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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신문에 조국 대통령 욕하는 '자랑스런 교포들'


입력 2014.05.13 09:21 수정 2014.05.14 09:44        김소정 기자

미시USA, 뉴욕타임스에 언론 통제 등 부제 달고 광고

교민사회 "국론 분열 외국에 호소하는 사대주의" 개탄

[기사추가 : 2014.05.13. 17:05]

미국 내 한인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인 ‘미시USA’ 회원이 주도하여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세월호 참사 관련 광고. 인터넷 화면 캡처.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한달 가까이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11일(현지시각) ‘진실을 밝혀라(Bring the truth to light'는 제목으로 광고가 실렸다.

지난달 23일 미국 내 한인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인 ‘미시USA’ 게시판에 한 회원이 세월호 모습을 본뜬 광고디자인과 함께 광고비를 모금하자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된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이뤄진 광고에는 “왜 한국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분노하는가”라는 부제목과 함께 “300명이 배 안에 갇혀있었지만 한명도 구조되지 못했다”라고 썼다.

이어 ‘무능력과 태만’ ‘언론 검열과 조작’ ‘언론 통제, 여론 조작, 대중의 이익 무시’라는 세가지 소제목으로 광고 카피를 만들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일부 교포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일부 사실관계까지 왜곡하면서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광고가 게재되자 유럽총연과 미주총연 등 교민사회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국내 시민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천안함 사태를 겪은 우리가 통렬히 반성해야 할 것은 맞지만 내부적으로 고칠 일이지 외부에 치부를 드러내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박종범 유럽한인회총연합 회장은 교민신문 월드코리안에서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할 것을 밖으로 치부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지적하면 결국 대한민국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1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오늘 아침에 광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우선 이성적인 행위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이번 광고를 게재하는 데 동참한 동포들은 극소수이고, 이들에게 조국을 염려하는 순수한 의도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23일 유럽 한인회 총연합의 공식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며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는 누구 한명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유럽 한인회 총 연합의 성명 내용을 보면, 이들은 “우선 후진적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서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또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동시에 가슴이 미어질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아울러 유럽총연은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사회의 부조리가 노출된 사건”으로 규정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 원칙을 안 지키고, 요행을 바라고, 직업윤리의식이 부족한 총체적으로 잘못된 결과가 집약돼 세월호 참사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해경이든 해수부든 세월호 참사 직후 대처를 잘못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응당히 책임을 물어야 하고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온 국민의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식으로 남탓만 하고 있으면 어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이어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부적으로 통렬한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통렬히 반성하고 각자 위치에서 잘못된 것으로 고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에 대한 비판을 외부에 까발려서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이번처럼 해외 교포들이 나서 해외 언론에 국내 문제를 비판하는 광고를 내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다. 이는 유가족을 두 번 아프게 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다”고 비난했다.

박 회장은 또 “지금 마음 같아서는 (일부 교포들이 낸 광고에 대한) 반박 광고라도 내고 싶지만 또다시 외국인들에게 같은 국민끼리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자제하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대외적으로 모국을 비판하는 교포들에게 강력 항의하고 앞으로 동포사회의 자정 노력에 앞장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이모씨(58·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로 정부가 잘못한 점이 있는 것은 공감한다. 그러나 해외에 살면서 조국을 걱정하는 교민 입장에서 미국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군사작전통제권을 미국에게서 찾아와야한다고 외치던 진보진영이 이런 광고에 열광하는 것은 이율배반이자 사대주의 아닌가"고 꼬집었다.

국내 우파 진영 시민사회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기해 일부 교포들이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을 시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재미교포들의 세월호 광고 게재 행위에 대해 “유족들의 아픔을 이용해 정치 투쟁화하려는 것으로 세계인의 눈까지 흐리고 있어 안타깝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우종철 자유총연맹 사무총장은 “국난 극복에는 보수와 진보,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데도 미시USA를 통해 성금을 모아 광고에 동참한 일부 재미교포들이 세월호 참사를 정권퇴진운동으로 정치투쟁화하는 것은 ‘상가집에서 도둑질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유병언 일가, 관피아, 종북세력 등 세월호 3적에 더해서 미시USA를 통해 성금을 모금해 광고를 낸 일부 한인동포들을 세월호 4적으로 규정하고 싶다”고 밝혔다.

신보라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대표는 “광고 내용을 보니 신문을 통해 광고를 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써놓아 충격을 받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행위를 연출로 규정하거나 정부가 언론을 검열하고 있다는 주장은 분명 선전선동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이어 “미시USA는 미주에 있는 한 여성 커뮤니티일 뿐이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광고를 접하는 세계인들이 마치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여론인 것처럼 인식할까봐 두렵고 안타깝다. 이 광고가 세계인의 눈을 흐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을 분열시키는 광고 비용으로 차라리 유가족에게 기부를 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비난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독도 지키기 광고에 모금을 해온 우리 국민들의 저력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세월호 참사를 기회로 조국 헐뜯기를 위한 광고에 교포사회를 동원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국가위기 상황에서 공동체 의식을 발현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를 표적으로 삼아 비난하는 것에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할 만하고, 국민을 양분화시키려는 행위에 심각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민통합시민운동(박상증·안병직 공동대표, 이하 통합시민운동)은 미시USA의 정부 비판 광고 게재에 대해 망국적 행위라고 규탄하는 성명을 13일 내고 “우리 국민 전체에 대한 모독이자 극단적 자해 행위”라고 비난했다.

통합시민운동은 “일부 미국 교포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광고를 뉴욕타임즈에 게재한 것은 정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의 한계를 넘어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위이고, 우리 국민 전체에 대한 모독 행위이며, 극단적 자해 행위이다”라고 평했다.

통합시민운동은 이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 실패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어디까지나 미래를 향한 비판이어야 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비판이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통합시민운동은 “정부의 잘못을 빌미로 마치 모든 잘못이 정부와 대통령에게만 있는 것처럼 대통령의 사퇴까지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 모종의 세력이 대선불복의 연장선상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결과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더욱이 교포사회의 생활정보 공유를 표방하는 웹사이트인 미시USA에 대해 그동안 유해성 논란도 계속 제기되어온 만큼 이번에 국가적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저의가 수상하다”고 강력 비판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갑산 대표, 이하 범사련)은 범사련 미주(USA)지부와 공동으로 ‘뉴욕타임즈 세월호 광고는 과장되고 무책임한 선동’이라는 제목으로 13일 비판 성명을 냈다.

범사련은 성명에서 “세월호 광고를 보면 그 목적이 고국을 폄하하고, 신문을 읽는 미국인과 외국인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광고를 추진한 미시USA는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에도 악의적인 왜곡 정보의 진원지였다. 미국에 살면서 반미투쟁에 앞장서고, 교포로서 고국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위는 250만 미국 교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범사련은 “대한민국은 지금 비탄에 빠져 있지만, 우리의 삶과 미래마저 가라앉게 놔둘 수 없기에 조금씩 추스르며 일어서려고 한다. 유가족을 부축하고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지금은 분란을 선동할 때가 아니라 슬기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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