서의 수요 품목간의 괴리 현상도 일본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출 품목과 수입 품목의 일치 정도를 보여주는 일본과 주요국간 무역보완도지수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품이 주요 수입시장의 수요 패턴과 괴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0.6에 육박했던 선진국과 일본과의 무역보완도지수는 0.5이하로 떨어졌다. 무역보완도지수는 0과 1사이의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일본의 수출품과 선진국의 수요품의 일치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던 일본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것도 일본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일본-한국, 일본-중국 간 경합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수출상품구성에서 고기술 집약적 상품의 비중이 2000년 30.3%에서 2012년에는 40.8%로 높아졌다. 반면 노동·자원집약적 상품의 비중은 같은 기간 35.8%에서 23.4%로 크게 하락했다. 일본의 주력 수출 분야를 중국, 한국 등이 갉아먹고 있는 모양새다.
한은 관계자는 "엔화 절하폭이 더욱 확대되고 엔조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정착될 경우 일본 수출기업들이 수출가격 하향조정에 나설 것"이라면서 "현재까지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엔저의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지만 일본 기업들이 제품단가 인하, 신제품 개발 등의 전략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은 대응전략을 미리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