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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 '다이빙벨 인증' 위해 날려버린 3일


입력 2014.05.02 09:38 수정 2014.05.02 15:52        진도 = 데일리안 김지영 기자

자진철수의 변 "실력 인증할 기회였다"

결국 다이빙벨 입수장면 보이기위한 '쇼'

세월호 침몰사고 2주째인 29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에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다이빙벨 투입 테스트를 위해 잠수사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2주째인 29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에서 잠수사들이 다이빙벨 투입 테스트를 위해 오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2주째인 29일 오후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서 조류가 거세지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이하 알파) 대표의 ‘다이빙벨’ 실험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 대표의 바지선은 1일 오후 출항 3일 만에 진도 팽목항으로 돌아왔다.

이 대표는 입항 후 기자들과 만나 “1차 시도 때 다이빙벨의 장점이 보여서 2차 시도 때는 뭔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또 지금 구조당국이 수색을 하고 있는 와중에 괜히 끼어들어 분란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시간 연속작업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할 수 없었다”고 시인했다.

사실 다이빙벨의 실패는 예견된 결과였다. 다이빙벨을 이용한 수색작업이 공백 없이 이어지려면 최소한 20명 내외의 잠수사가 있어야 하지만, 이 대표의 잠수팀은 8명(알파 3명, 지원 5명)에 불과했다. 또 사고해역은 파랑이 높아 다이빙벨 투입에 적합하지 않았다. 실제 다이빙벨 투입은 2회 중 1회만 성공했다.

처음부터 이 대표의 자체 역량만으로는 다이빙벨을 통해 수색작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이 대표도 알았고, 이 대표에게 지원을 요청한 해양경찰도 알고 있었다.

결국 이 대표는 다이빙벨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해경은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에 따르면서 이 대표의 자진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2박 3일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말 실종자 수색을 위해서였다면 이 대표의 다이빙벨은 민관군 합동수사본부의 울타리 안에서 움직였어야 했다.

이 대표 역시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실력을 입증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 사람을 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면서 다이빙벨 투입에 사업적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다이빙벨은 수색지원 장비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해줄, 혹은 자신을 배제했던 해경의 판단이 틀렸음을 입증할 도구였던 셈이다.

‘데일리안’은 지난달 29일 새벽부터 30일 오전까지 28시간 동안 이 대표의 바지선에 동승했다. 다이빙벨 예행투입부터 민관군 합동구조본부의 수상기지인 ‘언딘 리베로’에 접안, 다이빙벨 투입에 필요한 버팀줄, 가이드라인을 설치하기까지 전 과정을 지켜봤다. 이후 상황은 현장과 전화통화를 통해 틈틈이 확인했다.

3~4m 예행투입으로 “문제없다” 확신

이 대표는 29일 정오 관매도 인근 해역에서 다이빙벨을 처음으로 투입했다. 통신장비와 감압장비, 케이블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관매도 인근 해역은 물결이 잔잔해 시험 입수에 적합했다.

수중 엘리베이터인 다이빙벨은 잠수사를 태우고 바지선과 수중 작업지점을 오간다. 다이빙벨은 내부에 산소 농도가 높은 공기가 공급되기 때문에 공기통의 산소 소비를 줄여주고, 질소 중독을 방지해준다.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20~25분에 불과한 작업시간을 40~50분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다이빙벨은 전천후 장비가 아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다이빙벨은 조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지만, 파랑이 거세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물결에 따라 바지선 선체가 출렁이면 다이빙벨을 매단 크레인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다이빙벨이 시계추처럼 흔들려버리면 수직하강이 불가능해 투입 자체가 어려워진다.

다이빙벨은 수심 3~4m 지점에서 9분 간 머물렀다. 이 대표는 다이빙벨 내부를 비추는 CCTV를 확인하면서 통신장비를 점검했다. 이 대표가 무전기로 말을 걸자 잠수사들은 카메라를 올려보며 손으로 ‘OK’를 그렸다. 시험을 마친 잠수사는 작업시간에 대해 “이 대표가 40~50분 말했는데, 문제없다”고 확신했다.

다이빙벨 안에 차오른 물은 경계선 위로 반뼘 정도. 위에서 크레인이 당기고, 밑에서는 3t 무게의 추가 당기기 때문에 조류에 밀려 좌우로 이동하더라도 평형이 유지된다.

