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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안전하다던 한국선급 "누가 선급인증 맡길까"


입력 2014.04.22 13:07 수정 2014.04.22 16:58        박영국 기자

신뢰도 추락...신조선 선급 인증도 기피 우려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청해진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가운데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왼쪽은 한국선급 CI).ⓒ해양경찰청

지난 16일 침몰한 세월호가 불과 두 달 전 한국선급(KR)의 안전 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선급의 신뢰성이 떨어지면서 향후 신조선 선급 인증 등 주력 사업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월호는 지난 2월 10일 한국선급의 정기 중간검사를 받았다. 여객선에 대한 정기 중간검사는 구난시설, 조타시설 등 200여개 항목에 대한 안전검사로 매년 실시된다.

당시 한국선급은 세월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이번 대참사로 당시 검사가 허술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세월호는 한국선급의 안전검사 6일 뒤인 지난 2월 25일 인천해경 및 관계기관이 실시한 특별점검에서 모두 5곳의 불량을 지적받았다.

또, 사고 당시에는 한국선급의 안전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구명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화물 고정 장치도 이상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선급은 현재 세월호 침몰사고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합수부는 지난 21일 오후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부산 강서구 소재 한국선급협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조사 결과 한국선급이 안전검사를 부실하게 했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눈감아준 혐의가 입증되면 법적인 조치가 내려지겠지만, 그 이전에 한국선급은 ‘선급회사’로서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선급은 민간 기업이긴 하지만, 선박이 국제 기준에 맞게 운항이 적합한지 여부를 검사해주는 기관의 역할을 한다.

선급의 주력 매출은 중간 검사와 같은 정기 검사보다는 신조선에 대한 인증이다. 선주가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하면 조선업체는 선박을 건조한 뒤 선급 인증을 거쳐 선주에게 인도한다.

즉, 조선업체가 배를 제대로 잘 만들었다는 것을 선주에게 보증해 주는 게 선급의 역할이다.

국내에 선급회사는 한국선급이 유일하지만, 세계적으로 해운 산업이 발달된 국가는 각기 선급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선급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로이드선급을 비롯, 프랑스선급인 BV, 미국선급인 ABS, 노르웨이선급인 DNV등이 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선급들이다.

선박의 국적이나 건조 지역에 따라 해당 국가의 선급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전세계 모든 선급회사들이 경쟁 관계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자사가 발주한 선박이 제대로 잘 만들어졌는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선주 입장에서는 신뢰도 높은 선급회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주들은 조선업체에 자사가 선호하는 선급회사로부터 인증을 받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선급은 국내에 본사가 있다는 점과 인증비용이 저렴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국내 조선업체들이 선호하는 선급회사지만, 선주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가 200년에 달하는 외국 선급에 비해 한국선급은 역사가 짧은 편인데다(1960년 설립), 신뢰성도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체 한 관계자는 “한국선급의 인증은 깐깐하지 않다는 인식이 큰데, 이건 조선업체로서는 인증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되지만, 선주 입장에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작용한다”며, “이 때문에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등 국내 대형 선사들도 한국선급보다는 로이드나 DNV 등 해외에서 신뢰도가 높은 선급의 인증을 받도록 조선업체 쪽에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선급 인증이 일종의 ‘품질보증 마크’로 작용하는 만큼 어느 선급의 인증을 받았느냐에 따라 중고선가가 달라지기도 한다.

조선업체 한 관계자는 “같은 해에 건조된 같은 급의 선박이라도 로이드 인증을 받은 선박은 한국선급 인증을 받은 선박보다 중고선가가 조금이라도 더 높다”고 전했다.

이처럼 가뜩이나 신뢰성이 떨어지는 한국선급이 이번 세월호 사고에 연루되면서 앞으로 영업에 큰 걸림돌을 안게 됐다.

합수부 조사에서 법적으로 한국선급의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국제적으로 화제가 된 침몰 사고 선박의 안전검사를 사고 직전 수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뢰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체 한 관계자는 “조선업체의 의지를 떠나, 선주측에서 한국선급을 기피하면 한국선급에 인증을 맡길 수 없다”며 “세월호를 검사한 선급이라고 세계적으로 소문이 퍼질 텐데 누가 한국선급에 인증을 맡기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이번 사태로 그동안 한국선급에 있어 왔던 낙하산 인사까지 재조명되며 신뢰성은 더욱 떨어지게 됐다. 해양수산부 고위 관료들이 퇴직 후 한국선급 간부로 재취업해 정부 제재를 방어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정부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현재 한국선급에서 선박 안전검사를 총괄하는 정부대행검사본부장은 해수부 해사기술과장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역대 대표이사 10명 가운데 8명이 해수부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선급은 세월호 부실 중간검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구에 “비상대책팀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며, 비상대책팀을 통해 공식 입장을 확인하라고 답했다. 비상대책팀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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