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병수 승리...조직표 뒤집기 한판 "친박 뭉쳤다"
비박 권철현 여론조사 앞섰지만 친박 위기위식 작용 조직표 압도적 차이
여론조사에서 경쟁후보에게 밀렸던 서병수 의원이 선거인단득표에서 권철현 전 주일대사와 박민식 의원을 따돌리고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3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부산시장에서 서 의원은 현장투표와 여론조사 합계 1288표를 얻어, 권철현 전 주일대사(1120표)와 박민식 의원(1096표)을 제치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날 현장투표에서 서 의원은 1036표를 획득했다. 박 의원은 956표, 권 전 대사가 811표를 얻었다.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여론조사에서는 권 전 대사가 44.1%로 서 의원(35.9%)을 누르며 근소한 차이로 추격을 벌이기도 했다.
친박 핵심인 서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데에는 최근 잇따른 경선에서 비박계 후보가 선출된 위기감이 조직표를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 비박계 후보가 선출되는 이변이 발생했다. 당내 쇄신파로 분류됐던 비박계 권영진 의원이 예상을 뒤엎고 국민참여 선거인단 3757명 가운데 1175명(37.99%)의 지지를 받아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된 것.
정치권에서는 친박계 핵심인 서상기·조원진 의원 가운데 한명이 후보로 선출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비주류인 권 의원이 당선됨에 따라 친박 주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박이 승기를 잡은 것은 대구뿐만이 아니다. 울산의 경우도 계파색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비박으로 분류된 김기현 의원이 선거인단 2612표 가운데 1351표(51.98%)를 얻어, 친박인 강길부 의원(1251표, 48.02%)을 제치고 본선 길에 올랐다.
또한, 경남지사 선거 역시 비박계로 분류되는 홍준표 지사가 친박인 박완수 전 창원시장을 누르고 최종 후보로 선출됐으며, 제주도도 당내 대표적인 소장파로 활약했던 비박계 원희룡 전 의원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비박이 약진하는 이유...“친박엔 파이터 없어”
이처럼 당내 비주류인 비박계가 경선에서 잇따라 후보로 확정된 것과 관련해 정치 전문가들은 친박의 정치력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동안 ‘친박’을 등에 업고 ‘박근혜 마케팅’을 발판삼아 정치생명을 이어오면서 자신만의 뚜렷한 콘텐츠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친박은 그동안 전략적으로 박 대통령만 팔면 되는 줄 알았다”며 “그동안 너무 박 대통령에게 의존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가 탄생한 이상 친박을 밀어줄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정부가 탄생하기 전에는 친박이 당선돼야 박근혜정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이제 박근혜정부가 만들어진 이상 친이·친박 계파를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친박을 당선시켜 세력을 조직화 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정권이 탄생된 이상 그들을 밀어줄 당위성이 사라진 셈이다.
홍 소장은 그러면서 “친박엔 ‘파이터’가 없다”며 소위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관철시키려고 나서는 인물이 없다는 점도 친박 후보가 부진한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친이계는 YS계보로, 데모꾼들이다. 데모꾼들이 누구냐.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해온 사람들”이라며 “그런데 친박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투쟁을 해 본적이 없다. 그러니 싸우면 누가 이기겠느냐”고 반문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친박 인사의 인지도가 낮았다. 인지도가 낮다보니 대통령을 등에 업고 ‘친박’을 활용해 인지도를 높이려고 했지만 그게 잘 안 된 것”이라며 “박근혜정부의 높은 국정 지지율과 친박이 따로 노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이번 세월호 참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비박계인 권 의원이 선출된 것을 거론하며 “이번 참사에서 정부가 보여준 의기대응 능력을 봤을 때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높은 국정 지지율에 취한 정부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나아가 서울시장 결과에 대해서도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구시장에서 보여줬듯 여론조사 결과에서 1위를 해도 뒤집어 졌다”며 “이는 결국 대세론은 없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다시 말해, 계파가 아니라 누가 더 변화시킬 수 있는 주역이냐 등의 여러 요소들이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는 이기기만 하면 된다”
반면,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하는 만큼 계파보다는 이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에 앞세운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계파를 떠나서 집권여당과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이기는데 올인했다”며 “계파를 떠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허용한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김황식 전 국무총리, 정몽준 의원도 친박이 아니지 않느냐. 마찬가지로 권 대사도 계파보다는 당선가능성을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신율 정치외교학과 명지대 교수는 “지방선거는 이기기만 하면 된다. 정부입장에서는 이기는 것을 기준으로 본다”며 “오히려 자기사람이 아닌 사람이 지방 광역단체장으로 가는 것이 국정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비박의 약진으로 권력지형이 변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7.30재보선에서는 비박이 약진할 수 없다. 의원이라는 것은 당내의 계파의 세력을 규정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친박을 쓸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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