1차 투입 12시간 뒤 2차 투입했지만 철수

사고해역 도착 후 실전을 위한 작업은 수월하지 않았다. 알파 잠수팀은 오후 8시 40분 다이빙벨의 경로를 잡아주는 버팀줄을 설치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다음날 새벽 2시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버팀줄 설치는 사람이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재입수를 위해서는 다음 정조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후 알파 잠수팀은 밤샘작업으로 다이빙벨이 도착하는 선체 3층과 수색지점인 4층 입구를 연결하는 가이드라인 설치까지 마친 뒤 30일 오후 3시 37분 다이빙벨을 투입했다. 출항 33시간 40여분, 접안 20시간 40여분 만이다. 다이빙벨에 탑승한 3명의 잠수부는 28분 간 수색작업을 마치고 물 위로 올라왔다.

다만 투입 과정에서 케이블의 결함이 발견되면서 잠수사 교대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알파 잠수팀은 1일 새벽 3시 20분 다이빙벨을 재투입했다. 마지막 시도에서 잠수사들은 선체 4층 격실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실종자 수색 성과는 없었지만, 작업시간이 감압시간을 포함해 2시간으로 크게 늘었다.

마지막 시도 후 이 대표는 철수를 결정했다. 이 대표는 “두세 번째에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공을 세웠을 때 분란, 사기저하 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빨리 구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시도가 계속되면 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계속 수색을 하는 군·경 잠수사들의 사기를 고려한 선택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이 대표의 회군에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인력이다. 이 대표의 바지선에는 알파 잠수사 3명과 일반 잠수사 3명이 타고 있었다. 알파 잠수사 3명은 버팀줄 설치 등 준비작업에, 일반 잠수사(자원) 3명은 실제 다이빙벨을 타고 내려가 실종자 수색작업에 각각 투입될 예정이었다.

잠수사 3명이 한 차례 입수를 마치면 최소한 4시간 이상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이 동안에는 물때가 좋아도 잠수사가 없어서 다이빙벨을 투입할 수 없다. 한 차례 입수에서 1시간 이상 작업한다면 하루 2회 초과 입수가 불가능하다. 다이빙벨을 사용하겠다고 하루 두 번의 정조 시간을 날려야 할 상황이었다.

이 대표는 출항 당시에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항을 강행했다. 해경과 언딘의 잠수사 지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다이빙벨을 보여줄 목적으로 만 이틀 동안 세월호 선미 해상을 틀어막고 있었던 것이다. 알파가 맡았던 선미 수색은 2박 3일 동안 작업이 한 차례만 이뤄졌다.

다이빙벨 성능 ‘인증’ 위해 실종자 가족 ‘희망고문’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 대표의 ‘말’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jtbc와 인터뷰에서 “다이빙벨은 2000년에 제작돼 유속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수평이동을 하면 조류의 영향을 거의 안 받는다”고 주장했다. 또 세월호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언급하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실종자 가족들을 ‘희망고문’했다.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졌다. 20시간 동안 연속 수색작업을 하려면 교대작업을 할 잠수사가 있어야 하고, 잠수사 교체 시점마다 파랑이 잦아들어야 한다. 하지만 알파 측 잠수사는 29일 밤 합류한 2명까지 더해 모두 8명에 불과했고, 파랑의 높이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 대표는 이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 대표는 언론과 응대 때마다 기존에는 말하지 않았던 전제를 하나씩 추가했고, 나중에 가서는 “처음부터 할 수 없었다”고 꼬리를 내렸다. 실종자 가족들을 우롱한 꼴이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조류와 파랑을 구분해 설명했다면 혼동도 덜했겠지만, 이 대표는 뭉뚱그려 조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만 말해왔다.

더욱이 이 대표의 목적이 처음부터 실종자 수색과 구조였다면 8명의 잠수사를 이끌고 독자적으로 움직일 것이 아니라 민관군 합동구조본부로 들어가거나, 실제 수색작업이 가능한 인력을 확보한 다음 현장으로 갔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는 잠수 시간을 늘려준다는 다이빙벨의 성능을 ‘인증’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다이빙벨을 활용한 실종자 수색작업에는 완전히 실패했다. 20여명의 기자들을 바지선에 태워 출항한 것도 결국에는 다이빙벨의 입수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쇼’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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