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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감독, 터치와 바꾼 명예


입력 2014.04.21 09:56 수정 2014.04.21 10:00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구단 징계 방침 불구 팬들 ‘퇴출 압박’ 거세

‘구시대적 리더십’ 동시대 동료들 명예에 먹칠

선수 폭행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박종환 감독. ⓒ 연합뉴스

최근 선수폭행 시비로 구설에 오른 성남 FC 박종환 감독(76)을 둘러싼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이미 성남은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박 감독이 일부 선수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사실을 확인했고 징계를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박 감독은 이미 징계차원에서 19일 부산전에 결장했고 성남은 0-1로 패했다.

여론도 곱지 않다. 폭행 수위에 대해서는 진술이 엇갈리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프로스포츠에서 구시대적인 체벌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실망과 분노를 느끼는 팬들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구단의 징계 방침에도 ‘박 감독을 퇴출시켜야한다’는 강경한 반응이 적지 않다. 시민구단 재창단 이후 의욕적인 새출발을 노렸던 성남 구단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가 구단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지 폭행 유무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박 감독의 지도 방식에 관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박 감독은 이미 과거에도 강압적인 지도방식과 폭행 사건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성남 초대 사령탑 취임 당시 박 감독은 “옛날에는 그런 식으로 지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며 세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K리그 새 시즌이 개막한 지 두 달도 채 안 돼 박 감독의 리더십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이번 폭행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 감독은 기자회견 등 공개 석상에서 소속팀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플레이스타일을 대놓고 비난했다.

외국인 선수 제파로프에 대해서는 “선수도 아니다”고 일갈하는가하면, 주 공격수 김동섭에 대해서도 “소심하고 파이팅이 없다” “전작에 교체했어야 하는데 늦었다” 는 등 독설을 퍼부었다.

감독이 소속팀 선수들에 대해 품평하는 일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박 감독의 표현 방식은 직설적이다 못해 자극적이었고 또한 너무나 빈번했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성인의 프로선수에게 ‘선수도 아니다’ 식의 표현은 합리적인 비판이라기보다 인신공격에 가까웠다.

지나가는 말이라도 선수들을 품평하는 태도에서부터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가 결여돼 있다면 그것이 언젠가 행동에서도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결국, 박 감독은 순간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자신이 한 약속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거짓말을 한 꼴이 돼버리며 리더십에 돌이킬 수 없는 흠집을 남겼다. 폭력적인 권위에 의존하는 구시대적인 지도자 이미지를 축구팬들에게 각인시키며 평생 쌓아온 축구인생의 명예에도 큰 오명을 남겼다.

박 감독은 현역 최고령 사령탑이다. 현재 한국축구에서 함께 활약하고 있는 지도자 중에도 그의 제자들이 적지 않다. 모든 지도자들이 다 박 감독 같은 식으로 선수들을 지도한 것은 아니다. 박 감독 역시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만이 축구인으로서 쌓아온 이미지의 전부는 아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근본적인 자성이 필요하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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