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관료주의 병폐 노출 세월호 '내각 총사퇴'?
박 대통령, 관료사회 비정상적 관행에 "민형사상 책임" 경고
새정연 "상황 수습하도록 대통령에게 국무위원 총사퇴 건의해야"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정부가 초동대처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안전불감증 관행이 지적되면서 공직 사회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퇴직 공무원들이 관련 공공기관이나 산업체 감독기관으로 재취업하는 ‘회전문 인사’도 뜯어고쳐야 할 낡은 관행으로 지목된다.
해운조합, 한국선급 '회전문' 인사로 선박 관리·감독 '구멍'
이번 참사는 감독기관의 관리·감독 부실과 초기대응 실패로 빚어진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다. 출항 과정에서는 화물 적재 물량과 탑승자 파악이, 출항에 앞서서는 선박·항로에 대한 점검과 허가가 주먹구구로 이뤄졌고, 선사는 선체가 흔들린다는 등의 이상 징후를 보고받고도 묵살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운사는 기본적으로 2100여개 선사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으로부터 안전운항에 대한 지도·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해운조합의 이사장은 38년째 관료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맡아오고 있다. 조합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도 이사장과 정부 관료들 간 끈끈한 유착관계로 정부부처의 실질적인 감독이 어려운 상황이다.
선박검사와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선급도 해양수산부 출신 관료들의 대표적인 재취업 수단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펴졌던 구명정은 한 개뿐이지만 앞선 안전검사에서 대부분의 구명정이 ‘적합’ 판정을 받은 점으로 미루어, 선급과 정부부처 간에도 유착관계에 따른 ‘봐주기’ 감독이 횡횡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짙다.
결국 ‘대충대충’ 넘어가는 관료문화와 이익만 챙기면 괜찮다는 민간기관의 행태가 맞물려 비정상적 관행이 탄생하고, 정부부처가 이를 방관하면서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화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과거부터 음성적으로 해오던 많은 일들과 적당히 넘어가는 무사안일주의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묻고 제대로 바로 잡아서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며 “단계별 문제점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혀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법과 규정을 어기고 매뉴얼을 무시해서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과 침몰 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 또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들,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대본, 상황파악-보고-사고수습 '총체적 부실'
여기에 정부의 부실한 초동대처도 화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산고와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해양경찰은 신고가 접수되기 40여분 전 안산고에 전화를 걸어 인솔 교사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이 같은 증언이 사실이라면 해경은 사고 전에 세월호의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도 40여분 동안 손을 놨다는 말이 된다.
재해대책을 총괄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전남소방본부에 처음 신고가 접수된 지 53분이 지나서야 가동됐다. 중대본 본부장인 강병규 안전행정부 상관이 사고를 보고받기까지도 33분, 청와대가 사고를 인지하고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기까지도 40분 가까운 시간이 각각 소요됐다.
박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상황이 보고됐는지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박 대통령은 사고가 발생하고 한 시간이 더 지나서야 김석균 해경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특공대도 투입해 여객선의 선실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당시는 배가 기울고 선내에 물이 차올라 잠수부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 장관도 당시 상황을 ‘전원 구조’로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본이 가동된 뒤에도 정부는 하루가 다 가도록 실종자 명단도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 관료들이 ‘밥그릇’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인 소방방재청을 중대본 지도부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후 중대본의 대응은 ‘졸전(拙戰)’ 자체였다. 중대본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하면서 각 부처는 따로 움직였고, 상황발표도 혼선을 빚었다. 탑승자 수는 5번, 구조자 수는 8번이나 발표가 번복됐다.
구조작업 중에도 납득이 어려운 행태는 계속됐다. 사고 첫날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이 구조에 투입됐다면 희생자가 줄어들 수도 있었지만, 정부는 잠수인력과 장비를 순차적으로 투입했다. 오징어·고등어 어선도 공군의 조명탄만으로는 현장을 밝히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뒤에야 정부의 요청으로 지원됐다.
진주 실내체육관과 팽목함 등에서는 장관을 비롯한 일부 고위 관료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이어졌다. 또 구조당국은 정확한 발표보다는 ‘욕을 덜 먹기 위한’ 발표에 치중해 실종자 가족들의 울분을 샀다.
청와대 국가시스템 혁신 움직임에 정치권은 '내각 총사퇴' 촉구
이 같은 관료들의 행태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국가개조 수준에 맞먹는 국가시스템 혁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세월호 사태는) 내각 총사퇴 이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아마 크게 놀랐을 것”이라며 “정말 국가의 기강이 무너진 문제이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재난대책 예산지원 보고를 받은 뒤 “전 국무위원들이 함께 물러나면서 이 상황을 수습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사고 수습과 지방선거가 끝난 시점에 한해 공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환 의원과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사고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고전이 예상되기 때문에, 선거전략 차원에서 내각의 개편을 통해서 돌파하자는 주장도 있는 것 같다”며 “사고 수습에 일단 매진하고, 그 다음에 우리가 맞아야 될 회초리는 아프게라도 맞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의원은 “우리 입장은 지금 선거를 앞두고 있는 입장에서 회초리를 맞기 위해서 종아리를 걷고 있는 심정”이라면서 “(다만) 이런 심정에서 내각개편이라든가 이런 것을 어떤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